‘디지로그’화 …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혼합
변화 시대에 변할 수 없는 것, ‘하나님의 형상’

지루한 장마 끝 8월의 폭염과 함께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올 여름 방학과 휴가를 맞은 사람들에게 영화가는 오랜만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네티즌을 대상으로 지난 7월 일주일간의 설문 조사에서 2007년 여름 최고의 블록버스터로 등극한 것은 ‘트랜스포머’이다. 참가자 46%의 찬성을 얻는 압도적인 지지를 나타냈다. 2위는 다이하드 4.0 여기에 해리포터 시리즈까지 합하면 한여름 우리 극장가는 소재와 창의성의 부재로 고전하던 할리우드의 흥행으로 다시 한번 개가를 울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이처럼 주가를 올리고 있는 영화를 통해 우리는 이 시대 문화의 특징과 변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트랜스포머’는 ‘21세기 판 외계인 영화’라 할 수 있다. 여기서 ‘21세기 판’이라 함은 외계인의 모습과 행동이 오늘날의 첨단 정보 사회의 디지털화에 걸맞는 모습을 띠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트랜스포머는 사이버트론이라는 행성에 사는 로봇들로 자신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변신이 가능한 로봇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창조자들로부터 해방된 이후 두 개의 파벌로 나뉘어 외계의 패권을 놓고 싸움을 벌이는데 여기에 지구가 이들 싸움의 키워드를 쥐고 있다. 결론은 당연히 그간의 외계인 영화와 같이 인간과 선한 외계인이 힘을 합해 악을 이긴다는 권선징악이다. 그런가 하면 ‘다이하드 4.0’은 21세기의 정보화되고 더욱 치밀하게 지능화된 테러리스트들을 상대로 형사인 주인공이 맨 몸으로 맞서서 정의의 승리를 이끌어내는 이야기다. ‘아날로그’ 형사가 ‘디지털’ 범죄 집단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맞대결하여 결국 ‘인간 승리’를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또 하나 ‘해리포터’는 그간의 시리즈를 통해 익히 보아오던 대로 주요 흐름은 신비적 마법을 통해 악한 영들을 몰아내는 것이다.

 과거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을 근간으로 과학문화의 빠른 발전 속에 유토피아를 소망하던 모더니즘은 제1차 세계대전을 통해 그 병리현상을 나타냈다. 이후 사람들은 과학적 이성 만능을 반성하고 인간의 영적 차원과 종교적 요소를 갈급해 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타나게 된 문화유형이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하는 복합적이고 다중문화적 현상이다. 문화적 현상으로서 포스트모더니즘이 나올 수 있었던 데에는 무엇보다도 컴퓨터 정보 기술의 발전을 통한 글로벌화와 사이버 스페이스라 할 수 있다. 과거 아날로그적 기술 방식에서 디지털화로 바뀌면서 모든 공간이 더욱 빠르게 전개되며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글로벌화를 형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회 안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대립은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후기 정보화 사회로 이동할 수록 이러한 대립은 오히려 융합과 화해를 통해 또 다른 문화의 모습을 형성해 내고 있다. 기술은 첨단 디지털이되 그 외형은 과거 기술발달 이전의 모습을 동경하는 것이다. 패스트푸드의 매출이 치솟을 때 ‘웰빙’으로 나타나는 전통 음식문화의 다층화와 같은 것이다.

 올 여름 흥행 대작도 모두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우주와 마법, 선과 악의 신비로운 세계를 더욱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흥행 3대작 모두 이러한 기술적인 방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영화의 결론을 이끌어내고 있다. 트랜스포머는 자유자재로 최첨단 로봇으로 변신이 가능한 극단적으로 디지털화 된 외계 로봇이지만 결국 지구를 지키고자 하는 인간의 열정 앞에 무릎을 꿇고 기약없이 사라지고 만다. 다이하드 4.0 역시 디지털의 초고속 첨단 정보 장치 앞에 맨 몸으로 뛰어든 아날로그식 형사의 사랑과 정의의 마음 앞에 맥없이 무너지고 만다. 해리포터 마찬가지로 아무리 거대한 악의 세력일지라도 사랑의 마음 앞에서는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시대 문화의 가시적 현상이 육신적이고 정욕적인 것들로 아무리 초고속 첨단 네트워크 정보 사회로 이루어진다해도 그것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 우리 그리스도인의 시각으로는 그것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에 뿌리 내린 하나님의 사랑과 인간의 영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영성이라 함은 초월적이로 초자연적인 것만이 아니라 먹고 마시는 일, 돈과 권력 등의 일상적 삶 속에서 인간의 욕망과 관련된 영성 모두를 포함한다.

 ‘기술 결정론’은 기술이 바뀌면 시대와 사회가 변한다고 말하나 하나님 형상대로 창조된 인간 존재의 근원에는 결정적인 변화를 줄 수 없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 그리스도인은 하나님 형상대로 창조된 변할 수 없는 인간 심성 가운데 말씀으로 감동과 흥미를 주며 기독교 문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황정진 전도사(국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