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집사(방송작가)

 스타급 연예인들 중에는 가끔 ‘몸이 열두 개였으면 좋겠다. 누가 나 대신 출연해 주면 안되나?’ 하는 푸념을 하는 사람이 있다. 몸은 하나인데 여기저기서 오라는 데가 많으니 그런 행복한 푸념을 하나 본데, 그러나 아무도 스타를 대신 해 줄 수는 없다.

 아무리 관객이 스타를 원해도 정작 주인공이 멀리 있으면 방법이 없다. 그래서 어떤 스타는 퀵 서비스를 이용해서 오토바이 뒤에 올라타 이동을 하기도 하고 또 특별한 경우엔 헬기를 타고 이동하기도 한다. 관객들이 직접 얼굴을 보기 원하기 때문이고 그 누구도 그것만큼은 대신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스타가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애간장을 태우는 건 본인들보다도 정작 제작진들이다. 언젠가는 녹화시간이 지나도 스튜디오에 도착하지 않는 연예인을 기다리다가 다른 출연자들의 다음 스케줄 때문에 하는 수 없이 그냥 녹화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일이 있었다.

 그렇다고 그냥 방송국 로비로 나가서 아무나 눈에 띄는 연예인을 불러 사정해서 녹화장에 앉힐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결국 그 출연자가 앉았어야 할 의자엔 커다란 곰 인형을 앉혀 놓고 녹화를 했다. 사람이 앉아 있어야 할 자리에 인형이 대신 앉혀져 있는 상황은 오히려 생각지도 않았던 프로그램의 재미를 더해 주는 효과를 보긴 했지만 정말 바쁜 스타를 대신해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런데 절대로 대신해서는 안될 것들을 대신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 얼마 전에는 초등학생들의 방학숙제를 돈을 받고 대신 해 주는 사람이 있다고 기사가 난 일이 있었다. 바쁜 엄마를 위해서 학교 급식을 대신해 주는 것까지야 그렇다해도 숙제를 대신해 준다는 것은 문제가 좀 있다. 그런가하면 돈을 받고 운전면허 시험을 대신 봐 주는 사람, 돈을 받고 대신 예비군 훈련에 참가하는 사람, 심지어 돈을 받고 대신 죄를 뒤집어쓰고 수감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러나 우리가 남을 위해서 꼭 대신해 줄 수 있는 것들도 있다. 대신해 준다고 해서 돈을 받을 필요도 없고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도 없다. 그것은 남을 위해서 대신 중보 기도해 주는 것이다. 오늘도 자동차를 운전해 출근하면서도 기도하지 않고 나간 남편을 대신해서 기도하고, 기도하지 않는 자녀를 위해서 대신 기도하고, 교회에 나가지 않는 가족들을 위해 대신 기도하자. 그렇게 대신 기도해 주다 보면 언젠가는 그들이 나를 위해서 함께 기도해 줄 날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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