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절망의 끝자락에서 하나님 만나
LA 미주기독교방송에서 방송선교 앞장

 MBC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인 ‘웃으면 복이와요’를 기억하는가. MBC개국과 함께 시작된 이후 장장 16년 간 장수를 누렸던 이 프로에는 구봉서, 배삼룡, 서영춘, 이기동과 더불어 여성으로서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대한민국을 웃겼던 코미디언 이순주가 있었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이순주가 인생의 끝자락에서 하나님 앞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주의 종이 되어 돌아왔다. LA 미주기독교방송(대표 남철우 목사) 방송위원으로 예전의 기지와 재담으로 방송선교의 일선에 선 이순주 전도사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이순주는 철저한 불교집안에서 자랐다. 그는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끼가 넘친다는 얘길 들었다. 결국 그  ‘끼’로 다니던 서라벌예대 문창과도 팽개치고 ‘제일소녀가극단’에 들어갔다.
 “그저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선배들의 공연 연습을 보면 한번에 대사를 외울 수 있었어요. 그래서 선배들이 펑크를 내면 제가 대타로 올라갔죠. 그러면서 코미디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1970년 1월 그녀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한 지인을 통해 TBC에서 대타가 아닌 주인공으로서 연기를 하게 된 것이었다. 첫무대에 선 후 이순주의 인기는 급등했고 8개 프로그램에 겹치기 출연을 할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그때는 지금과 달라 방송대본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어요. 방송이 끝나면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힘들었죠. 그래서 방송 후 남은 건 위장병 밖에 없었어요. 사람들은 제게 돈을 대겠다며 이름만 빌려달라는 거예요. 이름을 빌려주고 사업을 크게 했는데 결국은 부도가 나고 말았습니다”

 이순주는 빚쟁이들을 피해 절로 도망을 갔다. 하지만 그곳까지 빚쟁이들이 따라오자 미국 공연팀을 따라 미국에 갔다가 그곳에 주저앉아 버렸다. 처음엔 편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미국생활이 답답했던 그는 1985년에 한국으로 돌아와 방송 일을 다시 시작했다.
 “‘돌아온 이 여사’라는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했는데 제가 영주권자라는 이유 때문에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미련 없이 미국으로 돌아왔어요. 뉴욕과 시카고에서 나이트클럽을 운영했지만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녀는 버지니아, 뉴욕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나이트클럽을 운영했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런 소식을 들은 동료들은 그녀에게 한국에서 나이트클럽을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1990년이었어요. 국내에서 사업가로 재기하고 싶어 영주권도 포기하고 한국에 들어왔죠. 사업이 정말로 잘 됐어요. 그런데 갑자기 정부가 유흥업소의 영업시간을 12시까지로 제한해 사업은 힘들어지고 결국 부도가 나고 말았죠. 빚쟁이들을 피해 안산에 있을 땐데 자정쯤 집앞에서 살짝 넘어졌어요. 순간 다리가 두동강이 나고 말았어요. 그런 고통은 처음이었습니다. 깁스를 하고 있는 저에게 동생이 교회를 가자는 것이었어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이순주는 안산에 있는 한 교회를 찾았다. 5층에 있는 교회였는데 마침 부흥회를 열고 있었다. 부흥강사는 이순주의 아픈 다리에 손을 얹고 안수기도를 해줬다.

 “하나님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목사님이 기도해주시는데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거예요. 예배가 끝난후 나오는데 엘레베이터가 고장이 났더군요. 5층에서 걸어내려오는데 다리가 하나도 안 아픈거예요. 정말 신기했어요”
 목사님의 심방을 받고 신앙을 갖게된 이순주는 캐나다로 갈 것을 결정했다. 미국 영주권을 포기한 사람에게는 미국 비자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캐나다에서 비자 인터뷰를 기다리는데 자꾸만 제 앞에서 끊기는 것이었어요. 4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2시간동안 기차를 타고 가면서 찬양을 불렀어요. 그리고 기도했죠. 한번만 도와달라고…. 저도 모르게 ‘나를 도와주시면 하나님의 일을 꼭 하겠습니다’라고 기도를 했어요. 그땐 그것이 서원기도인줄은 몰랐었죠. 그런데 갑자기 맑은 하늘에 소나기가 내렸습니다. 온몸이 젖은게 불쌍하게 보였나 봐요. 그날 인터뷰를 하고 6개월짜리 관광 비자를 받게 되었습니다”

 어렵게 간 미국이었지만 그곳에서의 생활은 그녀가 또 다시 하나님을 잊어버리게 했다. 조지아에서 또 다시 술집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3개월만에 거지가 되어버렸다. 잘나가던 술집을 어떤 사람이 아무런 이유없이 트럭으로 밀어버린 것이었다.
 결국 그녀는 완전히 밑바닥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청소부와 식당 잡일, 세탁업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하나님의 음성이 들렸다. ‘너는 나의 사랑하는 딸이다’ 뜻하지 않은 만남은 이순주를 바꿔놓기 시작했다. 철저하게 낮아짐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하나님을 좀 더 알고 싶어졌어요. 아는 분을 통해 아틀란타성경대학에 입학하여 공부하고 임마누엘신학대학에서 하나님의 깊은 사랑을 배웠습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주님 보다는 불경이 먼저 나왔던 그는 전도사의 삶을 선택했다. 하나님을 만난후 지병인 위장병이 사라졌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자주했던 쇼핑병도 없어졌다. 뿐만아니다. 불쌍한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싶은 넉넉한 마음도 생겨났다. 누군가 도와 달라고 하면 돼지저금통까지 털어서 도와줄 수 있는 사랑이 생겨난 것이다.

 이순주는 더 이상 코미디언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이렇게 하나님의 종으로 순종의 삶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LA기독교방송에서 그녀만의 재치와 입담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있었다. 하나님과 만남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행복을 깨닫게 해줬다고 말하는 이순주 전도사. 그녀는 지난 산전수전이 하나님의 깊은 사랑을 체험한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