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한낮의 열기가 차츰 식어가는 오후 어느 날, 시내에 나가려고 버스 정류장에 서 있었다. 그때 정류장 옆 쇼핑센터 주차장에서 두 남자가 옥신각신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그들의 감정이 격해지더니, 몸집이 다부지게 생긴 남자가 깡마른 남자의 멱살을 잡고서 “아니 네 놈이 나에게 그럴 수 있어”라며 소리친다. 그러자 멱살을 잡힌 남자가 그 힘에 겨워 낑낑 대더니 “그래, 나를 어떻게 할 건데 칠거야?”하고 덤빈다. 멱살을 잡았던 남자가 화가 치민듯 주먹으로 한 대 치려고 하는 찰라, 상대편 남자가 비웃듯이 한 마디 던진다. “나 치려고? 치려면 쳐봐, 너 교회 다닌다면서? 예수 믿는다면서 사람 쳐도 되는 거야? 당신, 예수 믿는 사람 맞아? 맞아?”
순간 그 의미심장한 말에 그 광경을 바라보던 나도 긴장하고, 한 대 치려고 하던 남자도 움칫 눈이 떨리면서 어쩔 줄을 몰라 잠시 망설이더니 잡았던 멱살을 힘없이 놓고는 “짜식 치사하게”라는 말을 남겨놓고 빠른 걸음으로 가 버렸다. 나는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내내 “당신, 예수 믿는 사람 맞아?”라는 이 한마디의 말！ 얼마든지 혼낼 수 있는 상황에서 예수 믿는 사실 때문에 후퇴할 수밖에 없었던 그 남자의 행동이 왠지 대견스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주먹 한번 쓰지 않고 상대방을 물리칠 수 있었던 그 말의 강펀치 “당신, 예수 믿는 사람 맞아?” 이 물음이 내 가슴 깊은 속을 아프게 찌르면서 다가왔다.
그렇다. 이 땅에서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받아 그리스도인이라 칭함 받은 우리가 과연, 나의 삶의 생각과 행동이 “당신, 예수 믿는 사람 맞아?”라는 물음 앞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그래서 마틴 루터는 “그리스도인이란 다 된 사람이 아니라, 되어가고 있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우리는 이 세상 속에서 살아가지만, 이 세상의 가치관을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라 그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열심히 믿는 것도 중요하지만 열심히 바르게 믿는 것이 더 귀한 것이다. 비천하고 가난하지만 높아짐을 자랑하며, 부자이지만 낮아짐을 자랑하며, 풀의 꽃과 같이 시들고 떨어지는 재물을 자랑하지 않으며,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의 중요함을 깨닫고 살아간다. 왜냐하면 땅 위의 것보다 영원을 추구하며 오늘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답게 사는 삶이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나를 새롭게 변화시키고 주님을 닮아가는 과정에는 ‘자라가는 아픔(growing pain)’ 즉 깨어짐이 있어야 한다.
요즘 여름휴가철을 맞아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내 안에 과연 ‘예수의 모습’이 보이는지 자신의 정체성(identity)을 찾고 깨어짐으로 영성 회복하기 위해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의 동산에 올라온다. 그리고 홀로 기도굴에 엎드려 통곡하며 회개하여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므로 자유함을 얻고, 하늘로부터 쏟아지는 영의 양식의 배부름으로 영혼의 만족함을 얻는다. 부르심의 상을 얻기 위해 부르짖어 기도하고 충성을 다짐하며 새 힘을 얻는다. 비록 괴로움과 죄가 있는 곳에 나 여기 살아도 빛나고 높은 저곳을 날마다 바라볼 수 있는 소망이 있기에 행복한 천국백성들이 감사 감격하며 찬양과 은혜로 충만하다. 어찌 주님이 기뻐하지 않으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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