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사이버 중독이 심각하다는 기사와 함께 등장하는 것이 ‘인터넷 중독’을 체크하는 점검표이다. 그 표를 체크해보면 나는 오갈 데 없는 인터넷 중독자이다. 눈뜨면 바로 컴퓨터를 켜서 인터넷을 연결해놓고 잠들 때까지 일하는 틈틈이 들여다본다. 외출하여 남의 사무실에 들르면 양해를 구한 뒤 인터넷을 살펴보고, 어디 가서 시간이 좀 남으면 눈에 보이는 PC방에 들어가 내 홈페이지도 훑어보고, 이런 저런 사이트를 방문하느라 바쁘다.

  심지어 기도원에 갈 때도 노트북을 싸들고 간다. 돌아올 때마다 기도보다 컴퓨터 화면에 더 열중하였던 걸 후회하면서도 다음에 또 노트북을 갖고 간다. 지난 4월 뉴욕에 갔을 때도 여행 다닌 시간보다 인터넷 바다를 헤엄친 시간이 더 많을 지경이다. 이 정도면 중증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어떻게 보면 청소년들보다 성인들의 인터넷 중독이 더 심각하다. 청소년들은 교사나 부모에게 야단이라도 맞지만 성인들은 제지받을 일이 없다. PC방에서 몇날 며칠 게임하다가 죽었다는 뉴스의 주인공은 대개 성인이다.

  나는 1994년에 노트북을 구입했고 1996년부터 PC통신을 접했다. 1998년에 렛츠고 메일 주소를 갖게 되었으며 2002년부터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정도면 사이버세상에서는 제법 앞서가는 편에 속한다.

  어딜 가나 노트북으로 세상 엿보기를 했던 내가 6월 마지막 주 5일 동안 인터넷은 물론 휴대전화도 연결되지 않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지인의 권유로 산 속에 가서 영성수련을 받았던 것이다. 그곳에서는 읽는 것도 제한했다. 다섯 시간의 통신 단절도 상상하기 힘든 일인데 닷새동안 오직 듣고 생각하는 시간만 보냈던 것이다.

  영성수련을 받으면서 느낀 것은 그동안 내가 사람들과의 소통에 열을 올리며 살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얻은 많은 정보로 늘 마음이 산란하였다. 5일간 오로지 하나님과 소통하면서 마음이 평안해지고 생각이 단순해졌다. 하산할 때 인터넷 중독에서 벗어나 말씀과 기도에 중독되도록 힘써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이근미 소설가 www.rootl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