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둥둥, 무논에  떠다니는 우렁이 껍데기들을 보면 마음이 참 처연해 진다.

 이 우렁이 껍데기는 황새나 해오라기에 의해 먹힌 것도 있지만 자식들에게 제 살을  파 먹힌 어미의  껍데기도 많다. 우렁이의  몸 속에서 부화된 알들이 어미의 살을 파먹으면서 자라기 때문이다. 어미를 껍데기로 만든 다음에야 우렁이 새끼들은 어미의 몸을 빠져나온다. 우렁이 새끼들은 둥둥 떠내려가는 어미의 빈 껍데기를 보며 노래를 한다.

“우리 엄마 배 타고 시집간대요”

 팔순이 넘은 친정어머니가 우리 집에 오셨다. 노쇠하고 병약하셔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신다. 목욕을 시켜드리는데 온 몸이 물컹물컹 껍질만 남은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6남매가 파먹었던 어머니 젖가슴도 축 늘어져 빈 껍질만 출렁거릴 뿐이다. 젊은 시절 곱게 분 바르던 얼굴엔 쭈글쭈글 고랑이 패이고 검버섯이 돋아났다. 

 어머니를 이렇게 노쇠하게 만든 것은 누구인가. 세월 앞에 영원한 젊음은 없지만 그 세월을 등에 업고 자식들은 어머니를 파먹으며 자란다. 어머니는 자신의 몸을 기꺼이 자식을 위해 내어 놓는 분이다. 이 세상 어느 누군들 스스로 태어나고 자랄 수 있으랴. 나를 희생하는 사랑이 있었기에 나는 지금 존재하는 것이다. 

 내가 어릴 때는 어머니 세대가 사회의 중심축에서 일하고 있었다. 논밭에서 일하던 아버지들, 집 안에서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던 어머니들이 이제는 저만큼 삶의 변두리로 밀려나 있다. 보호 받지 못하면 도저히 살 수 없는 노약자 처지다. 제 살을 다 파 먹이며 키운 자식들은  그 수고를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 

 세월은 살 같이 빠르게 지나며 세상의 모든 것을 풍화시키고 침식시킨다. 그러나 사랑은 눈물처럼 맑고 별처럼 빛나는 것. 도저히 받은 사랑을 갚을 수는 없지만 힘을 다해 조금씩이라도 갚아 가야 하리라. 

 어머니는 예수님을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 사랑의 그림자이기도 하다. 우리를 구하기 위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야 했던 하나님의 사랑은 참으로 감당 할 수 없는 은혜 중의 은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