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동현 목사(교회개척국장)
나는 가끔 등산을 한다. 산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지만 그 중에 하나는 산에 올라가는 동안 내 인내의 한계를 시험할 수 있고 아울러 정상에서는 적지 않은 성취감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산할 때는 성취감을 뒤로하고 현실로 복귀할 때 마음의 가벼움 때문이라 할 것이다.
몹시 가물었던 어느 해에 수락산을 찾았다. 수락산(水落山)은 산세도 좋지만 그 이름에 걸맞게 계곡에 많은 물이 크고 작은 폭포가 되어 떨어져 흐르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발도 담그고 쉼을 얻고 가는 참 좋은 산이다. 그런데 그 날은 가물어서 그런지 하류에만 약간의 물이 흐를 뿐 조금 올라가니 계곡이 바짝 말라 물 한 방울 찾아볼 수 없었다. 날이 더워 가지고 간 물을 다 마셔서 가끔 들르던 정상 부근 약수터로 갔다. 그런데 오랜 가뭄 탓에 아주 조금씩 물이 방울 방울 나오고 있었고 먼저 오신분이 1.5리터 병에 물을 받고 있었다. 그 앞에 기다리며 서 있었는데 그분이 나보고 병이 작으니 먼저 물을 받으라고 하였다. 하지만 병을 보니 이미 반 이상 받은 상태여서 괜찮다고 사양하고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순간 대략난감(?)한 상황이 벌어졌다.
일련의 아주머니들이 왁자지껄 약수터로 오더니 기다리는 사람을 무시하는 것은 고사하고 받고 있던 병을 치우며 “먼저 받읍시다.”라고 말 하고는 자신의 물병을 들이미는 것이었다. 물이 아주 조금씩 나왔기 때문에 한참이 걸려 한 병을 다 채우더니 이번엔 자기 친구의 병도 달라고 해서 그 병에 물을 담기 시작했다. 이제는 대략난감 상황이 아니라 완전 버럭 상황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런데 더욱 나를 화나게 하는 일이 그 후에 벌어졌다. 그 여자 분이 받고 있던 생수병이 기우뚱하고 옆으로 넘어지는 순간에 그 입에서 튀어나오는 외마디 소리가 “아이쿠 주여!” 하는 것이 아닌가. 내 얼굴이 화끈해짐을 느끼면서, 이렇게 무뢰하고 질서를 지키지 않는 사람이 예수님을 믿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황당하기도 하고 마음에 형언 할 수없는 답답함이 밀려왔다.
무뢰한 아주머니의 그 외마디를 되 뇌이며 하산하는 동안 한 가지 사실에 집중하게 되었다. 물이 많아 수락산이라 명한 산에 물이 흐르지 않으니 그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먼지만 날리는 그냥 돌산인 것처럼, 희생과 사랑의 상징인 그리스도인이 그 안에 생수의 강이 흐르지 않으니 그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많은 사람에게 먼지를 풍기며 예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하고 있는 존재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도 바울은 “오직 너희는 그리스도의 복음에 합당하게 생활하라”(빌 1:27)고 우리에게 권면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구원받은 하나님의 자녀일 뿐만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홍보를 맡고 있는 홍보대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세상 사람들은 성경을 읽지 않는다. 하지만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의 삶은 아주 철저히 읽는다고 이야기 한다. 입으로만 주여 주여 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자그마한 몸짓 하나가 하나님의 나라를 일구는 소중한 모습이 될 수 있도록 자신의 삶을 담금질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우리 각 사람이 이웃을 기쁘게 하되 선을 이루고 덕을 세우도록 할지니라”(롬 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