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독교 문화’란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이를 ‘기독교 신앙의 보편적인 문화’라는 의미로 사용한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다. 기독교 신앙은 보편적이나 기독교 문화는 결코 보편적일 수 없다. 바울이 유대인에게는 유대인처럼, 헬라인에게는 헬라인처럼 되고자한 것은 기독교 문화의 관념적 보편성을 거부한 것이다. 그리함으로써 바울은 여러 문화권의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었다. 실재하는 여러 문화들 중 ‘하나의 문화’를 위한 존재배경은 바로 그 나라의 ‘전통문화’이다. 한 나라의 전통문화는 그 나라의 역사와 정체성과 가치를 담지하는 존재론적 삶의 자리이다. 획일성을 지양하고 다양성을 지향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은 각 나라의 전통문화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시킨다.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각 나라의 고유한 전통문화의 중요성과 가치는 오히려 더욱 강조되고 있다. 각 나라의 고유 문화는 이제 문화상품으로 포장되어 경제적 가치로도 환산되어 있다. 이 전통문화에 있어 전통음악이 차지하는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찬송가를 부르다보면 선율이 모두 서양음악으로만 되어있어 적이 노래하기 어려운 점을 느끼게 된다. 한국의 기독교는 예배음악과 그 음악언어에 있어서 아직도 서양적인 범주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한국 기독교의 낙후된 모습이요 세계 기독교회들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문화의 다양성을 통해 더욱 풍부해지고 윤택해지는 신앙의 삶과 그 질을 생각해 본다면 예배음악과 그 음악언어에 있어서 한국적인 토착화가 시급하다. 예배음악에서나 가스펠에서나 우리의 동요가락이나 민요의 선율 등이 사용될 수 있다. 악기로 말하자면 장구, 북, 징 등의 전통 악기가 오르간, 드럼, 기타, 피아노, 신디사이저 등에 못지 않게 다 사용될 수 있다. 때로는 무반주 예배음악도 필요하다.

예배음악은 그 자체가 하나님께 드려지는 것으로써 경건성과 영성을 담지하고 있는 것이어야 한다. 물론 예배음악도 음악의 한 장르이기 때문에 예술성이 중요하다. 결국 예술성과 함께 경건성과 영성이 탁월한 음악일수록 예배음악으로서의 높은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경건성과 영성이 특정한 선율에서만 발견된다고는 할 수 없다. 현재 우리가 부르는 찬송가 안에는 그 원곡의 선율이 작곡되어진 동기나 배경이 원래 예배와는 무관한 경우가 많은데 그러한 곡을 부른다해서 경건성과 영성이 떨어진다고는 말할 수 없지 않는가? 중세에서는 그레고리안의 단순한 음성적 선율에서, 개혁시대 이후에는 좀더 리드미칼한 선율과 악기사용에서 그 경건성과 영성은 발견되었다. 마찬가지로 한국 전통음악의 선율을 사용하여 찬송가를 만들어 부른다고 해도 결코 그 경건성과 영성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예배음악에 있어서 가사와 선율과 박자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가사이다. 전통음악의 가락을 잘 활용하는 일 뿐만이 아니라 그 전통적 가락에 걸 맞는 찬송가사를 음성학적으로나 신학적으로 잘 작시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 부분에 대한 연구 또한 한국교회에 주어진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