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이어 온 안희복 교수의 제자 사랑
류현수 교수…“교수님 같은 스승될께요”  
              

 사람은 누구나 인생에서 좋은 인연을 맺길 원한다. 사제간의 관계가 그렇고 부부의 관계가 그렇고 교우와의 관계가 그렇다. 그중 좋은 스승을 만나 내면에 감춰있던 재능을 발견하고 이를 맘껏 발휘하여 성공인생을 살게 됐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모녀 같은 때론 친구같이 편안한 스승과 제자를 만나러 한세대(총장 김성혜)를 방문한 건 스승의 날인 15일이었다. 음악관 203호 류현수(성악전공)교수 방 앞에 이르자 벌써 두 사람의 웃음 소리가 문밖으로 흘러나왔다. ‘똑똑’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희복 교수와 그의 15년 제자 류현수 교수가 나란히 눈에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반갑게 나누는 인사가 처음이 아닌지라 그리 낯설지 않았다. “한 9년 전쯤인가요. 안희복 교수님을 인터뷰하러 이 방에 왔을 때 레슨 중이던 학생이 기억나요. 그 때의 학생이 지금은 교수님이 되셨네요. 안녕하세요. 류 교수님”

 “그러네요. 그 땐 학생이었는데, 지금은 교수라는 신분으로 바뀌었네요. 제가 선생이라는 위치에 서보니 그 때 안 교수님이 저를 위해 얼마나 애써주셨는지 이제 조금 알 것 같아요. 그래도 교수님의 깊은 사랑을 깨달으려면 한 참 멀었어요”

 “아니야. 그때는 제자들 한 명 한 명이 순수하고 얼마나 열심이들 했는지 사랑을 주지 않을 수 없었어. 함께 밥을 먹고, 밤새 노래하며 음악을 연구했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참 행복해” 어느새 안 교수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났다.

 “아니예요. 교수님. 교수님이 저희들을 얼마나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셨는데요. 음악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던 제가 교수님의 헌신적인 사랑이 아니었다면 음악을 일찍 포기했을 거예요”

 “너는 참 순종적이었어. 사실 처음 너를 만났을 때 기초가 제대로 다져지지 않아 걱정이 많았어. 하지만 너는 내가 가르칠 때 성실하게 따라왔지. 그랬기 때문에 남들보다 실력이 향상된 거야. 그래서 작년에 퇴임 전 김성혜 총장님이 인재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을 때 거리낌 없이 너를 추천할 수 있었던 거야. 너는 유럽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잖니”

 “교수님 덕분이에요. 사실 독일에서 유학할 때 친구들에게 교수님 얘기를 들려주면 다들 그런 스승 만나기 어렵다며 저보고 행운아라고 했어요. 지난번 귀국 독주회 때도 꼼꼼하게 챙겨주시기도 하셨구요. 어느 스승이 제자를 자식처럼 그렇게 챙겨줄 수 있겠어요”

 “아니. 너는 나를 닮아 음악에 있어 완벽주의자라 모든 것을 잘해낸 것 뿐이야. 너는 무대에 서면 거침없이 너의 재능을 뽑아내잖니”

 “교수님이 그렇게 만들어주셨어요. 한세대 재학시절부터 일류의식을 심어주셨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 있게 노래를 부르려면 무대 경험이 많아야 한다고 하시며 기회도 만들어 주셨잖아요. 그게 제겐 가장 큰 힘이 됐어요. 유럽 콩쿨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교수님의 이런 가르침 때문이에요. 또 제가 모교인 한세대에서 졸업생으로는 처음으로 또 최연소 교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환경, 기회 그리고 좋은 스승 삼박자가 맞았기 때문이에요”

 이들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 부럽다는 생각에 괜한 질투가 느껴졌다. 교수가 되고 처음 맞는 스승의 날이 어떤지 류현수 교수에게 소감을 물었다.

 “저는 무엇보다 안희복 교수님 같은 스승이 되고 싶어요. 교수님은 섬김과 나눔의 삶이 무엇인지를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신 분이세요. 오늘 스승을 날을 맞고 보니 제가 어떤 스승이 되어야 할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네요. 저도 제자들에게 제가 받은 사랑을 나눠주고 이들을 위해 열정을 쏟아내겠어요”

 “현수야, 그렇다고 너를 너무 희생하진 말아라. 하나님이 이끌어 주시는 순리대로 해. 나는 네가 교수인 동시에 성악가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너의 재능을 맘껏 발휘했으면 해”

 제자를 위해 끝까지 조언을 아끼지 않는 스승의 넓은 마음을 보고 있자니 내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스승 안희복 교수는 이화여대, 뉴욕 맨해튼 대학원를 나와 한세대 교수로 활동하다 지난해 정년퇴임했다. 현재는 한세대 출강하고 있다. 안 교수는 오페라 저변확대를 위해 1989년 안희복 오페라단을 창단하여 참신하고 역량있는 신인들을 발굴, 이들이 국내외 무대에서 우수한 연주자들로 발전할 수 있도록 애써왔다.
 
 제자 류현수 교수는 메조소프라노로 한세대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독일 국립 베를린 예술대학, 뤼벡 국립음대를 졸업했다. 유학시절 포셀 음악콩쿨 최고연주자과정 전 부문 중 대상, 이탈리아 가에타노 프라스키니 국제 콩쿨 1위없는 2위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하며 탄탄한 음악성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모교인 한세대 최연소 교수로 발탁돼 제자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