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에서도 벌천리는 오지의 마을이다. 수려한 산세와 들판 가장자리에 드문드문 놓여있는 작은 농가들은  한가롭고 평안하기만 하다. 그러나  농촌교회의 속을 들여다보면 열악하기 짝이 없다. 목사님부부를 제외하면 겨우 7∼8명의 성도님들이 주일 예배 출석인원의 전부이다.

 교회가 무척 어렵다는 소문을 듣고 몇 사람이 정성껏 헌금을 준비하여 찾아간 날은 꽃들이 지천을 이루는 사월의 마지막 주였다, 단양팔경이라 이름 할 만큼 빼어난 경관들에 매료돼 우리들은 시종 탄성을 발하였다.

 벌천리 교회는 논두렁 밭두렁을 지나  나지막한 산기슭에 자리 잡았는데 여남은 명만  앉아도 성전이 찰 정도로 작은 예배당이다. 눈이라도 내리면 폭 파묻혀 버릴 것만 같다. 구릿빛으로 그을은 성도님들 대부분이 파파할머니들이신데 신실한 믿음과 후덕한 인심이 피부로 느껴져 마음이 몹시 푸근해져 왔다. 처음 와 본 낯선 동네가 아니라 고향마을처럼 여겨진 것이다. 

 사실 끼니 때는 되었지만 식사 부담을 지울까봐 얼른 상경하기로 했다. 그런데 성도님들이 한사코 옷자락을 붙드셨다. 멀리서 손님들이 오신다며 목사님은 달래를 캐고 사모님은 쑥을 뜯고  성도님들은 각자 음식들을 한 가지씩 맡았단다.

 목사님이 나가시더니 한쪽 귀가 떨어진 두리반 상을 끙끙 들고 오셨다. 한 집사님이 들고 오신 소쿠리엔  먹음직스럽게 튀긴 두릅이 하나 가득 담겨있었다. 또 다른 집사님은 나물 한 자배기를, 또 다른 분은 김치를, 또 다른 분은 도라지무침을 내 놓았다. 목사님이 캐신 달래로는 달래무침을  쑥으로는  향기로운 쑥국을 끓이셨다. 다 같이 강대상 앞에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었는데 친척들이 모인 것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오래전부터 서로 잘 알고 친숙해진 사이처럼. 이 식사 자리에 분명히 또 한 분의 귀한 손님이 계셨다. 아니 그 분은 손님이 아니라 주인이시다. 바로 우리의 예수님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계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