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자(人子)가… 죽임을 당하고 제 삼일에 살아나리라” 
성경보는 마리아와 예수, 성스러움 느껴져
배경 속 돌산은 예수의 수난 예고하는 듯

 예수 공생애 사역 중에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는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본인은 그가 ‘하나님의 아들’임을 인정했던 일이 아닐까 한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분명한 규명이 없다면, 그의 모든 가르침이 공허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진행 중에 우리의 주목을 끄는 대목이 있다.

나는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말과 ‘인자’라는 말의 쓰임새이다. 이들 용어는 어떤 때 쓰이며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그것은 대비되는 개념인가 아니면 유사한 내용의 다른 말에 불과한 것인가.

 눈에 띄는 것은 영광스러움과 승리 같은 내용을 말할 때는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마 16:13-20, 17:1-8). 반면 죽음과 고난 같은 어두운 측면을 말하려고 할 경우는 ‘인자’라는 말이 쓰이고 있다. 한마디로 사용하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할까.

 “갈릴리에서 모일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인자가 장차 사람들의 손에 넘겨져 죽임을 당하고 제삼일에 살아나리라 하시니 제자들이 매우 근심하더라”(마 17:22-23)

 이런 구분에도 불구하고 복음기록자들은 인자라는 말과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말을 관계없는 별개의 상황에서 쓰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하나님의 아들 용어가 등장하면 그 언저리 시기에 사람의 아들이라는 인칭이 등장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한다. 예수님은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 메시아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이 사람으로 이 세상에 보내진 이유를 명시적으로 밝혔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그를 믿는 자는 심판을 받지 아니하는 것이요…믿지 아니하므로 벌써 심판을 받은 것이니라”(요 3:16-18)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이자 사람의 아들이다. 그는 이 세상에 왔으나 또 앞으로 오실 이이다. 하나님 나라는 미래형이기도 하지만 현재에도 왔다. 참으로 진리는 역설적이라고 할까.

 이에 대한 니케아공의회(325)의 결정은 교회사에서의 일대 전환적 사건이었다. 아리우스(Arius)는 하나님의 위격을 아들보다 위에 두어야 하며 예수의 인성만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이런 단성론은 아다나시우스(Athanasius, ca.296-373)에게 크게 비판받았다. 즉 그는 예수님의 삼위일체 동격론과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을 함께 인정하는 양성론을 주장했던 것이다. 끝내 앞의 아리아니즘(Arianism)은 이단으로 축출되는 결정이 내려졌다.

 지금 생각해도 이는 잘 정리된 기독론이 아닌가 싶다. 그가 만일 신으로만 이 세상에 왔다면 그의 십자가상의 죽음과 고통은 한낱 가식에 불과할 것이다. 부활조차도 인간 예수의 부활이 따르지 않는다면 무슨 큰 사건이 되겠는가. 이 세상에 살면서 인간적 시련과 고통, 아픔을 함께 하지 않는 예수님은 저 멀리 있어서 역사상의 예수가 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인간으로서의 그의 죽음이 있을 때 신으로의 부활은 참승리이자 희열이 되지 않을까. 더하여 그리스도가 진정한 구주가 아니라면 어떻게 죽음과 죄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킬 수 있겠는가.

 나는 윌리엄 다이스(William Dyce)의 그림 ‘마리아와 아기예수’를 보았을 때 인자라는 말이 떠올려졌다. 스코틀랜드 아버딘 출신의 화가답게 그의 작품도 개신교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서방의 전통적인 성모 마리아상은 경직된 형식성을 띄고 있음도 사실이다. 그것은 동방 비잔틴 정교의 이콘화의 영향도 있음직하다. 이콘화의 마리아는 왕좌에 있는 여왕의 이미지로 머리는 약간 앞으로 숙이고 있다. 예수는 어머니의 무릎에 앉아있는 구도이다. 그의 몸은 어린아이 같지만 얼굴은 어른스럽거나 어른얼굴일 경우가 많다. 이 그림에서 마리아와 예수가 성경을 응시하고 있는 것 외에는 성화라고 할 만한 소재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저속한 속기가 전혀 없고 따뜻하며 집중적이자 성스럽기까지 하다. 뒷배경이 돌산과 같이 보이는 것은 예수의 수난을 예고하려는 듯 보인다.

 이석우 교수(경희대 명예교수. 역사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