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여행 와서 가장 먼저 들은 이야기는 이 지역 모 인사의 치명적 실수에 관한 것이었다. 실수라기 보다 잘못이라고 말하는 게 더 맞을 정도의 강도였다. 나이가 들어서인가, 남의 실수를 대하면 비난보다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든다. 순간의 실수로 평생 쌓아올린 것을 모두 내놓고 장막 뒤로 쓸쓸히 사라지는 일, 가슴아프지 않은가.

 여행지에 오면 익숙하지 않은 것들과 친해져야 한다. 문여는 것 하나에서부터 모든 게 생경하다. 색다른 경험과 신선한 충격으로 긴장과 즐거움이 충돌하면서 여행의 기쁨을 만끽하게 된다.

 화려한 브로드웨이 거리를 쏘다니면서도 치명적 실수를 한 인사가 잠깐씩 떠올랐다. 그 인사가 첫 번째로 겪은 것은 아마도 익숙함과의 결별이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여행객과 닮았다. 하지만 여행객은 설레는 마음으로 낯선 것들을 반기지만, 치명적 실수를 한 인사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낯선 환경 속에 떠밀려 들어갔을 것이다.

 여행객은 낯선 환경을 즐기며 추억을 쌓아가지만, 치명적 실수를 한 사람은 마음의 무게 때문에 자꾸만 늪으로 빠져드는 심정일 것이다. 여행객은 좌충우돌하다 일상으로 돌아가면 낯선 곳에서의 일들이 아름다운 추억이 되지만, 치명적 실수를 한 사람은 모든 걸 잊고 싶어 몸부림 칠 것이다.
 인생여정이란 낯선 것들과 친해지는 과정이다. 그 낯섦이 여행처럼 즐거운 연유에서 비롯된 것이기만 하다면 더없이 행복한 삶일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원치 않는 일로 낯선 것과 맞닥뜨릴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치명적 실수를 한 사람의 괴로움은 그동안 자신이 쌓아올린 익숙한 것들로 되돌아갈 수 없음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돌이킬 수 없다면 깨끗이 포기하는 게 상책이다. 치명적 실수를 진정으로 회개하고 겸허하게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지 않은가.

 치명적 실수를 하지 않기, 인생 여정에서 몇 번이고 점검해봐야 할 일이다. 회복하기 힘든 시점이라면 더욱 조심해야 할 것이다. 낯선 것과의 만남은 여행지에서나 즐기자.

이근미(소설가) www.rootl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