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침례당 ‘두라-유로포스’
침례, 부활절 밤에서 모든 축일로 확대

침례식은 본래 일 년에 한번 부활절 밤에 거행되었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성탄 밤과 성령강림절에도 시행되었으며, 점차 모든 축일에 베풀어졌다. 침례식은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의 중간에 행해지는 것이며, 침례를 받을 때 서쪽을 향해 마귀를 끊어버린다는 선언을 하고 동쪽을 향해 신앙고백을 하였다. 세 번 물 속에 잠기는 것은 예수님이 3일 무덤에 계셨던 것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침례는 초대교회의 사도 시대부터 베풀어졌지만 처음에는 요단강을 연상케 하는 샘이나 강에서 시행하였으며, 점차 커다란 대야 같은 것을 놓고 특정한 장소에서 침례를 베풀면서 침례시설을 갖추게 되었다. 최초의 침례당의 건물이 발견된 것은 3세기의 시리아의 두라-유로포스에서이다. 침례장소의 변천과 더불어 침례당의 명칭도 다양하게 불려졌다. 침례당은 물과 숲의 요정과 연관되어 님프당이나 샘, 물에 적신다고 하여 적심당, 물고기와 연관시켜 피쉬나(어항), 주님의 은혜로 영이 깨끗해진다고 하여 정화소라고 불렸다.

모든 초기 기독교 건축물은 회중의 모임을 위해 장방형으로 길게 만들어지거나, 제의 수행을 위해 중심으로 수렴되는 양식을 취하고 있다. 침례당은 침례의식을 수행하기 위해 지어진 부속물로서 로마의 장례관습으로부터 유래된 건축양식인 마우솔레움(거대한 건물처럼 만든 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렇지만 둥근 천장을 하고 중앙으로 집중된 평면도를 보여주는 양식이 마우솔레움으로부터 유래되었는지, 고대 로마의 연못인 피쉬나에서 유래되었는지는 쉽게 결정할 수 없다. 피쉬나는 보통 원형이나 팔각형으로 대저택의 연못이나 목욕탕의 냉탕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초기 기독교 침례당의 자료 중에서 콘스탄틴 이전에 건축된 것은 8개에 불과하다. 그들 가운데 오직 두라-유로포스의 침례당만이 3세기에 속하는 것으로 확신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예배 장소와 구별하여 네 기둥 위에 닫집을 만들어 그 안에 수조를 만들어 놓았다. 그것은 대야 형태지만 순교자의 유품보관소인 마르티리움이나 피쉬나와 비슷하지도 않다. 침례당의 그림에는 선한 목자의 상징이 자주 나타난다. 선한 목자가 환대와 사회적 친교를 의미한다면, 침례당은 죽음과 부활이라는 신학적이거나 전례적 개념보다는 사회적 입문의 관습으로부터 유래된다고 할 수 있다.

명확하게 콘스탄틴 이전이라고 할 수 있는 침례당은 두라-유로포스뿐일지라도 3세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몇 개의 침례당들의 구조를 살펴본다.

1. 오스티아의 물고기의 집
오스티아의 물고기 집은 몇몇 학자들에 의해서 침례당을 가진 기독교인의 집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는 그 집이 3세기 전반에 지어졌다고 여겨진다. 그 집이 기독교인의 집으로 간주되는 이유는 현관에 있는 특이한 모자이크 때문이다. 그 모자이크에는 하나의 굽이 있는 잔이 있고, 그 잔 안에 한 마리의 물고기(고래?)와 그 잔 밖에 두 마리의 물고기가 묘사되어 있다. 일부 학자들은 반원형의 물통을 침례반으로 간주한다. 그러한 집은 가정교회의 이미지와 아주 부합하고 있다. 그 집이 이제 막 공식적인 구조가 나타나기 시작할 무렵의 예배장소요 예식의 장소로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다. 그러나 어떤 그림이나 특별한 가구가 없기 때문에 가정교회일 수 있다는 가능성 이상으로 단언할 수는 없다.

2. 밀란의 성 그레고리오 예배당
성 그레고리오 예배당은 1576년에 파괴되었다가 다시 복원되었다. 몇 명의 학자들은 본래의 구조를 바탕으로 해서 4세기나 3세기까지 소급할 수 있는 마우솔레움이나 침례당의 존재를 그려낼 수 있었다. 그 건물은 8개의 직사각형이나 반원형의 감실을 가진 구조였다. 만일 이 건물이 콘스탄틴 이전 시대에 속한다면 아마도 비기독교인의 마우솔레움이었을 것이다.

3. 가비 라 그란데
스페인의 가비 라 그란데에서 1920년 로마시대의 빌라를 발굴하던 중에 지하의 회랑을 발견하였다. 그 회랑은 길이 15m, 폭 2.5m이었으며, 그 서쪽 끝으로 팔각형의 침례반을 가진 4m의 정방형 방이 나타났다. 그 방에는 짜 맞춘 글자로서 오메가를 써놓은 것이 발견되었다. 그 건물은 아마도 3세기의 기독교인 가정집이었을 것이며, 기독교인들이 그 곳에 모였고 연못에서 침례도 행했을 것이다.
국제신학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