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 연단… 강한 대학 만든 기초돼
‘갈대상자’는 하나님이 연출한 드라마

‘갈대상자’(두란노 펴냄)를 통해 한동대의 출범부터 10여 년 동안의 역사에 대해 간증하며, 우리사회에 잔잔하지만 강력한 영적 파장을 전한 김영애 권사를 14일 만났다. 그를 만난 곳은 한동대가 있는 포항이 아니라 서울의 한 교회였다. 그 곳에서 김 권사는 어머니학교 참가자들에게 ‘어머니의 사명’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었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도착한 덕분에 그의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남편의 단점을 보고 힘들어하지 말고 남편의 모습 속에서 하나님의 형상을 보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남편과 내가 생각하는 것이 똑같으면 행복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차이가 있기에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차이점이 있기에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짤막한 말이었지만 생각할 거리를 많이 갖게 했다.

강의 후 마주한 김영애 권사는 그의 인생의 전반부와 후반부의 경계를 한동대의 시작으로 구분했다. 전반부의 삶이 ‘온실 속 화초’와 같은 삶이었다면, 한동대와 함께 연 후반부의 삶은 고난으로 시작했다. “한동대 개교 후 7년간의 삶은 극심한 고난의 터널을 지나는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길이 없고 앞이 안 보이던 그 시기가 가장 복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독한 역설이다. 무슨 의미인지 알 듯 했지만, 정확한 이해를 위해 설명을 부탁했다. 고난의 터널을 지나며 갖게된 그의 심경의 변화는 컸다. 남편인 김영길 장로(한동대 총장)가 감옥에 갇힌 모습을 볼 때는 ‘내가 정말 하나님께 버림  받은 것이 아닌가’라는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진정으로 하나님을 경외하는 법’을 배웠다. ‘어떤 소리에도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하나님만 보고 하나님의 음성에만 귀 기울이는 법을 알게되었다’고 했다. “감히 말하자면 고난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변장된 축복’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우리는 변장한 모습만 보고 기겁하지만, 변장한 것을 벗겨 버린 후 하나님이 우리에게 안겨주는 복은 우리가 상상도 못한 것 아닙니까? 예전에는 억울한 누명으로 옥에 갇힌 요셉, 사자 굴에 들어가는 다니엘의 고난을 입체적으로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의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한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말을 듣고 보니 감이 잡혔다. 김 권사가 몸서리치는 한동대의 초기 아픔은 앞서 언급한 ‘갈대상자’에 상세히 기록되어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카이스트의 안정된 교수직을 갖고 있던 김영길 장로는 1994년 한동대의 초대 총장직으로 제의를 받게 된다. 처음 김영길 장로가 총장직 제의를 받았을 때 김 권사는 말렸다. 어렸을 때부터 별 부족함 없이 탄탄대로의 삶을 걸어온 그에게 새로운 대학을 그것도 기독교 대학을 세운다는 것은 무모해 보였다. 사실 김영길 장로는 김영애 권사를 만나고 하나님을 영접했다. 모태신앙이었던 김 권사와 달리 촉망받는 과학도였던 김 장로에게 기독교의 진리는 ‘황당 논리’ 그 자체였다. 양가의 인연으로 두 사람은 서울과 미국에서 편지로 만남을 시작하게 됐다. 첫 편지에서부터 김 권사는 ‘자신이 기독교인이며, 평생의 반려자 역시 기독교인이길 바란다’는 내용을 보냈다. 한동안의 공백을 거친 후 김 장로에게 답장이 왔고, 답장에는 ‘김 권사가 믿는 기독교의 진리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한번 연구해보겠다’고 써 있었다. 과학도다운 답변이었다. 정말 김 장로는 기독교에 관련된 책을 가져다가 몇 날 며칠 연구를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변화가 왔다. 사실 모태신앙이긴 하지만 김 권사에게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은 없었다. 그런데 김 장로가 책 한 권을 논리적으로 설명해주었고, 그 순간 그가 알고 있던 성경 지식이 퍼즐 맞춰지듯 정확히 맞춰지는 경험을 했다. 김 장로는 결혼 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김 권사와 함께 교회에 나가겠노라’고 약속했다. 그렇게 시작해 지금껏 김 장로는 김 권사와 주일예배는 물론 수요예배, 금요철야예배까지 언제든 함께 하는 파트너가 되고 있다.

김 장로가 믿음을 갖게 된 것에 감사했지만 그가 ‘하나님의 대학을 세우는데 헌신하겠다’고 했을 때 김 권사는 만류했다. 수많은 어려움은 굳이 경험치 않아도 보였다. 하지만 이미 김 장로는 한동대에 대한 비전을 세우고 있었다. 대학의 시작과 함께 예상했던 그 이상으로 수많은 어려움이 기다렸다. 수많은 연단 가운데 김 장로가 감옥에 들어가는 일까지 생겼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러한 연단을 통해 부부를 단련하셨고, 기독교대학인 한동대를 통해 분명한 하나님의 계획을 보여주셨다. 국내 최초로 무전공 무학과 입시 제도와 인접 학문을 통합하는 다 전공 복합 학문의 학부제를 실시하는 대학으로, 정직성을 훈련하는 무감독 시험제도를 실시하는 대학으로,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대학으로 명성이 높다. 영어와 한자, 전산에 능통한 산업체가 요구하는 실무 교육 등은 이미 국내외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교육개혁 추진 우수대학에 4번 선정됐고, 대기업 인사 담당자들이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대학으로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최근 3년 동안 70%를 상회하고 있다. 이뿐 아니다. 서울대, 카이스트, 하버드 등 국내외 유수 대학원으로의 진학률도 높다.

김 권사에게 지금 다시 그 길을 걸을 수 있겠느냐고 물어봤다. 쉽게 답이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다. 김 권사는 “무대가 한동대였을 뿐 거대한 드라마의 주연은 한동대도 우리도 아닙니다. 하나님이 연출하신 거대한 드라마이고, 하나님이 주연으로 활동하신 드라마입니다. 저와 김 장로님은 하나님이 드라마에 불러낸 조연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면 우리는 다시 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조심스럽게 한 마디를 더했다. “건방진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갈대상자가 나오기 전에 많은 사람에게 읽힐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나님이 쓰게 하셨고 그분 자신의 기록이기 때문에 친히 일하실 것으로 믿었습니다. 실제로 책이 나온 뒤 밀려드는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의 독후감들이 저를 얼마나 감동케 했는지 모릅니다” 출판계가 얼어붙은 듯 하지만 ‘갈대상자’는 20만 부 이상 판매됐다.

3년 전 책이 출판되며 국내외를 넘나들며 전하던 간증은 요즘 많이 줄었다. 그렇지만 평일 집회가 줄었을 뿐 토요일과 주일 방문해야할 교회는 아직도 끝이 없다. 그야말로 강행군이다. 그러나 고되지 않다. ‘하나님의 일은 아무리 많이 해도 힘들지 않다’는 게 그의 말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달라는 말에 김 권사는 “하나님이 허락하시면 ‘갈대상자’에서 못다 한 이야기와 그 후의 이야기를 담은 ‘갈대상자2’를 준비하고 싶습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