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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철종의 마이크로월드] 세포자멸사

불필요한 세포, 스스로 없어져
자발적 구조조정 통해 건강유지

지구상의 수많은 생명체는 생존과 번식을 위한 본능적이고 의지적인 모습을 보인다. 태어나서 성장하고 성숙하며 자신과 닮은 생명체를 생산한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세포는 생존을 위해 자신의 상태를 늘 점검하여 이를 유지하기 위해 외부와 교류하는 등 끊임없이 물질대사를 한다. 그러나 세포도 죽음에 이르게 된다. 하나의 개체가 사망에 이르러 세포가 모두 죽는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개체가 살아 있는 상태에서 일부의 세포가 죽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세포가 죽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원하지 않는 타살로 죽음에 이르는 것이다. 수명을 다하지 않았는데 외부의 극심한 자극으로 세포가 죽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외상이다. 일반적으로 피부가 대표적이다. 상처가 나거나 심한 동상, 화상을 입으면 표피의 세포가 죽게 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세포가 스스로 죽는 것으로 ‘세포자멸사’가 있다.

이 글에서는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한다. 세포가 발생하여 분화하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필요하지만 불필요한 것은 없어져야 한다. 예를 들면 사람의 배아기에 손과 발을 보면 물갈퀴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좀 더 성장하여 태아기에 이르면 손가락과 발가락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이것은 그 사이에 있던 물갈퀴 같은 부위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있던 세포가 스스로 사멸되어 없어진 것이다. 만일 사멸과정이 없다면 우리의 손과 발은 오리와 같은 물갈퀴가 있게 된다. 이 현상은 임신 6∼8주 사이에 세포자멸사 과정이 일어나는 것으로 만일 세포자멸사 과정이 일어나지 않고 태어난다면 합지증(合指症)이란 증세로 손가락이 붙은 상태로 태어난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일부 포유류 중에 선별적으로 물개나 고래 등과 같이 물에서 수영하며 살 수 있는 동물은 태어나도 그대로 남아 있어 한 개체가 자연에서 살아가는데 도움을 준다. 세포가 스스로 죽어서 이웃 세포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으로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는 과정에서 꼬리가 점점 작아져서 없어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데 꼬리를 이루고 있는 세포가 죽어서 개구리의 성체가 되는 과정에서 영양분을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성인이 된 후에도 부분적으로 계속 세포자멸사가 일어나는데 이는 몸 전체를 살리기 위해 세포가 자신을 희생하는 경우이다. 한 예로 염증반응으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몸에 생긴 많은 백혈구가 그 역할을 다하다가 염증을 일으키는 자극이 없어지거나 적어지면 백혈구는 필요한 만큼만 남아 있고 나머지는 스스로 죽음의 길을 선택하는 이타적인 과정이다. 몸이 스스로 구조조정에 들어가 몸 전체를 건강하게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만일 염증반응이 불필요한데 계속해서 수많은 백혈구가 정상범위를 넘어 대량 존재한다면 오히려 백혈구의 세포독성으로 우리 몸은 피해를 받는다. 그러므로 염증반응이 끝나면 신속하게 ‘세포자멸사’ 과정을 통해 없어지므로 건강한 몸을 유지하게 된다.

이밖에도 우리 몸에 들어오는 영양분이 부족하거나 물리적인 자극, 화학적인 자극, 산소의 결핍 등 수많은 환경의 변수가 단독적으로 혹은 복합적으로 세포의 자멸을 유발한다. 또한 우리 몸에 불필요한 세포나 병든 세포가 생기면 이를 없애기 위해 ‘세포자멸사’를 유도하기도 한다. 암이 대표적인 세포로 암세포를 자살로 유도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암과 같은 이상한 세포가 생성되면 곧 없어져야 하는데 인체면역계의 감시망을 피해 계속 살아서 증식을 하여 주위의 기관을 압박하고 파괴하며 영양분을 독식하는 암세포를 스스로 자멸하도록 한다면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윤철종 집사(한국세포형태연구소 부소장, 젊은부부선교회)
사진: 하나의 세포가 ‘세포자멸사’되는 과정으로 작게 분절되고 있다. 주사전자현미경으로 3500배로 확대하여 촬영한 것이다.

 

기사입력 : 2007.03.09. pm 16:49 (편집)
박재형기자 (kevin@fg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