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 비전…하나님이 원하는 일꾼 양성
짧은 역사에도 ‘작지만 강한 대학’ 도약

무한경쟁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요즘, 경쟁관계에 밀려 도태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각종 매스컴을 통해 소개되는 지방대학 운영의 어려움은 대학간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이끈다. 입학생수는 줄고, 지방대 학생들의 대도시 대학 편입이 늘고 있기에 이런 현상이 이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올해로 설립 10년째를 맞는 포항 한동대학교는 이와 반대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입학 때마다 높은 경쟁률로 우수한 학생들이 대거 몰리는 한편 30여 나라에서 온 외국학생들 또한 적지 않게 공부하는, 국제적 대학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한동대가 지방대학의 한계를 넘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상위권 학생들이 진학하는 명문대로 자리잡은 배경이 무엇일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지난 2일 한동대 총장 김영길 장로를 만났고, 김 장로는 이 물음에 짧지만 명확하게 답해주었다. 그것은 ‘하나님이 원하는 진정한 기독교 일꾼을 양성하겠다’는 분명한 비전과 수많은 후원자와 성도들의 기도 그리고 하나님의 인도와 섭리가 함께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94년 KAIST 교수로 있던 제가 장래가 불투명한 포항 한동대 총장직 제의를 수락한 것은 하나님의 인도였다고 확신합니다. 65세까지 보장된 종신교수직을 그만두고 1년 만에도 물러날 수 있는 지방대 총장직을 맡는다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기도 중에 주일 설교에서 하나님의 응답을 받은 것입니다” ‘총장직’을 하나님의 사명으로 받아들인 김 장로는 ‘또 하나의 대학이 아닌 전혀 새로운 대학을 만들 것’을 다짐했다. 믿음으로 시작한 한동대에 하나님은 첫 교수 공채에 권위 있는 석학들을 대거 보내주셨다. 그리고 그는 처음 마음가짐 그대로 기독교 신앙의 관점에서 대학을 운영해나갔다.

하지만 하나님의 일이었음에 사단의 도전과 시험도 뒤따랐다.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다 아시겠지만 오랜 법정 싸움이 있었고 오해와 갈등의 소지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이 모든 어려움으로 인해 학교가 하나로 똘똘 뭉쳐졌고 이른 시간에 크게 발전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모든 일에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분이십니다. 특히 교도소에서 제가 보낸 54일간의 시간은 육체적으로는 답답하고 힘들었지만 신앙적으로는 하나님의 진한 사랑과 은혜를 깨닫는 귀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아울러 교육자로서 진정 하나님을 경외하는 일꾼들을 배출하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김 장로가 말한 법정 싸움에 관한 부분을 짚어보면 이렇다. 2001년 4월 김 장로와 한동대 오성연 행정부총장이 어려운 학교살림을 이끌며 학교 재정과 관련해 실정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일이 있었다. 하지만 김 장로의 구속으로 촉발된 한동대 사태는 학내분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여느 학교와 비교해 여러모로 달랐다. 학내분규라면 학생들이 총장실을 점거하고 수업을 거부하던 정형화된 모습을 떠올리기 쉬운데 한동대 학생들은 김 장로가 수감된 구치소에 모여 스승의 날 행사를 갖고 교내 기도회와 인터넷을 통해 총장 구명운동을 벌이는 등 위기 앞에서 무릎꿇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더구나 이들의 열정으로 인해 전국의 교계에서 김영길 총장 구명을 위해 팔을 걷어 부치는 등 한국교회를 움직여 한동대를 하나님의 대학으로 더욱 확고하게 세워나갔다.

주변의 오해란 것도 사실 기독교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편견에서 비롯됐다. 포항 경실련을 포함한 지역 시민단체들은 ‘지역주민의 염원을 안고 탄생한 대학이 자율성을 갖지 않은 채 선교사 양성이라는 특정종교이념의 대변장으로 전락했다’ ‘막상 짓고 보니 포항지역 학생은 제대로 들어가지 못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며 포항시민대학으로의 방향 정립을 주장했다. 하지만 기독교 성향에 대한 이들의 반발은 대학 고유의 건학 이념에 대한 침해이자 수긍하기 힘든 논리였다. 다행히 지금은 관계가 회복돼 좋은 대학이 포항에 있음을 자랑으로 여기는 분위기라고 했다. ‘고난의 시기를 지날 때면 나 혼자 지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때가 있는데, 하나님의 일하심은 사람의 방법과 계산으로 측량할 수 없는 것 같다’라는 김 장로의 고백이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지식과 정보를 담은 인간의 지혜에 하나님의 영감이 덧입혀질 때 온전한 복음의 도구가 된다’고 역설하는 김 장로는 ‘지성과 인성, 영성을 갖춘 크리스천들이 사회 곳곳에 나가 소금과 빛으로 역할을 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한동대는 정직과 봉사를 강조하는 철저한 인성교육을 갖고 있다. “실력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인성입니다. 정직함이 사라지고 원칙이 무시되는 이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기독 지성인으로서 정직과 사랑, 원칙을 준수하는 삶은 매우 중요합니다”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필요한 교육자료는 모두 성경에서 기초한다. 창조론에 입각한 철저한 신앙교육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과학인명사전에 오를 만큼 세계적으로 저명한 과학자인 김 장로는 한국창조과학회 회장으로 오랜 기간 봉사했다. 그는 창세기 1장 1절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를 분명히 믿는다면 인생관과 세계관이 바뀌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인성교육의 연장선에 있는 ‘무감독 양심시험제도’는 우리사회가 한동대와 학생들을 신뢰할 수 있게 하는 소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 특히 무전공 무학부(무계열) 제도를 통한 자유로운 전공 선택과 복수전공은 한동인을 우리사회가 필요로 하는 멀티플레이어로 만들며 한동인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요즘 김 장로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한국이 받은 은혜를 이제 세계와 나누기 위한 그의 구상은 과거 우리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아 공부했듯 이제 개발도상국의 차세대 인재들에게 장학금을 주어 교육을 시키고 여기에 분명한 신앙교육을 더해 복음의 역사를 이루자는 계획이다. “회교권이라든가 사회주의 국가들의 상당수는 선교사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지만, IT기술이라든가 의료기술을 가진 사람들의 출입은 환영합니다. 실력을 갖춘 크리스천들이 이들 나라와 사회에 들어가 인술을 베풀고 기술을 가르쳐 준다면 이들 나라가 변화됨은 자명합니다. 또한 이들 나라 학생들을 데려와 교육시켜서 그들의 고국으로 보낸다면 하늘나라의 지경 역시 자연스럽게 확장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 장로는 서울대를 거쳐 뉴욕 RPI 공과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1998년에는 20세기 영향력있는 지도자에 선정되기도 했다. 미국 NASA에서도 근무했으며 78년부터 95년까지 KAIST 교수를 지냈다. 한국창조과학회 회장을 지냈고 95년부터 한동대학교의 총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