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군인’…보이지 않는 세계 알게 돼
해병전우 모두가 해병선교회 회원

 지난 2월 13일 박환인 장로(전 해병소장)가 한국기독해병선교회 제7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박 장로는 올해 회원 배가운동, 해병 출신 목회자와의 유대 강화, 베트남 교회 건축 등 해외 선교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병선교호 선장이 된 박 장로. 그를 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이날 ‘북핵반대·한미연합사 해체반대 1000만 명 서명운동 중간보고 및 결의대회’ 기자회견장에서 17만 명이 넘는 서명을 받아낸 공로를 인정 받아 상패를 받았다.

 전라남도 남원에서 태어난 박 장로. 한학자였던 어버지가 원불교 회당에서 불전 봉독을 맡아 하실 정도로 독실한 원불교 집안의 장남이었다.
 도시에 있는 고등학교로 가려는 박 장로에게 아버지는 한국전쟁후라 나라가 어려우니 남원에 남아서 공부할 것을 권하셨다. 그래서 그는 남원농업고등학교를 입학하게 됐다.
 “어릴적부터 바다를 사랑했어요. 그래서 해군사관학교를 가고 싶었죠” 그 꿈을 위해 3년간 4시간 이상 자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거의 독학하다시피 공부를 했다.

 1956년 박 장로는 40대 1의 경쟁을 뚫고 해군사관학교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했다. 남원농고에서 최초의 해사 입학자가 된 것이다. 4년 후 졸업을 앞두고 박 장로는 해병대를 선택, 6개월 교육을 받은 후 사령관 상을 받으며  졸업했다.

 학연과 지연이 만연했던 시대. 박 장로는 어떤 연줄도 없었지만 오직 근면 성실 정직을 연줄로 삼았다. 그 밑천으로 미국 해병지휘참모대학에 유학을 다녀온 후 진급이 계속 될 때마다 우수표창장을 받았다. 이 ‘잘나가는 군인’은 ‘스스로 노력만 하면 무엇이든 된다’고 생각했다. 본인의 실력만을 믿었기 때문이다. 이런 그에게 하나님은 인간의 힘으로도 어쩔수 없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 눈을 뜨게 하셨다.

 “포항에서 대대장을 하고 있을 때입니다. 선배가 다른 부대 연대장을 맡고 있었는데 하루 아침에 옷을 벗게 되었다는 거예요. 아주 똑똑하고 장래가 촉망되던 선배였기 때문에 우리는 당연히 그가 장성이 될 것이라고 믿었죠.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간첩이 남파해 선배 밑에 있던 소대장은 그자리에서 전사했고 중대장과 대대장은 책임지고 줄줄이 옷을 벗어야만 했어요”

 그때 박 장로는 깨달았다. ‘아！ 내가 최선을 다한다고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구나.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바로 그때 미국 유학시절 동료가 그에게 전했던 전지전능한 하나님이 떠올랐다. 박 장로는 곧장 아내 고영자 권사에게 함께 교회에 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그의 상관 연대장이 독실한 불교신자인데다 연대장 부인은 고 권사를 데리고 사찰에 다니고 있을 때라 아내는 함께 갈 수가 없다고 거절했다.

 다음날 박 장로는 혼자 부대내 교회를 찾았다. 당시 새신자였던 박 장로는 교회안에서 서열 2위였다. 서열은 높았지만 찬송가도 성경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하나님 말씀이 너무나 궁금했다. 당장 집무실에서 성경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침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성경책을 먼저 읽고 업무를 시작했다. 찬양은 짚차로 이동할 때를 이용했다. 주일에 불렀던 찬양을 짚차안에서 불러 보고 또 불러봤다.

 “하나님이 저를 택하신거라고 생각합니다. 원불교도 불교도 제게 평안과 기쁨을 주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생전 처음 교회에 갔는데 참 기쁘더라구요. 그래서 그 다음 주부터 아내를 설득해 함께 교회에 나왔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늦게 믿음생활을 했지만 참 뜨겁게 배우면서 신앙생활을 한 것 같아요”

 강화에서 연대장을 맡은 그는 주일이면 컨테이너 장교 식당에 십자가를 달고 사단군목을 초청하여 예배를 드렸다. 이것이 씨앗이 되어 교회가 탄생됐다.
 하늘의 별보다 더 높다는 준장이 되었을 때 제주방어사령관을 맡았고, 소장으로는 수도방위사령부인 김포제2사단장을 맡았다.
 “사단장으로 신병훈련소에 갔다가 교회를 둘러봤어요. 교회는 큰데 신병수가 아주 적었어요. 그래서 해병대의 ‘신앙전력화’를 선포했습니다. 신병들이 교회로 몰려들었고 교회는 신병들은 차고 넘쳐 강단까지 신병들을 앉혀야 했습니다”

 이뿐 아니다. 김포에 해병제일교회를 헌당했다. 맡았던 부대마다 교회를 세우고 신앙인의 참모습을 보여줬다. 박 장로는 해병대 부사령관으로 35년의 군생활을 마치고 예편했다. “군 생활을 잘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아내의 기도 덕입니다. 군인 부인들이 사적인 모임을 가질 때 아내는 기도원에 가서 나라와 저를 위해 기도했어요. 저의 계급이 올라갈 수록 고 권사는 더욱 기도했고 결국 신학까지 공부하게 됐죠”

 그때는 사단장 부인들에게 자가용과 운전병이 배치됐다. 고 권사는 자신의 자가용이 생기자 신학대학에 들어가 신학공부를 했다. 현재 여의도순복음교회 권사회장인 고영자 권사. 박 장로는 그때 하나님께서 아내를 훈련시키셨던 것 같다며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이라고 말했다.
 박 장로는 예편 후에도 여의도순복음교회 방송국장, 교보문고 대표이사, 교보생명 상임고문, 해군사관학교 총동창회장, 해병대 전우회 부총재 겸 사무총장 등을 엮임했다.현재 해병선교회 회장, 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예비역 기독장교연합회(OCU) 부회장,여의도순복음교회 새신자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다.

 “해병선교회는 ‘해병대를 예수께로’라는 목표로 1994년 설립되었습니다. 올해 신병 1만여 명이 해병대로 입소합니다. 신병의 60%인 6000여 명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해병전우들이 초교파이며 해외재난 복구에도 앞장서는 해병선교회 회원이 되기를 바랍니다. 해병대는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지만, 해병선교회는 ‘한번 해병은 천국까지 해병’입니다”

 박환인 장로는 나라와 군복음화를 위해 뛰어다니느라 하루 24시간도 모자란다. 그에게 사역의 기본은 말씀을 붙잡고 실천하는 것. 주님이 주신 지상명령에 따라 항해를 시작한 선장의 도전 앞에 박수를 보낸다.(해병선교회 777-6613)    

       글·이소흔 / 사진·김용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