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의 시인 백거이(白居易)는 사랑을 노래한 시 ‘장한가’에서 이렇게 읊고 있다.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고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어지이다’ 비익조는 암컷과 수컷이 날개가 한 쪽뿐이어서 짝이 없으면 날 수 없는 전설의 새이고 연리지는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 나무처럼 자라는 것으로  부부애가 극진한 것을 비유하고 있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이것은 류시화의 시집 표제이다. 위 시의 구절들처럼 참으로 애틋한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는 노부부가 있다. 현제 섬기는 교회의 장로님과 권사님이시며 주님의 나라에도 충성된 분들이시다. 두 분은 처음 만나 가슴 설레던 청년의 날부터 황혼의 길목에 이른 지금까지 애오라지 한결같은 마음이시다. 지금도 남편 되신 장로님을 바라보는 권사님은  눈시울을 자주 적신다. 장로님이 당신의 남편이라는 사실이  그렇게 감격스러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장로님은 어떤 분이세요?” 궁금해서 물어보았더니 권사님이 환하게 미소 지으며 대답하셨다. “언젠가 모임에 갔다가 저녁시간이 훨씬 지나 돌아왔지요. 죄송하다고 사과를 드렸더니  장로님이 뭐라고 한 지 아세요? 이 시간에라도 들어와 준 것이 외려 고맙다고 하셨어요”
 장로님의 인품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웬만한 남자라면 화를 벌컥 내거나 좀 일찍 다니라며 충고하거나 둘 중 하나일 텐데.

장로님은 공직에 계실 땐 청렴결백하고 검소하기로 소문난  분이기도 하셨다. 일체의 탐욕과 부정을 비껴나 평생 깨끗한 양심의 자유를 지켜 오신 것이다. 권사님 또한 겸손하신데다 남을 향한 배려가 지극하시다. 게다가 두 분 다 지성과 덕성을 겸비하셨으니  금강석처럼 단단하고 라일락처럼 향기로운 사랑을 꽃피울 수 있었으리라. 그야말로 하늘에서는 비익조이고 땅에서는 연리지이다. 석양이 물든 길을 정답게 손잡고 걸어가시는 두 분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