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육신 사건은 가장 드라마틱한 네트워킹
연대감 형성 위해서는 신뢰감 있어야
   
 네트워킹(networking)은 정보사회로 들어오면서 급속하게 확산된 용어이다. 네트워킹이란 정보교환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개인들이 횡적 연대감을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네트워킹의 특징은 다른 조직과는 달리 자율적인 참가자로 이루어졌으며 책임과 권한이 분산되어 있는 데 있다. 네트워킹에는 상호작용, 링크, 그 외에 신뢰관계, 연고 및 우정, 공유된 이슈 등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성육신 사건은 네트워킹의 극치
 그러나 네트워킹은 21세기의 산물만은 아니다. 네트워킹은 이미 2천 년 전 예수님과 제자들의 관계에서, 그리고 기독교가 전파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물론 오늘날 선교에도 큰 몫을 하며 앞으로는 더 더욱 그럴 것이다. 

 성육신 사건은 인류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네트워킹이다. 기독교는 하나님이 인간과의 네트워킹을 위해 인간세계로 들어오신 것을 발단으로 한다. 성경은 세례 요한이 “보라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라고 안드레 등 자신의 두 제자에게 말하자 이들이 자발적으로 예수님께 링크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 후 안드레는 시몬 베드로를, 안드레는 또 베드로와 팀을 이루어 빌립을, 그리고 빌립은 나다니엘을 예수님에게 링크시켰다.

 예수님과의 대화를 통해 감동을 받은 사마리아 여인이 동네에 들어가 “나의 행한 모든 일을 내게 말한 사람을 와 보라”라고 하자, 많은 사마리아인들이 예수에게로 링크됐다. 예수님을 받아드린 사람들은 메신저가 되어 기하급수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계속 예수님에게 링크시킨 연쇄적 확산 반응이 전도 역사이다. 

전도는 신뢰감의 전이
 그러면 어떻게 하면 네트워킹이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날 수 있었을 까. 네트워킹에 가장 중요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신뢰감이다. 신뢰감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는 있지만 하루아침에 형성되지는 않는다. 신뢰감은 삶, 신앙, 일,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시험기간을 거치면서 형성되며 형성된 신뢰감은 제 3자나 집단에게 전이된다. 바이올라 대학교의 마빈 마이어스 학장은 “전도는 사람들 간의 신뢰감이 성령님의 도움으로 하나님에 대한 신뢰감으로 전이되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예수님이 신뢰성을 구축할 수 있었던 요인을 살펴보면 첫째로 세리, 병든 자, 간음한 여인 등 당시 사회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자들을 용납하고 그들의 존엄성을 인정해 주었기 때문이다. 기독교 시각에서의 용납이나 존엄성은 미래 지향적 개념이다. 예수님이 죄에 빠진 인간들에게 인간의 모습으로 오신 것은 인간이 예수님을 받아드리고 ‘구원’ 받을 수 있는 미래를 생각하셨기 때문이다.

 명심할 것은 타인 용납의 선행조건은 자아 용납이라는 점이다. 자신을 받아드리지 못하는 사람은 타인도 받아드리기 어렵다. ‘불완전한’ 자신이지만 성령의 도움으로 ‘완성의 길’로 가고 있다는 믿음을 가질 때 ‘불완전한’ 상대방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육신적 욕구를 발판으로 영적 욕구
 예수님에 대한 신뢰감이 형성된 둘째 요인은 사람들이 당면한 문제와 필요성에 대해 민감했다는 점이다. 병 고쳐주는 일, 고기 잡는 법, 포도주 만드는 법, 죄를 해결하는 법, 구원 받는 법 등을 알려주신 것이다. 

 예수님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당면하는 문제나 필요성을 추상적으로 다루지 않으셨다. 만나는 사람들 개인의 필요성에 대해 개별적으로 반응하셨고, 사람들의 개인적, 육신적 필요를 발판으로 해서 좀 더 심오한 영성 문제를 다루셨다. 예수님은 중풍병자에게 안심하라고 한 다음 죄 사함에 대해 대화하셨고 사마리아 여인에게 ‘물을 달라’고 하시면서 하나님이 주시는 ‘생수’에 대해 설명했다. 

 예수님이 신뢰성을 얻은 셋째 요인은 예측성이었다. 예수님이 ‘자신을 팔아넘길’ 제자에 대해 말한 것이나 ‘닭 울기 전’에 베드로가 예수님을 세 번이나 부인 하게 될 것, 바다 멀리 나가서 그물을 던지면 물고기가 많이 잡힐 것, 무엇보다 자신은 ‘떠나시고’ ‘성령이 오실 것’이라는 예견이 그대로 이루어졌다.

 당사자들은 이를 통해 예수님을 믿게 되었거나 믿음이 강화되었다. 불확실성 시대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미래 예측은 확실히 귀중한 것이다. 과거와 현재의 흐름에 민감하면서 우주만물의 운행을 주관하시는 주님께 구하면 우리 같은 ‘보통’사람들의 예측성도 개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자들은 신뢰감 형성 요인으로는 진실성과 전문성을, 그리고 저해 요인으로는 거짓과 비전문성은 물론 강한 두려움, 지배욕구, 권력행사를 꼽는다. 두려움을 영어로 Fear라고 하는데 혹자는 FEAR는 False Evidence Appearing Real, 즉 ‘잘못된 증거가 진짜인 것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대화와 문답으로
 예수님의 네트워킹을 살펴보면  예수님은 명령하달 식의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보다는 제자, 무리들, 심지어 그를 적대시했던 바리새인과 서기관들과도 대화와 문답을 선호했다.

  예수님 네트워킹의 또 다른 특징은 인내, 고통, 희생이다.  예수님은 고향의 친척들로부터 배척을 당하셨고 제자들도 자주 동문서답을 했다. 제자인 유다에게 배반당하고, 베드로로부터는 부인당하고, 종래는 십자가에 달리는 고통을 받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은 제자들과 관계를 맺으며 그들의 헌신을 이끌어 내셨다. 예수님은 십자가의 사랑, 고통, 용서의 시범을 보이셨다. 예수님의 메시지는 말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삶 그 자체였다. 
 
종적, 횡적 네트워킹
 예수님의 네트워킹이 현대 선교활동에 암시하는 바는 무엇인가. 첫째, 예수님의 제자들과의 관계, 사마리아 여인과 동네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볼 수 있듯이 교회지도자 및 성숙한 신앙인들과 초심자간의 네트워킹이 중요하다. 초심자들은 믿지 않는 친구, 동료들과의 네트워킹이 용이하며 그들을 하나님께 링크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둘째, 네트워킹은 통상 가족, 고향, 직장, 우정, 문제의식 등에 기반을 둔다. 그러나 기독교인들의 네트워킹은 인간들 간의 네트워킹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과의 네트워킹이 근간을 이루어야 한다. 인간들과의 네트워킹이 하나님과의 네트워킹을 앞지르면 ‘가지와 잎사귀는 무성하되 뿌리가 약하여 바람이 불면 쓰러지는 나무’와도 같다. 

 진정한 기독교적 네트워킹은 기쁨(Joy)이 된다. 그래서 JOY를 Jesus, Others, You의 약자라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가 예수님, 타인들과  네트워킹을 잘하면 아무리 힘든 세상을 살아가도 진정한 기쁨을 맛볼 수 있으며 전도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숙현 교수(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