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말로 예전에는 우리나라 방송제작진들이 일본이나 미국의 재미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고 내용이나 아이디어를 슬쩍 베껴서 제작 하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심지어는 프로그램 개편 시즌만 되면 일본으로 몰려가서 방송을 보고 오는 경우도 있었고 그곳에서 녹화한 비디오 테이프를 공수 받아 열심히 보고 또 보고하기도 했었다. 한마디로 표절을 밥먹듯이 했다는 얘기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미국이나 일본 같은 방송 선진국들은 우리보다 몇배의 많은 인력과 시간으로 아이디어를 짜 내는데 비해 우리의 방송현실은 제한된 인원과 제한된 시간으로 재밌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니 자연적으로 선진국에 비해 아이디어의 부족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청자들이야 그런 제작환경의 차이를 알 리가 있나? 그냥 무조건 재밌게만 해달라고 한다.

일본! 방송은 재밌는데 우리나라 방송은 왜 이렇게 재미가 없나? 이러면서…. 그러다보니 외국의 재밌는 방송, 그래서 대박이 난 방송을 그대로 가져와서 조금씩만 고쳐서 제작을 하게되는 유혹을 떨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외국의 프로그램을 그대로 베꼈다가는 난리가 난다. 일단 네티즌들이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네티즌들의 눈은 정말 무섭고 예리하다. 조금이라도 비슷한 컨셉이다 싶으면 곧바로 지적을 한다. 저 프로그램의 앵글은 일본의 어떤 프로그램의 앵글과 똑같다. 스토리가 너무 비슷하다. 배경이 비슷하다. 자막 글씨체가 너무 똑같다… 심지어는 어떤 네티즌들은 외국 방송의 한 장면과 우리나라 방송의 한 장면을 캡쳐해서 비교 분석까지 한다.

만약에 방송제작진이 저 멀리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한 시골 마을의 방송화면을 그대로 베꼈다고 하자. 그리고 저 남아공의 흑인음악을 그대로 가져와서 표절을 해서 주제가를 만들었다고 하자. 설마 북유럽의 방송인데… 설마 남아공의 음악인데…했다가는 정말 큰코 다친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알았을까 싶을 정도로 요즘의 네티즌들은 글로벌 적이며 또 방송전문가 못지 않게 지적하고 분석하기까지 한다. 정말이지 하늘아래 숨기고 감출수 있는 것은 없다. 언젠가는 반드시 밝혀진다. 차라리 이것은 외국의 어느 프로그램을 보고 컨셉을 차용해서 만들었습니다 하고 밝히고 방송을 하면 낫다. 문제는 마치 자기가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제작한 것처럼 하면 망신을 당하게 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요즘 제작진들이 가장 신경쓰는 것이 바로 네티즌의 반응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면서 더 신경써야 할 것은 하나님의 반응인데...
김종철(방송작가)Http://jongchul.fg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