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학교다닐 때 배우기를 우리 민족은 순한 민족이라 배웠습니다. 선생님께서 비유하시기를 동물로 치면 초식동물과 같다 하셨는데 실제로 우리민족은 피 흘리는 고기보다는 산과 들의 채소를 많이 먹는 민족이기도 한 것이 사실입니다. 선량하고 순한 백의민족은 그래서 반만년 역사 내내 이웃나라를 침략한 적이 없노라고 선생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비록 넉넉지 못해도 이웃끼리는 화목하였으며 자식은 부모님께 순종하고 제자는 스승님의 그림자도 밟지 아니하였습니다. 그것이 민족의 참 좋은 본성이어서 우리는 남들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인식의 훈장까지도 오래도록 누려왔던 것입니다. 그러던 민족이 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아무튼 이제 더 이상 양순한 민족의 행태적 범주 안에서 그 도덕적 영예를 누리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평범한 보통의 직장인들이 제게 월급을 주는 회사의 유리창을 깨부수는 것은 예사에 속하고, 사소한 일로 학생이 스승을 폭행하는가 하면 사회 질서유지의 경찰에게는 돌멩이와 화염병을 함부로 던져댑니다. 그런 사진들이 다른 나라의 신문과 방송에 실리는 바람에 우리 민족의 이름 코리언은 이제 어디에서도 착하고 순한 민족이라는 호칭을 듣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승객이 버스 운전자를 발길질로 마구 짓밟는 광경을 우리는 보도를 통해 봅니다.   재판을 받은 자가 퇴근길 판사에게 쇠 화살을 쏘는가 하면 근로자와 사용자는 하루도 평화로운 날이 없습니다.  

 머리의 붉은 띠는 이제 한국적 산업사회의 상징이 되기도 한지 오래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민족성의 자랑에 대한 배신이지 싶은데  그러나 그보다 더 두려운 것은 이 살벌하고도 무시무시한 폭력과 투쟁의 사회적 풍토가… 항용 온유하라고, 널리 화평하라고, 이웃간에 사랑하라고 하신 하나님의 명령을 정면에서 거부하는 벌 받을 짓이라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그 말씀에 순종하는 자에게 축복을 내려주지 않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으신 하나님이지만, 그러나 그 말씀에 거역하는 삶을 사는 자에게는 반드시 벌주시는 분이 또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시작도 끝도 말씀 안에 있음을 알기에 오늘 엎드린 통회의 기도는 다만 부끄럽고 안타까운 피눈물 그것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