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C훈련 받고 1995년 러시아로 출발 
거리의 아이들에게 사랑과 복음 전파  
성도들은 동전 모으기로 이웃사랑 실천   

 선교국 순복음세계선교훈련이 지금은 PMTC(Pentecostal Missionary Training Course)로 불리우지만, 내가 선교 훈련을 받을 때는 MTC(Missionary Training Course)라고 불리웠다. 훈련의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을 때 당시 담당이었던 김병기 목사님은 나를 부르시고 “러시아로 가라”고 말씀하셨다. 훈련원 입학 조건에 ‘비록 자신이 희망하는 곳이 아니더라도 교회에서 필요로 하면 어느 곳이든 간다’는 사항이 있었기에 나는 그 명령에 순종하기로 했다. 비록 내가 마음에 품고 기도하던 나라, 인도는 아니었지만 주님의 인도하심을 바라며 러시아 지도를 바라보며 기도했다. 그리고 1995년 3월 8일 드디어 파송장을 받고 러시아로 떠났다. 극동에 위치한 하바로프스크를 경유하고 더 북쪽을 향해 결국 야쿠츠크라는 작은 도시에 도착했다.

 그 곳의 첫 인상은 그야말로 잿빛이다. 회색구름이 가득 끼인 하늘하며 검은색 가죽 점퍼를 입은 사람들, 낯선 환경과 차가운 공기는 내가 시베리아 한 복판에 있음을 깨닫게 했다. 나는 무엇보다 이곳에서 존재의 이유를 알아야 했기에 기도하면서 주님의 말씀을 기다렸다. 그리고 도착한  지 한 달 가량이 지났을 때 성경 말라기 4장 2절 말씀을 통해 내가 이 곳에 있어야 하는 목적을 깨달았다. 

 “내 이름을 경외하는 너희에게는 공의로운 해가 떠올라서 치료하는 광선을 비추리니 너희가 나가서 외양간에서 나온 송아지 같이 뛰리라” (말 4:2)
 극동은 유러시아 지역에선 가장 먼저 태양이 떠오르는 지역이다. 또한 러시아 전체 지역이 필요로 하는 막대한 부(富)가 창출되는 지역이다. 따라서 이 곳의 풍부한 지하자원이 러시아를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지역에서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들이 일어나게 된다면 이 땅이 회복되어 질 것이며, 그들 스스로가 그토록 고대하는 참된 자유와 해방을 만끽하게 될 것이라는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이었다.

 극동지역은 태양을 숭배하는 샤머니즘이 대부분의 지역에 펼쳐져 있다.  9월에서 시작된 겨울이 이듬해 5월이나 되서야 끝나기 때문에 이들은 자연스럽게 따뜻한 무엇인가를 그토록 열망할 수밖에 없었다.

 야쿠츠크에 도착한 후에는 한 학교에서 교사로 일을 하며 현지 언어와 생활을 익혀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현지인들과 친구가 되어갔다. 학교에서 알게 된 아이들이 한 두 명씩 교회를 나오게 되었다. 학부형들도 교회에 나오게 되면서 지금의 사하순복음교회를 이루게 되었다. 한 명의 조선족 성도가 교회를 출석하면서 한 달도 되지 않아 50여 명의 조선족을 위한 예배도 시작되었다. 우리 부부는 그들과 함께 찬양하고 기도할 때면 고국에서 드리는 예배와도 같은 감동과 기쁨을 누렸다. 

 2001년 하바로프스크로 전임하면서는 하바로프스크순복음교회를 순복음의 영성이 충만하고 아이들을 위한 곳으로 발전시키고자 노력하였다. 러시아도 한국처럼 많은 사교육비가 지출된다.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하여 교회 내에 지역 주민들의 자녀를 위한 무료 컴퓨터 학습, 영화 상영 등 문화 사역을 전개했다. 그리고 거리에서 담배와 술을 배운 아이들을 교회로 인도하고자 했다. 이제는 그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교회에 나오고 있다. 주일 예배를 드리러 오는 아이들도 있지만, 평일에만 교회를 찾는 아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개의치 않는다. 언젠가 그 아이들도 주님의 사랑을 깨닫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나 역시 어린 시절에 동네 교회 앞 놀이터에서 놀다가 예배시작 종이 울리면 도망가던 때가 있었으니까 말이다.

 이곳 하바로프스크에 온 후에는 많은 현지인 사역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모두 오순절 교단 소속으로 나름대로 복된 사역들을 열심히 전개하고 있다. 특히 마약 퇴치, 금연, 금주, 교도소 사역 등 나같은 외국인 선교사들이 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사역들을 이들은 충실이 이행하고 있다.

 우리 교회는 이런 현지 사역자들과 협력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예로 죄를 지어 여자 교도소에 수감된 엄마를 따라 들어온 3세 미만 아동들을 위해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빈 집을 수리하고 부랑자들을 모아 공동체 사역에 나선 현지 목회자에게 물품도 전한다. 여름이 되면 함께 길거리에 나가 전도하고 간증을 전한다. 그러면 많은 이들이 우리의 우리가 전하는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인다.

 이러한 사역들이 가능하게 된 데에는 교회 성도들이 헌신한 동전 모으기 운동이 큰 힘이 되었다. 성도들이 모아온 동전들은 협력 목회자들을 지원하는 물품을 구입하는데 사용됐다. 우리 교회 성도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하나님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지금의 러시아는 10여 년 전과 판이하게 다르다. 넘치는 달러, 살아나는 경제로 삶의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이곳 사람들은 복음에 대한 외침보다는 소위 “부자되세요”라는 말에 더 솔깃해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10여 년 전에 이곳을 방문했던 사람들이 다시 이 곳을 찾는다면 무척 놀랄 것이다. 

 최근들어 개신교 선교사들에 대한 제재와 추방 조치가 더욱 강해져 가고 있다. 과연 우리에게는 얼마의 시간이 남아있을까. 비록 그 시간이 오늘로 마감된다 할지라도 나는 복음의 씨앗을 열심히 심으려 한다. 내가 씨앗을 심더라도 그것을 키우는 분은 하나님이시고, 눈물로 씨를 뿌릴 때 기쁨의 단을 거두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