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와 성장 통한 크리스천 삶

 일본에서의 첫 식사 때 들었던 테이블 매너가 있다. 첫째 일본은 숟가락을 쓰지 않는 문화이므로 미소시루를 먹을 때도 공기를 손으로 들어 입에 대고 젓가락으로 먹을 것, 둘째 자기가 먹던 젓가락으로 남에게 음식을 집어줄 때는 자신의 젓가락을 꼭 돌려서(Upside Down) 음식이 닿지 않았던 부분으로 전해줄 것, 셋째 음식을 받는 사람은 반드시 자신의 그릇으로 받을 것 등이었다.

 무릎을 꿇고 앉아 너무도 깍듯이 주문 받는 종업원의 태도에서부터, 식사를 무사히 마치기 위해서는 밥과 함께 계산하며 먹어야할 만큼의 앙증맞은 반찬가지의 양(量)과 수(數)….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모든 것이 달랐다. ‘옛날 우리의 선친들이 가르쳐주었다던 종(從)문화의 잔재가 아닐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혹시 우리의 선친들이 일본을 속국으로 여겨 앉을 때도 꼭 무릎을 꿇게 하고, 모자도 우리가 발에 신는 버선 모양으로 쓰게 하고, 양반들이 하인들에게 그러했듯이 젓가락으로만 밥그릇을 들고 먹도록 가르친 결과가 아닌가?’라고 생각했을때는 잠시 우월감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 일본인들의 장례식을 집례하면서 왜 일본인들은 음식을 젓가락에서 다른 젓가락으로 옮기지 않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매립지가 적어 보통 화장(火葬)을 한다. 납골당에 안치하기 전, 소각로(燒却爐)에서 막 나와 아직도 화기(火氣)가 가시지 않은 화차(火車)를 가운데 두고 가족과 친지들이 일렬로 서서 남은 흔적 중 몇몇 뼈 조각들을 젓가락으로 잡아 작은 용기에 담는 의식이 있었다. 이러한 문화가 있기에 식탁에서 음식을 젓가락으로 잡으면 큰 결례(缺禮)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은근히 일본을 무시하면서 선교사로 6년 정도를 일본에서 살다 보니, 화식(和食)집에서 미소시루를 수저로 떠먹는 사람들이 부자연스러워 보이고, 젓가락끼리 음식을 옮기는 사람들을 오히려 하시(下視)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설사 낮추어보던 문화라도 익숙해지게 되면 거기에 미숙한 사람들이 오히려 서먹해 보이는가 보다.

 기독교는 용서의 문화다. ‘용서’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우리와 화목하신 하나님께서는 우리 이웃들과의 화평도 강조하셨다. 우리의 머리카락까지도 헤아리시는 하나님, 그분이 허락지 않으면 날아가는 참새도 땅에 떨어지는 법이 없다고 하셨으니 우리가 받는 상처도 하나님의 주권 하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셨기에 생기는 것이 아닌가? 내게 상처 준 사람을 언제까지 미워할 것인가? 성경에 나오는 요셉도, 다윗도, 다니엘도 모두 그들의 대적(對敵)들로 인해 성장한 사람들이었다. 아픔을 통해 이루어지는 발전은 도외시 한 채 쓴물만을 토하는 치료되지 않은 마음과 스스로 원수를 갚으려는 것은, 아픔을 통해 나를 성숙케 하시는 하나님의 의도를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 아닐까? 원한을 품는 크리스천들의 고뇌를 하나님께서도 이해하시겠지만, 만약 쓰라림 자체로만 끝난다면 고난을 주신 하나님이나 그 의미를 깨달았던 성경상의 인물들이 얼마나 안타깝게 보일까? 용서와 성장이야말로 가장 자연스러운 크리스천의 삶이다.

 기모노(着物)를 입은 종업원은 한국인이고, 주방장으로 일하는 사람은 멕시코 사람인 일본식당에서 무언가 모를 불균형(Unbalance)의 미(美)를 보면서 크리스천으로서의 어울림과 어색한 문화를 생각해 본다.

김용준 목사(강북성전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