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심장병 어린이 수술, 선교 앞장
1989년부터 외국 어린이 초청해 수술
노블리스 오블리제 실천하는 의술인

 박영관 이사장 (부천세종병원·여의도순복음교회)

 40년간 ‘심장수술’이라는 한 길로만 걸어온 흉부외과계 권위자가 있다. 부천 세종병원 박영관 이사장이다. 그는 오히려 심장병 무료진료와 봉사활동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8700명의 국내 심장병 환자가 그의 도움을 받았다. 뿐만 아니다. 300명의 해외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들을 초청해 새생명을 찾아줬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박영관 이사장을 세종병원에서 만났다. 그는 심장병 어린이 시술에 대해 남다른 열정을 갖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다고 했다.

 “대학 졸업후 독일에서 흉부외과(심장외과) 연수를 받고 한양대학에서 교편을 잡았을 때입니다. 신문에서 낙도의 한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 쓴 편지 내용을 읽었어요. 제자가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심장병 수술을 못 받고 있는데 도와줄 방법이 없겠느냐는 것이었죠. 이때 제가 담당기자에게 수술을 하겠다고 전했고, 이 얘기가 언론에 알려지면서 성금이 모아졌습니다. 이 성금으로 그 학생 뿐아니라 여러 명의 심장병 환자에게 새 생명을 찾아줄 수 있었습니다. 심장병 수술을 받고 깨끗이 나아 환한 미소를 짓는 아이들을 보니 이루 말할 수 없는 보람과 기쁨을 느꼈습니다”

 이 사건은 박 이사장 개인에게 심장병 전문 병원을 개원하게 된 계기를 마련해줬다. 당시 한국에는 1년에 8000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출생아 120만명 중 0.8%가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었다. 환자 수가 너무 많아 몇몇 대학병원에서 심장병 환자들을 감당해내기는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러한 현실이 안타까웠던 박 이사장은 1982년 한국 최초의 심장병 전문 병원인 세종병원을 건립한다. 당시 민간 병원으로는 처음으로 심장병 수술에 성공했던 세종병원은 25년이 지난 현재 연평균 수술건수 1300건, 인공심장이식 최장기록 보유, 국내 최단기간 심장수술 2만례 돌파 등 외국에서도 선례가 없는 기록들을 세워 나가고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병원의 심장수술 성공률이 99.36%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타 대형 병원의 심장수술 평균 성공률이 94∼95% 수준임을 감안하면 가히 세계적으로도 손색없는 심장병 전문 병원임이 틀림없다. 박 이사장은 이러한 성과에 대해 ‘하나님의 도우심이 없이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1985년부터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조용기 목사님을 만나고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했죠. 목사님을 따라 남미성회도 따라갔었는데, 성회를 본 후 목사님을 더욱 존경하게 됐습니다. 얼마 전 조 목사님을 만났어요. 조 목사님은 후진국 아이들을 돕자면서 올해 20억원을 기부하시겠다고 말씀하셨어요. 20억원으로 외국 심장병 아이들 250명을 치료해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후원금으로 북한의 아이들까지 도울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박영관 이사장의 심장병 치료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국경이 없다. 박 이사장은 의료 기반이 취약하고, 경제난에 처해 있는 빈곤국 심장병 어린이들을 초청해 수술해주고 있다. 1987년부터 중국의 조선족을 위한 심장병 어린이 시술부터 베트남, 러시아, 몽골, 파푸아뉴기니, 우즈베키스탄, 말레이시아, 네팔, 키르키즈스탄, 필리핀 등 무료시술을 펼쳐왔다. 또한 중국 옌벤, 헤이룽장성 지역 병원의사들을 초청해 심장병수술 방법을 가르쳤다. 거기에 고가 의료장비까지 제공했다. 박 이사장의 이런 선행이 감사해 러시아는 장관감사장을, 몽골은 울란바타르 시장 감사장을 대사관을 통해 전했다. 또한 1999년 김대중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아이들에게 심장병 수술을 해줘서 고맙다며 아이들 이야기가 화젯거리가 되기도 했다.

 “심장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은 적절한 시기에 수술만 받으면 평생 정상인으로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술 시기를 놓치면 합병증으로 인해 불치의 병을 안고 살게 됩니다. 그때는 이미 현대의학으로도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의료기반이 취약한 나라에서는 선천성 심장질환에 대한 조기검진 체계가 미약해 수술 시기를 놓쳐 일을 그르치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박 이사장은 우리나라도 이런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20년 전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박 이사장의 진료실을 찾았다. 진찰결과 심실중격결손증이라는 비교적 간단히 수술할 수 있는 병이었다. 설명을 들은 아버지는 눈물만 흘렸다. 수술비 때문이었다. 10년후 박 이사장이 심장병전문병원을 세웠다는 이야기를 신문에서 접한 부녀가 다시 병원을 찾았다. 아버지는 10년 전에는 돈이 없었지만 이젠 얼마든지 낼 수 있으니 딸의 심장수술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심장정밀검사후 폐동맥 고혈압이 너무 심해서 도저히 치료할 수가 없는 병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설명을 들은 아버지는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당시 이런 환자를 치료하는 사람으로 영국의 야콥이라는 의사가 있어 부녀는 박 이사장의 편지를 들고 영국까지 가게됐다. 결국 딸은 고침받지 못하고 하나님 품으로 돌아갔다.

 “그 아이를 생각하면 너무나 가슴이 아파요. 이렇게 심장병은 적기를 놓치면 불치병이 됩니다.저는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그날까지 세계의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때까지 심장병 수술을 하고 싶습니다”

 박 이사장은 해마다 평균 13명의 외국 어린이를 초청해 무료 심장병 수술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300명이 넘는 외국 어린이의 생명을 구했으며 후원단체의 후원금 외에 박 이사장은 수십억원의 개인 사비를 털어 심장병 수술을 받게 했다.

 “하나님을 만난후 무엇이 변했냐구요? 만나는 사람들마다 인상이 변했다고 합니다. 모든 걱정 근심을 하나님 앞에 내려 놓으니 마음이 가벼워지고 주위사람들에게 관심도 가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생겼습니다. 하나님을 생각하고 웃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자꾸 기분이 좋아집니다”
 박 이사장의 미소에서 신앙의 향기와 사랑의 그윽함이 한껏 풍겨나온다.

글·이소흔 / 사진·김용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