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중 된 자가 먼저 된다’는 성경말씀의 깊은 뜻을 실감하고 있다. 아침 일찍 와서 일하나 오후 늦게 와서 일하나 품삯을 똑같이 주자 일찍 온 자가 포도원 주인에게 불평을 한다. “세상에 이런 불공평한 법이 어디 있습니까.” 그러자 포도원 주인의 준엄한 답변이 이어진다. “그래서 네가 손해본 게 있니? 그건 어디까지나 내 마음이다.”

  재작년에 예수를 영접한 두 친구가 있다. 이들이 3대 째 크리스천 집안에서 자라 ‘나의 등뒤에서 나를 도우시는 주’를 믿고 천하태평으로 신앙 생활하는 나에게 엄청난 자극을 주고 있다.

  한 친구는 무교(無敎)였고 또 한 친구는 타종교에서 개종했는데 어찌나 열심인지 감탄사가 절로 나올 지경이다.

  한 친구는 성경을 대체 몇 번이나 읽었는지 말할 때마다 말씀을 줄줄 인용한다. 아니나다를까 요즘 성경공부 클럽의 리더가 되어 모태신앙인 친구들을 가르친다고 한다. 성경이라곤 눈곱만큼도 몰랐는데, 놀라운 변신이 아닐 수 없다.

  또 한 친구는 큰 수술을 하고 회복된 지 얼마 안되었건만 매일 새벽기도를 다닌다. 정신과 전문의인데, 지난 크리스마스 때 알코올 중독자들을 연습시켜 병원에서 성가발표회까지 했단다. 환자 가족들이 그 공연을 보고 감동을 받아 공연장이 온통 눈물바다가 되었다고 한다. 늦게 포도원에 들어왔지만 이렇게 맹렬히 일하니 품삯을 똑같이 받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두 친구를 보면 주님이 나를 ‘당연히’ 지켜주실 것이라는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가는 품삯을 아예 못 받을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든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새벽기도다. 수십 년 간 심야형 인간을 고수하다보니 그야말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새벽기도에 나가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전체 크리스천 가운데 40대에 예수를 영접한 케이스는 4% 밖에 안 된다고 한다. 그만큼 힘든 관문을 통과한 두 친구, 늦게 예수 믿은 게 아쉽기만 하단다. 유년주일학교를 졸업한 나를 부러워하는 걸 보니 품삯을 똑같이 받아도 전혀 억울할 게 없겠다. 이제 나태해지려고 할 때마다 두 친구에게 전화만 하면 되니 든든하고 다행스럽다. 

이근미 소설가 www.rootl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