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기독인들의 은신·예배처 ‘카타콤’
무덤 위 덮개에 여러 상징과 기록들 남겨

초기 기독교인들의 대표적인 모임 장소는 가정교회와 지하묘지였다. 가정교회에서 기독교인들은 기도하고 찬양하며 성경을 읽고 성도의 교제를 나누었다. 또한 지하묘지에서 기독교인들은 함께 모여 식사하며 산 자와 죽은 자가 교제를 나누고 서로를 위해 기도했다. 그래서 묘지 안에 식사 시설과 핵심적인 무덤 주위에 건축 시설을 만들었다. 초기 기독교 시대의 사람들은 조상이나 특별한 사람들을 위해 무덤을 만들고 그에게 기도했고, 음식을 차려 놓았으며, 죽은 자의 생일이나 기일을 기념하여 모여서 식사를 하곤 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족과의 교제뿐만 아니라 특별한 죽은 인물을 기념하였는데, 특출한 사람의 영혼은 어떤 힘이 있어서 자문을 받을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런 배경 가운데 기독교인들이 행하던 묘지에서의 예식은 그리스와 로마에서 각색된 애찬을 중심으로 하고 있었다. 고대 그리스의 특별한 죽은 인물에 대한 제의와 초기 기독교 시대에 성자들을 모시는 것과는 강한 연속성이 있다. 콘스탄틴 이전 시대 기독교 무덤 유적은 로마에 가장 확실하게 남아 있는데, 그것은 카타콤으로 대표된다.

카타콤(catacombs)은 초기 기독교인들의 은신처요, 무덤이요, 지하 예배처이다. 로마제국 안에서 이탈리아와 시리아,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스페인 등에서 카타콤이 발견되지만 가장 잘 보존된 곳은 로마이다. 로마에서는 비싼 묘지 값을 해결하기 위해서 부드러운 지하를 파서 매장 시설을 만들었다. 로마의 카타콤은 그물망처럼 연결된 지하 통로의 곳곳에 수천 개의 무덤이 마련되었다. 그러한 카타콤은 2세기말에서 5세기말까지 약 3세기 동안 사용되었으며, 그곳에서 수많은 초기 기독교의 정보가 수집되었다. 무덤들은 테라코타 판으로 덮여 있었는데, 그것들 위에 여러 상징들과 기록들이 쓰여 있었던 것이다.

카타콤이 공공시설물로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카타콤을 초기 기독교 건축에 대한 정통적 요소로 간주하기 어렵다. 그러나 카타콤이 순교유적으로 기여한 것과 카타콤의 뚜껑을 덮은 묘지 시설들은 고찰할 필요가 있다. 일부 학자들은 카타콤의 기원이 뚜껑 있는 분묘인 티툴리(tituli)의 기원과 같다고 주장한다. 카타콤의 명칭은 흔히 귀족들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데, 그 까닭은 1∼2세기의 부유한 로마 기독교인이 그들의 영지를 초기 기독교에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유명한 몇 개의 카타콤을 살펴보면, 첫째로 프리실라 카타콤은 세 개의 각기 다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3세기말이나 4세기초에 하나로 함께 연결되었다. 세 개중의 한 지역은 아킬리우스 글라브리오 집정관의 가족묘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그는 도미티안 황제 때 죽었는데, 아마도 기독교인으로서 순교했을지 모른다. 프리실라 카타콤은 작은 무덤에서 크고 벽을 칠한 가족 무덤을 거쳐 정형화된 지하 납골소 같은 무덤구조로 발전하였다. 둘째로 1854년 교황들의 무덤이 발견되어 유명해진 성 칼릭스투스 카타콤은 묘지를 관리하던 집사의 이름을 따라 명명되었다. 문헌에 보면 3세기초 로마의 주교가 집사 칼릭스투스에게 카타콤 관리를 하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 기록은 기독교의 공적인 조직의 형성시기와 교회가 공적인 재산을 소유한 시기를 가리켜주는 것으로 무척 중요하다. 그 시기는 세속으로부터 기독교적 건축과 미술을 구별할 수 있는 시기인 3세기와 거의 일치하고 있다. 셋째로 도미틸라 카타콤의 도미틸라는 베스파시안 황제의 손녀이며 95년경의 집정관 플라비우스 클레멘스의 아내로 여겨진다. 그래서 그 카타콤의 땅이 플라비안 가문에 속했으며, 3세기 중반에 속하는 지하의 회랑이 플라비안 가문의 납골소인 것으로 여겨졌다. 플라비안 가문의 납골소에는 다니엘의 사자굴과 노아의 방주를 표현한 프레스코 그림이 그려져 있다.

로마의 카타콤에서 발견된 여러 증거들을 종합해보면, 로마의 교회는 2세기 말에 공적 교회가 되었다. 공적인 토지 소유주가 있었고, 그 관리인을 두었으며, 지하에 카타콤을 파서 만드는 사람을 고용했으며, 무덤을 매매하기도 했다. 그리고 점차 교회의 직분자, 즉 주교들을 위한 지하 건물을 만들게 됨으로써 기독교 문화의 흔적이 나타나게 되었다.
한상인 목사(성동성전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