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쓸쓸하면서도 설레는 달이다. 별로 한 일도 없이 한 해가 간다고 생각하면 괜히 가슴 한편이 서늘해진다. 하지만 나이 들어도 크리스마스 캐롤만 들으면 마음이 붕붕 뜨는 건 제어할 수가 없다. 12월 내내 화려한 트리가 거리를 밝히면서 축제 분위기가 이어진다. 성탄절을 상술에 이용한다, 너무 흥청거린다, 비판들이 많았지만 온 국민이 예수님 탄생을 축하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오히려 불황 때문에 갈수록 분위기가 가라앉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유년주일학교 교육을 착실히 받고 자란 나에게 12월은 고생을 사서하던 달로 기억되고 있다. 12월 24일 교회 무대에 서기 위해 방과후면 무조건 교회로 달려가 한 달 내내 노래와 무용, 연극 연습을 해야 했다. 12월 중순쯤 되면 아예 선생님 댁으로 불려가 연습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크리스마스 이브 때면 부모님 허락 하에 공식 외박을 했다. 교회에서 학생회원들과 선물교환과 게임 등을 하며 올나이트를 했던 것이다. 새벽 4시가 되면 꼬박꼬박 졸며 예배드린 후, 어른들 따라다니며 새벽송을 불렀다. 12월만 되면 그 모든 일들이 아름답게 편집되어 머릿속에 주르르 펼쳐지니 찬바람이 불어도 추운 줄 모르겠다. 

 조카들은 사정이 좀 다른 것 같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도 방과후 학원 가는 일을 그만둘 조짐이 안 보인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요즘 아이들은 반짝 사나흘 쉬고는 방학 내내 학원에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설사 아이들이 학원 빼먹고 저녁마다 교회에 모인다해도 바쁜 교회선생님들이 연습시킬 시간을 낼 수 있을까? 다들 왜 이렇게 분주하게 사는지 모르겠다. 

 조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그저 눈앞에 학교와 학원의 검은 칠판만 펼쳐지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대한민국의 바쁜 유년주일학교 학생들과 교사선생님들이 12월만이라도 시간을 내서 멋진 크리스마스 축하무대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지 제안해본다. ‘노는 게 버릇되면 안 된다. 속 편한 소리하지 말라’는 엄마들의 우려가 벌써부터 들려오는 것 같다. 예수님이 태어나신 12월만이라도 바쁜 사람들이 평화롭게 보내면서 ‘하늘에 영광’ 돌리면 좋을텐데.
이근미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