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간 약정은 무효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물권변동은 유효

부동산의 등기명의를 타인에게 신탁하지 말고 실권리자인 본인 명의로 하도록 규정한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고 약칭)이 1995년 7월1일부터 시행되었으므로 벌써 10년이 넘었다. 이 법의 중심내용은 당사자간에 명의신탁을 약정하더라도 그 약정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법의 내용에 대해 아직도 의문을 가지고 질문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명의신탁한 부동산의 등기명의를 실권리자 본인이 다시 되찾아 올 수 있는가에 대하여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명의신탁된 부동산의 등기명의가 현재 명의수탁자에게 여전히 남아 있느냐, 아니면 명의수탁자가 또 다른 제3자에게 부동산을 처분하여 등기명의가 이제 제3자에게 이전되어 버렸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 부동산등기명의 이전과정
2자간 명의신탁: 신탁자 ->명의수탁자 -> 제3자
3자간 명의신탁: 매도인 ->명의수탁자 -> 제3자
                       (단, 매수계약은 신탁자가 매도인과 직접 체결함)
계약명의신탁  : 매도인 ->명의수탁자 -> 제3자
                      (매수계약은 신탁자가 아니라 수탁자가 매도인과 대신 체결하고, 매도인은 신탁자의 존재를 알지 못함)

⑴ 명의수탁자가 제3자에게 등기명의를 이전시켜 버린 경우(소유권을 상실함)
명의수탁자가 마음이 바뀌어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여 등기명의를 이전시켜 버린 경우에는, 실권리자인 본인은 부동산의 소유권을 종국적으로 상실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부동산 실명법 제4조 제3항은 비록 명의신탁약정이 무효라 하더라도, 부동산 거래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제3자의 등기를 유효하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의신탁자는 부동산을 처분한 명의수탁자에게 금전으로만 부당이득을 반환할 것을 요구할 수 있을 뿐이며, 대신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를 위한 보관자의 지위를 위반하였으므로 횡령죄가 성립한다.

⑵ 명의수탁자에게 아직 등기명의가 남아 있는 경우(원칙: 소유권 회복가능, 예외 한가지: 소유권 상실)
-원칙: 부동산의 등기 명의가 아직도 명의수탁자에게 남아 있는 경우에는, 실권리자인 본인은 한가지 예외를 제외하고는 명의수탁자로부터 소유권을 회복할 수 있다.

즉, 실권리자인 본인은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명의신탁약정 무효를 원인으로 말소등기청구권을 직접행사하거나(명의신탁자가 당초부터 자신의 명의로 되어 있는 자신의 부동산을 명의수탁자에게 이전해 놓는 ‘2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매도인을 대위하여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행사하여(명의신탁자가 타인의 부동산을 매수하면서 등기명의만 명의수탁자로 하는 ‘3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수탁자로부터 소유권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에 큰 염려가 없다.

-예외: 그러나, 예외적으로 ‘실명법 시행이후’에 이루어진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의 경우에는 주의해야 한다. 즉,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을 직접 매수하는 당사자로 전면에 나서는 대신에,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를 위하여 매수인으로 등장하고, 매도인은 명의신탁자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계약명의신탁’의 경우에는(매수계약 자체를 명의수탁자가 행한 경우), 명의신탁약정 자체는 무효이더라도 물권변동은 유효하다고 실명법 4조2항 단서에서 규정하고 있으므로, 명의신탁자는 소유권을 상실하고, 대신 명의수탁자가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한다(다만 ‘실명법 시행이전’에 계약명의신탁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대법원판례는 원칙으로 돌아가 신탁자가 소유권을 회복하도록 보호하고 있음).

이러한 계약명의신탁에서는 명의수탁자가 유효한 소유권자이기 때문에,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해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Dyream@chol.com 법조선교회, 법무법인 유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