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용 권사(성우•갈보리교회) 
   15년 간 시각장애우 위한 녹음봉사 
   발음 음성 클리닉 무료로 운영 

 ‘올라갑니다’  ‘내려갑니다’ ‘1층 입니다’ 요즘 엘리베이터를 타면 차분하면서도 상냥한 목소리를 자주 듣게 된다. 한번쯤 ‘이 소리는 사람의 목소리일까? 혹시 그렇다면 누구의 목소리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길 때가 있었을 것이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정부용 권사이다. “시각장애인을 배려하기 위해 음성안내가 도입됐어요. 엘리베이터 제작사는 여러 곳이어도 음성시스템을 만든 곳은 한 곳이에요. 최근 들어오기 시작한 일본제품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엘리베이터 속의 목소리는 제 목소리예요” 

 알고 들으면 이 엘리베이터 안내 음성 하나에도 정부용 권사의 철학과 신앙의 향기가 배여있다. “더 예쁘게도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어떤 사람은 부인과 막 싸우고 난 다음에 엘리베이터에 탔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피곤에 지쳐서, 어떤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에 빠졌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활기찬 예쁜 목소리가 나오면 그 사람 기분이 어떻겠어요. ‘저 사람은 뭐가 좋아서 목소리가 저래’라며 낙담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단순한 멘트지만 겸손과 따뜻함이 있는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했어요” 역시 명함에 찍혀 있는대로 목소리의 미스코리아다운 마음 씀씀이다. 

 30여 년을 성우로 살아온 정부용 권사는 성우계의 베테랑이다. 정 권사는 1973년 MBC공채 2기로 성우 생활을 시작해 82년에는 MBC방송연기 대상 특별상을 수상했고 1980년대에는 ‘주스는 마시고 알맹이는 터트리고’라는 음료광고 멘트를 상큼하게 각인시키며 수십여편의 음료, 제과 CF속에서 두각을 보였다. 

 정 권사의 목소리는 중요 국가 시설에서도 들을 수 있다. 공항 관제탑과 파일럿과의 교신시 기상상태를 알리고 이착륙을 명하는 목소리도 정 권사의 음성이다. 항만시설과 지하철, 관공서 등 기관에서도 정 권사의 목소리가 들린다.  정 권사는 CF나 목소리 극 분야 뿐 아니라 남다른 영어 실력으로 ‘MBC라디오생활영어’, ‘이것이 미국영어다’ 등 다수의 영어교재와 학습교재의 해설을 하기도 했다. 정 권사는 “CF도 많이 했지만 제 목소리를 들으면서 국어, 음악, 영어를 공부한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이름이 정부용이라서 그런지 학습교재나 정부 관련 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돈 버는 일보다 하나님 일을 하는 것이 훨씬 좋아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정 권사는 15년 동안 갈보리교회 녹음봉사회에서 봉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책을 읽어 녹음해서 테이프를 보내주는 일을 해요. 특히 시각장애인 신학생이나 목회자들이 교재 녹음 요청이 들어오면 최대한 빨리 성심성의껏 해드리려 노력하죠” 이렇게 만들어진 테이프 속의 아름다운 목소리는 시각장애인들의 마음속에 따뜻한 빛으로 전달된다. 15년간 했으니 그 양이 상당할 텐데 일일이 세어보지 않아 분량은 잘 모른다고 한다. “시간 날 때마다 오는 50∼60명의 회원들과 즐겁게 봉사하고 있어요” 정 권사는 늘 교육부장 자리에서 회원들을 섬기고 있다. 

 2년 전부터 정 권사는 녹음봉사 외에도 자신의 달란트를 더욱 값어치 있게 사용하고 있다. 바로 ‘목회자를 위한 발음 음성 클리닉’ 운영이다. 이를 통해 목회자들이 원래 가지고 있는 좋은 목소리를 찾아주고 효과적인 설교전달 및 표현법을 가르쳐준다. “클리닉에서 제가 강조하는 것은 정확한 발음보다 영성 있는 음성이에요. 영성 있는 음성이란 태초에 하나님께서 아담을 창조하실 때 아담에게 불어 넣어주신 생기, 즉 숨결이 들어 있는 음성이죠. 하나님께서 흙으로 아담을 지으시고 아담에게 그냥 ‘후’ 짧게 한번 숨결을 넣으셨을까요? 깊이 사랑하는 마음과 힘을 다해서 불어 넣으셨을거에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손자들을 찾을 때  보세요. 사랑하는 감정을 주체 못해 ‘에구 에구 우리 강아지 왔어!’라고 하시잖아요” 정 권사는 영성 있는 음성으로 설교하려면 하나님과 순간순간 동행하면서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설교해야한다고 전했다. 

 정 권사도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기도한다. “길을 가다가도 ‘하나님 제가 가야할 길을 알려주세요. 좌회전 인가요 우회전 인가요’ ‘하나님 오늘은 선물을 사야 해요.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할지 모르겠으니 제 발걸음을 인도해주세요’라고 기도해도 반드시 하나님께서 그 기도도 응답해주세요” 정 권사는 수강료도 받지 않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오히려 다과를 준비해 놓고 기다린다. 넉넉한 마음으로 ‘계산은 하나님과 한다’며 큰소리친다. “이곳에 오시는 목사님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시는 분들이에요. 목회자가 평신도에게 배움을 구한다는게 쉬운가요. 배우는 과정에서는 약한 모습이 드러나기 마련이잖아요. 그래도 하나님께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영월, 춘천, 대전 등에서 먼 길 마다않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월요일마다 달려오는 분들이 얼마나 귀해요” 최근 하나님께서는 정 권사가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승용차를 선물로 주셨다. 기적과도 같은 이 일은 그가 공짜가 없으신 하나님의 은혜를 사람들에게 전하는데 좋은 간증이 되었다. 

 그동안의 신앙생활을 통해 ‘내가 가진 것은 모두 내 것이 아니다’라고 고백하는 정 권사. “하나님께서 이 좋은 달란트를 주셨는데 저 혼자 잘 먹고 잘 살라고 주셨을리 없어요. 요즘 자기를 위해 비싼 운동이나 명품으로 너무 많은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러면 다른 사람에게 인색하기 쉬워요. 저는 제 돈도 제 몸이 제 것이 아니라 하나님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누구든 쉽게 도울 수 있어요. 이런 삶속에서 하나님께 드린 것 이상으로 더 많은 축복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아요” 

 정 권사는 발음 음성 클리닉 운영과 녹음 봉사 외에도 극동방송에서 아침마다 방송을 통해 성경낭독으로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고, 목포 극동방송에서 전화를 통해 하는 ‘정부용의 아름다운 스피치’ 강좌도 한다. 또 이천의 성서침례대학교대학원에서 특강을 맡고, 교회연합신문에 칼럼을 기고하는 등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매일 기독교방송을 보면서 목사님들의 스피치 방식과 제스처 등을 연구하며 설교 전달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앞으로의 비전을 묻는 질문에 정 권사는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요. 제 힘이 다하는 날까지, 하나님께서 그만 하라고 하실 때까지 그만 두지 않을 거예요. 제가 좋아하는 성경인물이 바나바에요. 하나님의 종인 사울을 도왔던 바나바. 제가 일을 그만두게 되면 하나님도 손해가 크실 걸요?”라며 어린아이처럼 환하게 웃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