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정부의 다양한 부동산 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중의 핵심적인 대책이 대출을 규제하여 은행 문턱을 높이는 것이다. 은행 문턱이 높아지든 낮아지든 돈을 빌린 사람은 이자를 물어야 한다. 언젠가는 원금도 갚아야 한다.

 그런데 이상한 은행이 있다. 이자를 받지 않고 원금을 갚지 않아도 된다. 지난 해 11월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이 설립한 장애인SOS은행이다. 이 은행의 설립 동기가 인상적이다. 작년 초 청각장애인 한 명이 노점상을 하다 적발되어 나온 벌금 70만원을 놓고 고민을 하다 자살을 하고 말았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미국의 교포 독지가가 5000만원을 기증하고 서울의 한 교회에서 5000만원을 보태어 자본금 1억 원으로 은행 문을 열었다. 경제적으로 위기상황에 처한 장애인들이 사회복지사를 통해 SOS를 보내면 100만원까지 대출이 된다. 상환기한은 본인이 정한다. 기한 내 상환하지 못해도 독촉하거나 연체이자를 부과하지 않는다. 대신 연체가 되면 추가대출이 안 된다. 은행은 자본금이 소진될 때까지만 문을 연다.

 이렇게 출발한 은행이 1년이 지났다. 그 동안의 대출실적은 6000만 원인데 아직도 6000만원이 남았다. 대출 받은 사람들이 형편이 나아져서 갚은 사람도 상당수에 이르는 까닭이다.

 올해 추수감사절을 맞아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에서는 또 하나의 특별한 은행을 설립했다. 이번에는 생명의 쌀 은행이다. 한 성도가 은행설립을 위해 1억 원을 자본금으로 기탁하면서  “목사님, 이 돈으로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해주세요. 복음과 함께 쌀을 전해 주세요”라고 부탁했다. 단장인 조현삼 목사는 대출원칙을 이렇게 정했다. “먹을 것이 없어 굶는 사람들에게 쌀을 대출한다. 쌀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나중에 형편이 되면 갚아도 된다. 그러나 꼭 갚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쌀 대출은 본인이 직접 할 수 있고 주변에서 대신 신청할 수도 있다.” 

 성도들은 이 두 은행을 천국은행, 눈물은행, 감동은행, 행복은행, 아름다운은행이라고 부른다. 이런 은행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소망과 함께.
양병무(숙명여대 여성인적자원개발대학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