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수용소 실상 다룬 뮤지컬 ‘요덕스토리’
‘한국의 레미제라블’ 외신들 극찬 쏟아져
8, 9일 수원 문화의전당서 마지막 공연
       
 

“뮤지컬 레미제라블에 견줄 수 있는 매우 정열적인 뮤지컬”-워싱턴 포스트,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한인 2세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LA타임즈, “요덕 스토리는 시대가 만든 뮤지컬이자 시대의 상징이다”-일본 마아니치 신문 등을 비롯해  CNN, BBC, 로이터 통신, 일본 산케이신문 등 주요 외신들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받은 ‘요덕스토리’.

  10월 4일부터 워싱턴, 뉴욕, LA에서 열린 뮤지컬 ‘요덕스토리’의 공연은 세계 언론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9회 공연에 2만2000명의 관객이 몰려 대성황을 이뤘고, 전회 매진은 물론 공연 5시간 전부터 줄을 서고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관객들을 위해 공연장 밖에 전광판을 설치했으니 말이다.  

 요덕스토리는 탈북자 출신 감독이 실화를 바탕으로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인권 유린을 폭로한 뮤지컬이다. 북한을 긴장시키고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주인공은 ‘JSA 공동경비구역’ ‘쉬리’ 등의 시나리오를 각색했던 정성산 감독이다. 평양에서 영화대학을 다니던 정 감독은 남한 방송을 들었다는 이유로 13년을 선고받았다. 수용소로 후송돼 가던 중 호송차가 굴러 간신히 탈출에 성공했지만 그의 가족들은 이미 추방당해 중국으로 도망쳐야했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 들어온 정 감독은 우연히 전도지를 나눠주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집사를 만나게 됐다. 그의 집을 심방한 성도들은 숟가락과 냄비가 전부인 살림을 보고 가전제품을 모두 가져와 그의 집을 채웠다. “그 집사님과의 만남을 계기로 신앙생활을 시작했어요.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저에게 친정같은 곳이에요. 1997년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를 다닐 때 교회에서 주신 장학금으로 다녔거든요” 

 4년 전 그가 북한을 소재로한 KBS드라마 ‘진달래꽃 필 무렵’ 작가로 활동할 당시 북한에서 비보가 날라왔다. 아들이 남한에서 북한을 비방한다며 아버지가 수용소에서 공개처형을 당한 것이다. 어머니는 정신이 이상해졌고 형제들은 모두 이혼당하거나 수감됐다. 어린 조카들도 9명이나 죽음을 당했다. 그는 매일 눈물로 지새우며 가족들 생각에 몸부림쳤다.  

 정 감독은 십자가가 곳곳에 세워져 있는 서울의 야경을 보고 하나님께 울부짖었다. “정말 하나님이 계시다면 너무하지 않으세요? 서울 시내에 엄청 많은 십자가가 있는데 왜 북한에는 몇 개 그것도 거짓 십자가를 세워주시는 거예요? 전지전능한 하나님이 왜 보고만 계세요? 제가 남조선에 온게 그렇게 큰 죄인가요? 그래서 아버지가 공개처형을 당해야 했나요? 주님의 뜻이라면 아이들까지 죽이진 마셔야죠” 

 좌절한 그는 죽기를 작정하고 매일 1박스씩 술을 마시고 유서를 썼다. 손목을 칼로 긋고 구급차에 실려가면서 하염없이 울었다. 새벽예배, 철야예배를 통해 남한에 오게 하신 이유를 묻고 또 물었다. “그때 마음속 깊이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라’는 말씀이 들려왔어요. 문화를 통해 북한을 알리겠다는 비전을 갖게 된거죠” 

 십자가를 보며 그는 새로운 각오를 세웠다. 방황과 외로움의 싸움을 이겨내고 북한의 현실을 알리는 작품을 만들겠다고 말이다. “북한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올랐지만 사랑과 용서로 테마를 바꾸니 끊임없이 메시지를 주시더군요. 북한을 통해 한국사람들을 깨우치라는 하나님의 메시지를 받았어요” 저주를 버리고 용서와 사랑의 마음을 품자 하나님은 그에게 지혜를 주셨다. 주기도문을 변형한 요덕스토리의 주제가도 그때 영감을 받아 쓰게 됐다. 

 “아버지 남조선에만 가지 마시고 우리 부모 형제들이 있는 공화국에도 가주십시오. 100번 남조선에 오시면 한번 만이라도 공화국에 가주세요”라는 그의 간절한 기도는 요덕스토리에 그대로 녹아내려 최고의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2년간의 산고 끝에 예수님의 사랑과 용서, 속죄의 내용을 담아 탄생한 요덕스토리는 3월부터 10월까지 111회 공연을 마치고 약 14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외신은 물론 우리나라 언론에서도 앞다퉈 보도하며 뜨겁게 조명했다. 7개월 만에 미국까지 진출했으니 창작뮤지컬로서는 성공을 넘어선 기적이었다. 

 하지만 특이한 것은 투자회사가 없다는 거다. 북한의 실상이 자세히 다뤄진다는 이유로 정부의 압력을 받았고 투자를 약속한 회사도 하나 둘 자취를 감춰버렸다. 작년 11월에 요덕스토리에 대한 첫 기사가 나간 후 투자는 커녕 그를 죽이겠다는 협박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공연을 올리기 전 배우들 사례비와 의상비, 식비 조차 없어 눈물만 흘렸다. 30만원이 없어서 키우던 고양이를 팔고, 사채를 끌어쓰기도 했다. 

 “아무리 매일같이 목사님을 만나고 교회를 찾아다녀도 모금한 돈이 200만원도 안됐어요. 하지만 신문에 후원자가 없어 요덕스토리 공연이 어렵다는 기사가 나간 후로 십시일반 후원이 들어왔어요. 하루에 2000만원, 열흘만에 1억원이 모금됐죠” 1000여 명의 후원자가 모여들면서 우여곡절 끝에 양재교육문화회관에서 3월 15일 첫 공연이 올랐다.  

 “제가 그 공연을 꼭 3월에 올려야 하는 이유가 있었어요. 아버지 생신이 3월 26일이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놀라운건 뭔지 아세요? 3월 26일부터 매진이 되더니 표가 없어서 못볼 정도였어요”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이회창 전대표 등 정계 인사들이 모여와 본 뒤로 티켓 판매량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교회와 사회단체에서 요덕스토리가 북한인권 현 정권에 대항할 수 있는 컨텐츠라고 많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목사님은 목사님을 전도시키는 작품이라고 하셨고, 당시 박근혜 대표는 한나라당도 못한걸 했다고 했죠. 요덕스토리를 통해 주님이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하실지 기대돼요” 

 요덕스토리가 성공하자 스텝들도 변화되기 시작했다. 초기에 배우와 스텝들 중에 하나님 믿는 사람이 80명 중 5∼6명도 안됐는데 이제는 70%가 예수님을 영접해 기도하며 공연을 준비한다. 요덕스토리는 지금 8, 9일 수원 문화의 전당에서 한국에서의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다.   

 정성산 감독은 미국공연을 마치고 4억원의 빚을 떠안았다. 집세도 두달치나 밀린 상태에다 돈을 재촉하는 전화가 빗발치지만 그의 얼굴은 환하다. “요덕스토리는 지금 주님이 만드신 핵폭탄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내년에는 미국에 진출할 껍니다. 미국과 유럽, 일본, 폴란드 아우슈비츠에서도 공연할 계획입니다. ‘요덕스토리’를 영화로 만들꺼구요. ‘빨간 천사들’이라는 새 영화도 제작 마무리 단계에 있습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하나님이 하시면 못할 것이 없습니다. 북한의 변화와 복음화를 위해 북한의 실상을 세계인들에게 제대로 알릴껍니다”

 그는 후원과 기도를 거듭 부탁했다. “요덕스토리가 죽으면 안돼요. 대안이 없습니다. 많이 기도해주시고 후원해주세요. 세계 5대 뮤지컬에 요덕스토리는 꼭 들어갈 꺼예요. 전 세계 사람들에게 현존하고 있는 수용소를 알리고 하나님이 살아계시다는 것을 꼭 전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