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 (마 5:13)
  물질주의 시대에 새로운 성화 세계 연 선구자 
  유화, 드로잉에 이어 동판화서도 역량 드러내

                                                              
 예수님은 8복에 대한 가르침을 힘차게 선포한 다음에 보다 각론적인 말씀으로 이어갔다. 늘 감탄하지만 그는 진정 위대한 교사이다라는 놀라움이다. 그는 사례와 반어 대비를 적절히 구사하여 이해를 쉽게 시키면서도 결코 본질을 놓치지 않게 한다. 무엇보다 그 권위와 확신에 찬 한마디가 전파처럼 전해와 백열 같은 강렬한 햇빛의 세례를 받고 있는 느낌이다.

 그리스도는 세상 살아가는데 어쩔 수 없이 부딪혀야하는 물질 문제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를 자상히 안내해 준다. 물질을 가졌을 때(마 6:19-23)와 물질이 없을 때 (마 6:25-34)를 구별하여서까지 말했다. 물질이 있을 때는 하늘에 쌓아두라고 했는데(마6:20) 이는 구제와 선한 일에 아낌없이 쓰라는 뜻일 게다. 없을 경우에는 이렇게 하라고 더 길게 강조하여 설파하였다.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목숨을 위하여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몸을 위하여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 목숨이 음식보다 중하지 아니하며 몸이 의복보다 중하지 아니하냐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하냐”(마 6:25, 26)

 어느 조류학자의 말에 따르면 제비가 새끼를 키우기 위해 하루에 130여 마리의 벌레를 잡아 먹여준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된다. 새나 개미나 모두 열심히 일하는 것을 예수님이 모를리 없다.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지 일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고통이 없다는 얘기도 아닐 것이다.

 솔직히 우리 인생은 지뢰밭길을 걷는 듯이 아슬아슬하다. 그 과정에서 하나님의 가르침과 이 속스러운 내 인간적 염려사이를 이어주는 통로는 기도라는 확신이 든다. 염려를 기도로 바꾸라는 어느 분의 말씀이 큰 울림으로 들리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거기서 도달하고자 하는 곳은 평화, 하나님이 주시는 평화이길 기원한다.

 ‘그리스도의 설교’에서 보여주듯이 렘브란트는 유화작품과 드로잉에서도 뛰어나지만 동판화에도 탁월한 역량을 드러내고 있다. 암스텔담의 반고흐 미술관의 감동을 안은 채 들린 릭스왕립미술관에는 렘브란트의 ‘야경’을 비롯해 이 동판화 작품도 그곳에 걸려 있었다. 이어 찾은 렘브란트의 집은 이제 기념관으로 쓰고 있었지만 그의 명성에 걸맞게 귀족의 대저택을 방불케 한 4층의 벽돌로 지은 육중한 건물이었다. 지금도 제일 윗층에 판화압축기가 설치되어 있었고, 렘브란트 뿐 아니라 그 제자들 작품의 복제품도 팔고 있었다.

 렘브란트가 살던 무렵은 상업의 활성화로 물질주의가 팽배하고 이제 교회의 제단화 주문도 줄어들었으며 일상현실 삶의 소재가 영적이고 신앙적인 소재를 대치하고 있었던 변화의 시대였다. 아직도 그림자처럼 남아있던 매너리즘은 그림의 혼이나 메시지를 중시하기보다 기법상의 완성도에만 치중하는 감이 있었다.

 이 같은 부정적 흐름을 거부하고 새로운 성화의 세계를 연 렘브란트는 선구자로 평가되어야 마땅하다. 그것은 고독과 고통을 이기며 성경을 알을 품듯이 안고 고뇌하며 묵상하며 삶 속에 실행하려 몸부림친 화가에게만 가능한 결실이었다.

 이 작품에는 작가의 서명도 제작연대도 나와있지 않은데 그것은 렘브란트만이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겠다.

이석우 (경희대학교 사학과 명예교수, 역사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