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깜빡 잊고 휴대폰을 챙기지 못하고 그냥 나온 적이 있었다. 휴대폰을 빼놓고 나왔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멀리 나온 터라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휴대폰 없이 하루를? 그래 본 적은 없었지만 좋다 까짓 거 한번 해 보지 뭐. 옛날엔 휴대폰 없이도 잘만 살았는데. 맞아, 이 참에 휴대폰 같은 거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스스로 깨우쳐야 돼. 그런데 이게 웬걸. 어느새 나는 내 손이 허전하다는 것을 느끼면서 쉴새없이 주머니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그것만이 아니다. 특별히 중요한 전화가 걸려올 곳이 있는 것도 아닌데 지금쯤 누군가 나한테 애타게 전화를 하고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이 복잡한 도시의 정글 속에서 나 혼자 외톨이가 되어 있다는 불안감. 거기에다 내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싶어도 머릿속으로 외우고 있는 전화번호가 단 한 개도 없었다. 세상에나 내가 이렇게 기억력이 없었다니. 나중에는 내 주머니 어디선가 휴대폰 벨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환청이 들리기 시작했으며 나는 그 어떤 일에도 집중할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휴대폰 없이 하루를 버텨보겠노라고 스스로 호언장담했던 것을 포기하고 점심나절에 집으로 돌아갔다. 단순히 휴대폰 하나 때문에. 나는 분명 휴대폰에 중독되어 있는 삶을 살고 있다. 아침에 눈뜨면서부터 잠자리에 들어갈 때까지 내 손에서 휴대폰은 절대 떠나는 일이 없다. 휴대폰에서 기억해 주는 전화번호가 있기 때문에 따로 전화번호를 외울 필요도 없다. 복잡한 돈 계산도 다 알아서 해 주고 뉴스까지도 전해 준다. 사진과 동영상도 기록해 주니 어찌 곁에 끼고 살지 않을 수 있겠으며 어찌 중독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디 휴대폰뿐인가? 단 하루도 인터넷을 들여다보지 못하면 불안해 안절부절못하는 삶, 차가 없으면 스스로 이동을 포기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리는 삶이 나의 모습이다. 마약이나 담배나 알코올만이 중독되는 게 아닌가 보다. 나는 종류만 다를 뿐이지 거의 중독환자나 다름없다. 문명의 중독자. 이건 아마도 나뿐 만은 아니리라. 하지만 우리가 정작 중독되야 할 것은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예수 중독이다. 내가 애인처럼 애지중지하며 늘 끼고 사는 휴대폰처럼 그래서 단 한순간도 내 손에 있지 못하면 아무 것도 못하는 휴대폰처럼 예수님에게 중독되어 단 하루도 만나지 않고 기도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질 않고 불안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중독환자... 그래. 그것 좋다. 예수중독자... 난 오늘부터 예수중독자가 되어야겠다.
김종철(방송작가) Http://jongchul.fg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