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 시장 정직 선언 위해 ‘봄바니에’ 만들어
가정 사역의 중요성 알리는데 사명 다할 것

장준영 장로(봄바니에 대표·여의도순복음교회)

 남산 소월길은 요즘 단풍이 한창이다.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손꼽혀 연인이 데이트하기에 그만이다. 거기에다 길목에 자리잡고 있는 웨딩숍 윈도우 너머 보이는 고급스런 드레스와 턱시도가 이 가을, 청춘 남녀의 가슴을 더욱 설레이게 한다. 결혼은 확실히 젊은이들이 꿈꾸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그래서 결혼을 앞둔 이들에게 가장 행복한 말이 있다면 ‘봄바니에’일 것이다.

 ‘봄바니에’(Bom Boniere). 이탈리아어와 그리스어에서 비롯된 이 말은 “특별한 파티나 이벤트 등의 행사시 초대한 손님들에게 오랫동안 메모리로 간직할 수 있는 아름다운 선물”이란 뜻을 담고 있다. 특별한 날 행사중 웨딩을 상징하는 봄바니에는 서양에서는 상용화된 말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단 한 곳에서만 공식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장준영 장로의 웨딩숍 뿐이다. 봄바니에는 고급스러운 이미지 창출을 위해 전문 네이밍 회사에 투자해 얻은 브랜드명이다. 상표등록을 해두었기에 이 곳 외에는 ‘봄바니에’라는 말을 상용화할 수 없단다.

 5층 전층을 사용하는 이곳은 이른바 토털 웨딩숍이다. 신부의 드레스를 직접 제작하는 것은 물론 신랑의 신사복, 연미복, 예복도 제작하고 신랑 신부가 예복을 입고 예식 리허설도 할 수 있다. 이 곳만의 자랑인 5층 아트하우스는 남산의 절경과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명소로 신랑 신부를 위한 피로연 장소 등 다양한 이벤트를 가질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장 장로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결혼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이 아름답고 특별한 날은 신랑 신부와 가족 모두 행복한 날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1992년 시내 백화점에서 판매할 예복 주문이 들어왔을 때 예복에 거품이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후 손님들에게 평생 추억으로 간직할 예복을 실비로 선사하고 바른 웨딩문화를 만들어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죠”

 원래 그는 소공동에서 맞춤 양복으로 유명한 코스모스 양복점을 운영해 온 장인이다. 양복 전문가로 36년 간 명성을 떨치고 있는 그는 롯데백화점에 남성복 코스모스를 납품, 입점까지 하고 청와대 의전복을 만들만큼 실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남성복 전문가인 그는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웨딩드레스를 빌릴 때 무료로 턱시도를 대여해 줄 만큼 턱시도나 연미복을 제대로 만드는 곳이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1992년 롯데월드 예식장을 시작으로 롯데백화점 본점, 잠실점, 영등포점, 청량리점에 예복을 제작, 납품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웨딩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웨딩숍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장소를 물색하던 중 남산이 눈에 들어왔어요. 주일 일찍 예배를 드리고 남산을 따라 땅 밟기를 하며 지금 봄바니에가 있는 여관 주변을 한바퀴씩 돌았죠” 땅 살 돈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믿고 구한대로 받은 줄로 믿으라”고 순복음이 주창하는 이른바 ‘바라봄의 법칙’을 늘 기억했다. 그리고 여리고 성 돌 듯 그가 바라 본 땅을 6∼7년 동안 한 주도 거르지 않고 기도하며 맴돌았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쉬지 않고 여관 주변만 맴돌자 여관 주인이 그를 숫기 없는 사람으로 오해하고 손짓하며 “방이 있으니 들어와 쉬다 가라”고 했단다. 또한 여관 주인이 바뀌어도 어떻게 들었는지 그의 존재를 알더란다.
 “솔직히 땅 살 여윳돈도 없으면서 믿음으로 그 땅을 내 것으로 바라보았다는 것이 순복음의 신앙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죠. 그러나 결국 하나님의 뜻하신 계획이 있어 이 곳에 아름다운 웨딩숍을 세우게 되었어요”
 건설업체의 부도, 주변의 만류 등 고난도 많았지만 장 장로는 숱한 어려움을 이기고 지난해 초 봄바니에 매장을 오픈했다. 그리고 올해 10월 들어 본 궤도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추수감사절을 맞아 장 장로는 다른 때보다 감사가 크다고 고백했다.

 그는 봄바니에를 만들면서 이 곳을 향한 하나님의 구체적인 계획을 알고 싶어했다. 그리고 얼마 전 그가 해야 할 일을 발견했다. 바로 가정의 중요성을 알리는 사역이다.
 “결혼을 앞둔 신랑 신부에게 바른 결혼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하나님 앞에서 결혼이 얼마나 신성한 일인지, 그리고 결혼 후 가정을 지켜 나가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알려주려 합니다. 다행히 미국에서 사역하는 목사님 부부의 도움으로 예비 또는 신혼 부부를 대상으로 세미나를 개최할 계획입니다. 결혼 전부터 가정의 중요성을 알려준다면 30%가 넘는 이혼율을 줄일 수 있겠죠”

 매출보다는 웨딩시장의 정직화와 결혼의 신성함을 알리는 일을 더 중요시 하는 장 장로. 그는 이 일의 중요성 못지 않게 지난 20여년 간 이끌어 온 롯데백화점 신우회도 무척 아끼고 있었다.
 “교회에 가면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생각에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지만 결국 그 곳에서 신앙생활하며 제 자신을 하나님께 드리게 되었어요. 직장 복음화를 누구보다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제가 몸담고 있는 롯데백화점 직원에게 복음을 전하고 싶어 신우회를 조직하게 되었고, 매주 화요일 저녁마다 성경공부 모임을 이끌고 있지요”

 고객의 옷을 제작하는데 있어 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을 만큼 언제나 최선의 삶을 추구하는 명장 장준영 장로. 그러나 정작 자신을 위한 옷 한벌 만들어 입어본 적이 없다는 그의 고백에서 겸손과 성실이라는 두 단어가 연상됐다.

글·오정선 / 사진·김용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