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영의 법률이야기 - 변제의 충당

 합의 지정 없을 땐 채무자 유리하게

 Q :  A씨는 조그만 사업을 하고 있는데 사업이 그다지 잘되지는 않는 형편이다. 그는 최근에 집을 한 채 마련하고 싶었다. 그래서 A는 경제적 사정이 좋은 친구 B씨로부터 ‘주택자금’으로 2006년 1월 1일 1억 원을 빌려 집을 구입하였다. A는 돈을 빌리는 김에 아예 같은 날 다시 B로부터 ‘사업자금’으로 2억 원을 추가로 빌렸다. 사업자금을 빌릴 때 A는 구입한 주택을 A에게 담보로 제공하여 저당권을 설정해 주었다.

 A :  주택자금 1억에 대하여는 1년 후 인 2007년 1월 1일에 이자 1000만 원과 비용 100만 원을 덧붙여 상환하기로 하였고(총1억1100만 원), 사업자금 2억은 같은 날에 비용없이 이자 2000만원만 덧붙여 상환하기로 약정하였다(총2억2000만 원). 

 드디어 2007년 1월 1일이 되어, A는 B에게 원금3억 원과 이자 3000만 원, 비용 100만 원을 모두 합한 3억3100만 원을 변제하여야 했다. 그런데 A의 사업이 예상외로 부진을 면치 못하여 A는 갚을 자금을 충분히 마련치 못하고 간신히 1억 원만 겨우 마련하여 이를 B에게 제공하였다. 이 경우 A는 B에 대하여 어떤 채무를 얼마나 갚은 것으로 볼 것인가? 주택자금을 갚은 것인가? 아니면 사업자금을 갚은 것인가? 만약 주택자금을 갚은 것으로 본다고 해도 원금을 갚은 것인가? 아니면 이자를 갚은 것인가? 이는 변제의 충당순서에 관한 문제, 즉 채무자가 변제 시 어느 채무를 상환하는 것으로 볼 것이냐의 문제이다. 

 채권관계에 있어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당사자의 의사의 합치, 즉 ‘합의’가 최우선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A와 B가 충당순서에 대하여 합의한 바가 있다면 최우선적으로 이 합의에 따른다. 만약 A와 B간에 충당순서에 대하여 합의한 사실이 없을 경우에는, 변제자인 A가 B의 동의를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충당순서를 ‘지정’할 수 있다. 즉 A는 1억 원을 주택자금을 상환하는 것으로 지정할 수도 있고, 사업자금을 상환하는 것으로 지정할 수 있다. 

 단, 상환대상 자금을 지정하는 것이 A의 자유이더라도 비용, 이자, 원금간에는 원금이 존재하여야 비용, 이자가 발생하는 것이므로 ①비용, ②이자를 먼저 상환시키고, ③원금을 가장 나중에 상환시켜야 한다(변제를 수령하는 측인 B도 일방적으로 충당순서를 지정할 수 있으나, A가 이의를 제기하면 B의 지정은 효력을 잃게 되므로 그 힘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런데 위 사례와 같이 만약 쌍방간의 합의도 없고, 일방에 의한 지정도 없다면 어떻게 될까? 이때는 변제자인 채무자 A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해진다(물론 비용, 이자, 원금의 충당순서는 쌍방합의가 없는 한 바꿀 수 없다). 위 사례에서 A는 사업자금을 빌릴 때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였는데, A입장에서는 담보제공된 사업자금을 먼저 상환하는 것이 담보없는 주택자금을 상환하는 것보다 유리하므로, 사업자금을 비용, 이자, 원금의 순서로 상환시키게 된다. 

 따라서 A가 B에게 제공한 1억 원은 사업자금의 이자상환에 2000만 원, 원금상환에 나머지 8000만 원이 충당되어, A는 사업자금의 경우 원금1억2000만 원이, 주택자금의 경우 원리금과 비용 합계 1억1100만 원이 각각 채무로 남게 되는 것이다.
Dyream@chol.com 법조선교회, 법무법인 유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