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낯에 침 뱉으랴’라는 옛말이 있지만 웃는 낯에 침 뱉을 뻔한 경험을 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바쁘게 가는 사람을 잡고 “도를 아느냐?”고 묻거나 활짝 웃으며 유인물을 마구 떠안기는 사람과 마주보고 웃기 힘든 게 사실이다. “먼저 웃고 먼저 인사하자”는 구호도 있지만 그랬다가는 실없는 사람으로 찍히기 십상이다.

 어린이 유괴사건이나 여성 실종사건의 범죄도구는 다름 아닌 웃음과 친절이다. 웃는 얼굴로 친절을 베풀면 누구든 방심하게 되고, 그로인해 범죄의 희생물이 되기도 한다.

 친절과 웃음을 상술과 범죄에 이용하다보니 친절이 공해가 되고 웃음이 경계 대상이 되어버렸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낯선 사람의 친절과 웃음은 일단 의심부터 해봐야 한다.

 지난 20일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한국오순절 100주년 기도대성회를 마치고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화사하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 ‘아, 이번에는 또 뭐야?’하는 표정으로 얼굴도 다 돌리지 않고 그녀를 바라봤다. 노트를 펼쳐들고 있어서 설문조사를 하려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기도대성회를 참관하고 돌아가는 길이라는 총신대 신학과 1학년 여학생은 나에게 뜻밖의 제안을 했다.

 “아는 분을 위한 중보기도는 많이 하시잖아요. 우리 학과에서는 전혀 모르는 분을 위한 중보기도 운동을 펼치고 있어요. 기도제목을 알려주시면 매일 아침 기도해드릴게요”

 텁텁한 지하철 승강장에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느낌이었다. 웃음과 친절을 상술에 이용하는 사람에게 질려 있다가 기도해주겠다는 얘기를 들으니 얼떨떨하기만 했다.

 이름모를 그녀에게 감사하며 ‘웃음과 친절을 그대로 믿을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이근미 소설가 (www.rootl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