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처럼 꿈꾸며 연기자로 우뚝서  
새벽 무릎꿇고 기도하며 하루 시작

 국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은 인기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 ‘야인시대’, ‘모래시계’, ‘파리의 연인’, ‘변호사들’ 등에서 냉정한 성공자의 모습으로 열연한 탤런트 박영지 장로(본명 국중호). 사장실이나 이사실에서 만나야 할 것 같은 그를 여의도순복음교회 여의도직할성전 교회학교에서 만났다. 박영지 장로의 첫 인상은 브라운관에서 보던 차가운 눈빛과 굳게 다문 입술이 아닌 웃는 얼굴로 문 앞에 서서 예배실로 들어오는 아이들을 안으며 반기는 따뜻한 모습이었다.

 2004년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장로장립을 받은 박 장로는 광명성전 교회학교에서 책임장로로 헌신했다. 교회학교 학생들이 탤런트를 보여준다며 친구들을 전도해, 교회학교 건물을 새로 지어야할 정도로 학생 수가 늘었다고 한다. 광명성전에서 봉사를 마친 박 장로는 현재 여의도직할성전에서 헌신하며 교회학교 아이들에게 푹 빠져 있었다.
 “주일학교 아이들은 교회의 미래이자 희망입니다. 그래서 양육이 참 중요합니다. 어제도 밤 늦게까지 촬영하고 새벽에 들어왔지만 저는 이 봉사가 소명이라 생각해서 교회로 달려왔습니다”

 박 장로는 전남 담양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다행히도 초등학교 다닐 때 하나님을 만났다. “서울에서 농촌 봉사 왔던 전도사님이 저녁마다 대나무밭에서 저희를 모아놓고 재미난 성경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하나님을 만나서 꿈을 갖게 됐고, 하나님의 인도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하지만 그는 곧 고향을 떠나야했다. 한국전쟁 후 먹고 살기위해 가족들과 함께 무작정 서울로 상경한 것이다. 박 장로는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기 위해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일을 했다. 고된 생활 속에서도 14세 소년은 탤런트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다. 그 소년은 어떤 어려움도 연기의 연습이라고 생각하며 꿈을 잃지 않고 이겨냈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1971년 4000명이 지원한 MBC 4기 공채 탤런트 시험에서 최종 합격한 그는 연예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박 장로는 무슨 역할이든 받아들였다. 대사 없는 단역이 대부분이었지만 이를 악물고 연기에 전념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그에게도 대사 있는 역이 왔다. ‘수사반장’에서 온갖 범인 연기를 했고, 간첩 잡는 드라마에서는 단골로 간첩 연기를 맡았다.

 “광화문에서 한 초등학교를 지나가는데 아이들이 ‘살인마다’라고 소리를 치는 거예요. 그때만 해도 아이들이 지금처럼 드라마와 현실을 잘 구별하지 못했지요. 그래서 아이들이 살인마라고 외치며 돌을 던지고 도망간 적이 있었어요. ‘113수사본부’에서 간첩연기를 할 때였어요. 광화문에서 잠실까지 버스를 타고 다니는데, 버스 안에 자리가 있어도 앉지를 못했어요. 앉으면 얼굴이 잘 보이기 때문에 서서 천정에 붙은 손잡이를 잡고 얼굴을 숙이면서 버스를 탔죠. 그날도 그렇게 가는데 어디선가 ‘어머머 간첩이다！’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당시에는 간첩 신고는 인생 로또였습니다. 보상금이 그만큼 많았다는 이야기죠. 여학생들은 계속해서 ‘그래 그 간첩이다’라는 거예요. 버스에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쫓기듯 내렸는데 마침 비까지 내리더군요. 그래서 잠실까지 비를 맞으며 걸어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렇게 힘든 연기생활을 이어가던 박 장로에게 가족들의 병고는 더 큰 짐이었다. 아픈 어머니와 우울증을 앓는 식구까지 있었다. 교회를 다닌지 한참이 지나 초등학교 때 가졌던 믿음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때, 후배의 전도를 받았다.
 주일날 아침 “형님 뭐하세요? 일요일에 집에만 있지 말고 잠깐 나와보세요”라는 후배로부터의 전화한통이 다시 그를 신앙의 세계로 이끈 것이다. 후배와의 약속장소로 간 박 장로 앞에 봉고차가 한대 섰다. 그 안에는 동료 탤런트 6∼7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이 내린 곳은 교회였다. 그곳에는 부흥성회가 열리고 있었다. 마침 성극공연이 있었는데, 이를 본 박 장로는 큰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그 후배의 제안으로 성극을 시작했다. 그리고 연예인선교회에 등록해서 본격적인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그 당시 함께 성극하던 동료 중 7명이 목회자가 되었고 나머지는 장로, 권사가 되어 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새롭게 신앙에 눈을 뜬 박 장로는 새벽 기도를 시작했다. 자신의 집에 기도실을 만들어 새벽마다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기도가 끝나면 순복음가족신문에 게재된 조용기 목사의 설교를 크게 읽으며 발음연습을 한다. 자신의 경험을 거울삼아 그는 후배 연기자들에게 신문을 건네며 아침마다 읽을 것을 권유하며 전도하고 있다.
 “요새는 매니저나 소속사 없이 일하기는 힘든데, 저는 매니저나 소속사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드라마에서 연기를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일을 우선순위로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벽에 기도하고 나면 생각지도 않은 분들을 통해 일이 들어옵니다. 하나님께서 제 매니저이신 셈이죠”

 하나님 일을 우선순위로 할 때 얻는 기쁨을 박 장로는 생활 속에서 체험하고 있었다. 매니저 되신 하나님께 자신의 일을 맡기고, 하루하루 충성되게 살아가는 박영지 장로. 신앙의 힘으로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그의 연기인생에 박수를 보낸다.

  글·이소흔 / 사진·김용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