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머니에 있다고 모두 내 것 아니죠”

장학금 지급 등 이웃 위한 나눔 아낌없어
10회 노인의 날 행사서 246명 효자 격려

“이 땅에서 노인으로 사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모릅니다. 올해만 해도 중풍에 걸린 아내를 4년 동안 수발하던 75세 할아버지가 아내를 하늘로 먼저 보내고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았습니까? 또 한겨울 서울 사는 자식 집에 찾아온 노부모를 냉방에 방치하고 집을 비워 아버지는 동상과 패혈증으로 사망하고 어머니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한 패륜범죄가 있지 않았습니까? 얼마나 끔찍합니까? 요즘 보릿고개 같은 어려움은 없다지만, 아직도 힘겹게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하나님이 세끼 먹을 양식을 주셨으면 나머지는 이웃을 위해 쓰는 게 좋지 않겠어요? 돈이 많다고 네 번 다섯 번 먹을 것도 아니잖아요”

서원석 장로의 일성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누가 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확연히 다른 말이다. 말하는 사람의 진심을 알 수 있게 하는 건 역시 내뱉은 말에 대한 실천이다.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의 말을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 이런 면에서 서 장로는 남다르다.

40여 년 전부터 사재를 털어 어려운 이웃들과 쌀을 나누었고, 14년째 서울 종로 인왕산노인정과 전북 김제노인정에서 노인들을 위한 경로·생신잔치를 매월 벌이고 있다. 후학들을 위한 장학사업도 있다. 서 장로는 그를 나아주고 길러준 고향의 후배들을 위해 재경 군산중·고등학교 장학재단을 설립, 분기별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고, 현죽효행상을 제정해 전국의 효자·효녀·효부들에게 매년 1억 여 원의 격려금을 주고 있다. 이뿐 아니다. 16년 전부터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개안수술자들을 지원, 지금까지 700여 명이 새 빛을 찾도록 도와주었다. 어지간한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엄두를 내기 힘들 듯 보이지만, ‘하나님이 부르시는 순간까지 열심히 일하고, 주신 재물은 이웃과 함께 쓰겠다’고 했다.

하나님이 복을 주시는 이유를 발견케 하는 대목이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돈이 많은 사람이든 적은 사람이든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느낌은 같습니다. 다르지 않아요. 과거 한 때였지만 ‘아까운’ 마음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건 돈이 내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내 지갑 속에 들었다고 그 돈이 모두 내 것은 아니에요. 하나님이 남보다 더 주신 건 다른 사람의 몫을 위탁해주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주인이신 하나님이 원하시는 대로 쓰는 게 맞지요. 그걸 내 것으로 생각하면 그때부터 ‘행복 끝, 불행 시작’이죠. 살아보니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그런 게 아니더군요”

1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는 회사의 회장직함을 가진 서 장로지만 옛날이나 지금이나 점심 주메뉴는 자장면 아니면 설렁탕 같은 서민적인 음식을 먹는다. 넓은 사무실을 쓸 수 있는 재력이 있음에도 그의 사무실은 그리 넓지 않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검소함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는 게 회사사람들의 말이다. 그렇게 알뜰하고 살뜰하게 돈을 모아 이웃을 위해 아낌없이 쓰는 그를 보니 ‘작은 거인’ 같다. 청빈한 삶으로, 작은 예수로 살아가려 애쓰는 서 장로와의 만남은 늘 유쾌하다.

서 장로는 2일 열린 ‘제10회 노인의 날 기념행사’에서도 246명의 효자·효녀·효부들에게 격려금을 전했다. 노인들을 위한 일을 더욱 확대해 보려는 생각에서 올해 그는 (사)대한노인회 중앙회 이사라는 직함까지 맡았다. 80세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열정적으로 일하는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