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아파트 5층 맞은편 집에 안경 낀 사내아이가 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 물어본즉 초등학교 3학년이라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와 너무나도 꼭 같이 닮은 사내아이가 또 하나 8층에서 내려오고 있음을 엘리베이터에서 발견했습니다.

 부리부리한 눈에 안경 모양도 같고 곱슬머리도 같고 하얀 피부마저도 꼭 닮은 꼴이어서 두 아이는 쌍둥이가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물어본 즉 8층 아이는 4학년이라 했습니다.

 “우리 5층에 너랑 꼭 닮은 아이 사는 거 혹시 아니?”하고 곱슬머리를 쓰다듬으며 장난삼아 물었습니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나를 올려다보았습니다. “걔 만나면 기분이 어떠니?” 그러자 아이의 입에서 뜻밖의 대답이 나왔습니다. “기분 나빠요”하고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뒤도 안 돌아보고 달아나는 것이었습니다. 자기와 닮은 꼴 아이를 만나면 반갑지가 않고 기분이 나쁘다? 며칠 후 5층 아이를 또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이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져 보았습니다. 아이의 대답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나랑 너무 똑 닮아서 기분이 아주 나빠요” 

 그러자 문득 언젠가 잡지 같은데서 우연히 꼭 같은 의상을 차려입고 행사장에서 마주친 인기 영화배우 두 여자가 서로 기분 나빠 했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났습니다. 닮은꼴을 만나면 사람은 기분 나빠 한다-는 게 아마 통념인 모양입니다. 아무튼 그로부터 한동안 시간이 흐른 뒤의 어느 날 저녁 때 나는 아파트 놀이터를 지나다가 앞서의 안경잡이 닮은꼴 사내 녀석 둘이 서로 사이좋게 깔깔거리며 놀고 있는 광경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이 내심 신기하여 다가갔습니다. “너희들 서로 친해졌니? 서로 만나도 이제 기분 안 나빠?” 그러자 녀석들이 대답했습니다.   

 “우리 이제 친구하기로 했어요” 시이소 널빤지에 잠시 걸터앉아 녀석들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서로 만나면 기분 나빠 했으나 지난 여름방학 때 단지 앞 상가교회의 주일학교에서 만나 함께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친구 하기로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내 입가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우리 주님이 가르쳐주신 그 미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