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선적이고 무뚝뚝하기만 했던 모습에서
가족의 행복을 지키기 위한 모습 클로즈업
최근 ‘아버지’들이 영화스크린과 TV브라운관을 넘나들고 있다. 영화계에 새로운 기록을 세운 ‘괴물’에서 우리는 두 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 박강두의 아버지 박희봉(변희봉)과 현서의 아버지 박강두(송강호). 두 아버지는 한강에 등장한 괴물 앞에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인물들이었지만 그들은 가족을 지키려는 마음, 즉 부성애 하나만으로 그 괴물과 맞선다. 처절하기까지 했던 그들의 투쟁은 영화 ‘괴물’을 영화계의 괴물로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영화 ‘플라이 대디’에서도 평범한 직장인 39세의 아버지 장가필은 성추행 당한 딸의 복수를 위해 싸우는 방법을 배운다. 그것도 열아홉살짜리 고등학생을 스승으로 모시고. 어떻게 보면 무모하고 어리석은 일일 수 있지만 장가필(이문식)은 아버지로서 또 자신이 갖고 있는 가족에 대한 사랑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TV도 예외는 아니다. 얼마 전 막을 내린 KBS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에서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아버지 최장수(유오성)는 죽는 그 순간까지 자신의 아이들과 아내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브라운관을 눈물바다로 만들었었다.
하지만 이렇게 영화스크린과 TV브라운관에서 보여 지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아버지들은 다른 영화나 TV드라마 속 주인공이나 영웅들처럼 대단한 능력을 소유하거나 경쟁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지키겠다는 신념하에 괴물과 싸우기도 하고 자존심을 버려가며 어린 스승에게 싸우는 방법을 배우기까지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애처로운 ‘아버지’들에게 열광하고 지금까지 느끼지 못한 애틋한 감정이 생기고 있다. 왜일까.
기존의 아버지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것은 가부장적인 모습에서 나타나는 독선적이고 무뚝뚝하다. KBS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의 아버지 나양팔(박인환)은 그 대표적인 경우다. 양팔은 전직 직업 군인이라는 점에서부터 권위적인 아버지라는 느낌을 준다. 어떤 일이든 자기 방식대로 해결한다. MBC드라마 ‘얼마나 좋길래’의 이대양(김영철)도 푼수기가 있는 아내와 철없는 큰 딸을 호령하며 '폭군'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과거의 아버지들은 자신들의 이상과 자아실현을 위해서 때론 가족들에게 희생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에 등장한 아버지들은 자신을 희생하고 나아가 가족들의 안위와 행복을 자신의 이상과 자아실현을 동일시한다. 즉 가족의 행복이 자신의 자이실현이거나 가족이 행복하지 않고는 자신도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것이 TV쇼프로그램 ‘불량아빠클럽’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아버지들은 자녀교육에 대한 고민하고 자신들의 예전 모습과 비교하며 끊임없이 고민한다.
TV와 영화스크린 속에서 이런 아버지들의 사랑, 부성애에 열광하는 한 앞으로도 이런 아버지들의 모습은 계속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가 아버지들의 사랑에 너무 굶주렸기때문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