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희 집사(은평대교구)

   피가 멈추지 않는 '특수 혈소판 감소증'
   기도에 매달리며 교회봉사에 최선 

 “지선이 엄마! 애가 코피를 흘려” 지선이가 3살이던 19년 전, 내 등에 얌전히 업혀 있던 아이의 코에서 피가 흘러 아이의 옷과 내 옷이 점부 피로 물들어 있었다. 누가 때린 것도 아니고 어디 부딪힌 것도 아닌데 피가 흐르다니. 더구나 시간이 흘러도 피가 멈추지를 않았다. 병원으로 아이를 안고 달렸다. 동네 병원에서는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다. 형부의 소개로 여의도성모병원에 아이를 데리고 갔다. 

 병원에서는 피검사를 하더니 당장 아이를 입원시키라고 했다. 입원이라는 말에 어안이 벙벙한 우리에게 의사는 “애를 그냥 집으로 데리고 가면 큰일이 일어날수도 있다”라고 했다. 이어 골수 검사 등 보다 정밀한 검사를 했다. 지선이의 병명은 특수 혈소판 감소증이었다. 정상인의 수치는 15만∼30만이라는 데 지선이는 1만도 채 되지 않는 수치가 나왔다.그때까지만 해도 지선이는 별 문제없이 밝고 명랑하게 자라는 아이였다. 조금 이상한 점이 있었다면 멍이 들면 두세달씩 갔고 감기를 자주 앓아 아이가 약한 체질인가 보다라고 생각했었다. 

 입원과 동시에 지선이도 나도 이전에 누리던 평범한 삶은 사라져버렸다. 기약없이 병원에 머물며 각종 검사와 100가지도 넘는 약물에 대한 테스트를 받아야 했다. 지선이의 입원조치가 있은 후 둘째 시누이가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전도사님과 병원으로 달려오셨다. 시누이와 전도사님은 아이를 위해 기도해 주시면서 우리 내외가 꼭 교회에 다녀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다. 하루 아침에 일어난 막막한 상황 앞에서 남편과 나는 시누이를 따라 교회에 갔다. 그리고 기도했다. “하나님 지선이를 고쳐주세요. 어른인 저도 병원에서 생활하는게 이렇게 힘든데 작은 몸으로 시달림을 받는 지선이가 고통받지 않고 하루 빨리 퇴원하게 해주세요” 남편과 교대로 한사람이 아이를 지키고 한사람은 틈나는대로 교회에 가서 지친 심신을 하나님께 의지했다. 

 한달후 퇴원이 허락했다. 그러면서 의사는 “이제부터는 코피가 나도 절대 막지 말고 흐르는 대로 내버려두라고 주의를 줬다. 코피가 난다고 코를 막으면 몸의 어느 쪽 혈관으로 피가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이 병은 원인도 없고 완치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리고 앞으로 지선이가 성장을해서 월경을 하면 다른 사람처럼 멈추지 않고 한두달씩 갈수도 있다. 수혈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병원에서 퇴원은 했지만 수시로 병원에 드나들어야 했다. 꼭 새벽이면 곤히 자던 아이가 코피를 터트려 베개를 붉게 물들였다. 얼결에 코를 막으면 눈에서도 피가 나는데 남편과 나도 그옆에서 눈물로 밤을 새운게 몇날 몇일인지 모른다. 

 그런데 약이 부작용을 일으켰다. 아이에 몸에 털이 나기 시작하고 여자 아이인데 남성화 되는 것을 느꼈다. 병원에서 만난 다른 환자의 엄마도 부작용 때문에 약을 먹이기가 꺼려진다는 말을 했었다. 나도 아이의 변화를 보며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약을 줄이거나 끊어보기도 했다. 유일한 도움인 약이 못미더우니 더욱 하나님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남편도 하나님께 매달렸다. 남선교회에서 봉사활동에 전념하고 하나님을 섬기는 일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우리 부부는 해가 갈수록 자라나는 아이를 보면서 기쁨과 수없는 불안이 교차했다. 지선이의 딱한 사정을 교회 사람들도 알게 됐다. 지선이가 유치원 다닐 무렵 조용기 목사님의 안수기도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수요예배 후 목사님 앞으로 기도를 받으러 의젓하게 뚜벅뚜벅 걸어가는 아이를 보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앞으로 예쁘고 건강하게 자라 있을 아이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그후 우리 가족의 신앙이 성장할수록 바닥을 치던 아이의 혈소판 수치가 올라가 두자리 수를 기록했다. 지선이가 사춘기가 됐다. 우리 가족만 느꼈던 두려움과 설레임. 아이는 남들처럼 정상적으로 초경을 마쳤다. 할렐루야! 그 누구도 우리의 고통을 모를 것이다. 성경 속의 혈루병을 앓던 여인이 예수님의 기적으로 깨끗이 치유된 것과 같은 일이 우리 가정에 일어났다. 

 지선이는 10여 년 동안 혈소판 수치를 잘 유지해 지금은 더이상 약을 먹지 않아도 되고 코피가 나는 일도 없다. 살려만 달라고 끊임없이 한 기도가 이루어졌다. 지선이의 병 때문에 두살 터울의 큰아이 관용이에게 신경을 못쓴 것이 미안하다. 오히려 교회에서 성가대 등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며 늘 약한 동생에게 모든 것을 양보해준 아들에게 고맙다. 남편의 사업을 돌보고 책임져 주셔서 가정을 지켜주시고 오랜 투병을 승리로 이끌어 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모든 영광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