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의섭 목사(강북성전)

 휴가를 맞이하여 제주도를 찾았다. 갈 때마다 제주도의 아름다움에 반하곤 한다. 이국적인 정취에 산, 바다, 맑은 공기, 소박한 사람들, 개발되지 않은 자연의 모습은 정스럽고 안식을 준다. 제주도하면 뭐니뭐니 해도 한라산이다. 몇 번 갈때마다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던 한라산을 이번에는 마음을 먹고 정상까지 등정을 하기로 하였다. 한라산은 해발 1950m로 남한에서 제일 높은 산이다. 해발 750m 지점에서 시작되는 등산거리는 정상까지 10㎞정도이다. 왕복 10여시간 걸린다는 안내원의 말에 다소 부담이 되었으나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날마다 나아갑니다’라는 찬송가 가사를 생각하면서 등정을 시작하였다. 새벽 5시 반에 시작한 등반은 오후 5시 반에 끝났다. 

 12시간이나 걸리는 등반을 하면서 느낀 것들이 있다. 목표를 정하고 결심하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한라산 등반을 결심하니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등반이 시작된 것이다. 사람이 목표가 없으면 게으르고 나태한 삶을 산다.날마다 목표가 있으면 결심하게 되고 집중과 열정의 사람이 될 수 있다. 

 한 발짝 한 발짝 옮기다 보니 정상에 이르게 된다. 언제 정상에 오르나 생각하면 힘이 들고 부담만 된다. 그러나 서두르지 아니하고 나무들을 보고, 새소리를 듣고, 하늘을 바라보며 주변을 즐기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다 보니 정상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혼자 산을 오르는 것보다 여러 이웃이 함께 오르면 더욱 즐겁고 쉬운 산행길이 된다. 집사님 내외분과 함께 산을 오르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며, 함께 쉬면서 가다보니 등산길이 편안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면서 사는 것이 인생이다. 인생은 더불어 사는 존재이다. 인생에 동반자가 있음은 큰 은혜요 축복이다. 만남을 소중히 여기고 만남을 잘 가꾸는 것이 지혜로운 인생이다. 

 한라산 정상에 올랐을 때의 그 감격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정상에서 바라본 백록담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널리 펼쳐진 푸른 초원, 신비로운 구름, 바람, 모두가 태고적 신비를 감추고 있었다. 한라산 정상의 백록담의 장관을 보고나니 다를 것들이 시시해 보였다. 우리가 하나님의 영광을 경험하고 나면 세상의 것들이 매력이 없어지듯이, 삼층천의 영광을 경험하였던 바울에게 세상의 모든 것들이 매력을 주지 못한 것이 이해가 갈 듯하다. 날마다 말씀 속에서, 기도속에서 성령님의 영광을 경험하는 것이 최고의 행복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한라산은 백두산과 함께 우리 민족의 영산이다. 우리 민족에게 정기를 심어주는 산이다. 일본 사람들이 가장 사고 싶은 것이 한라산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매년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태풍의 길을 조절해 주는 것이 한라산이라고 한다. 한라산은 태풍이 올라오는 길목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보호를 받지만 , 한라산에 태풍이 막혀 그 태풍이 일본과 중국 쪽으로 가서 엄청난 피해를 매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사람들은 한라산을 사서 한라산 중턱까지 깍아 버리는 것이 소원이란다. 

 성도의 삶은 천성을 향해가는 거룩한 순례자의 길이다. 한라산 등정을 하면서 다시금 거룩한 순례자로서의 자세를 새롭게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