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고 아름다운 밥상
새벽 찬 기운이 가을의 문턱에 들어섰나보다. 특히 올 여름이 무더웠던지라 가을이 무척 기다려진다. 여름에 잃었던 입맛을 되찾아 지쳐있던 우리의 몸을 다시 회복 시켜야 할 시기이다. 요즘은 TV를 보면 음식에 대한 프로가 지나칠 정도로 많다. 항간에는 음식에 대한 화면이 없으면 시청률이 오르지 않는다고 할 정도 이니 음식은 중요하면서도 즐겁다. 학문의 진보와 과학의 발달을 접목시켜 오목조목 집어 주는 음식상식에 부응하여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할지를 판단하며 건강을 챙겨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기계가 아닐 진 데 영양소만 받아먹는다고 건강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시절을 쫓아 생산되는 자연의 먹거리와 가족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정성을 버무린 어머니의 손맛이 없다면 건조하기 이를 때 없는 맛없는 밥상이 될 것이다.
필자는 노상에 앉아 나물을 다듬어 파는 할머니들의 장터를 많이 애용한다. 모습이 정겹다. 왠지 유기농일 것 같다. 그리고 안스럽다. 그래서 이것저것 한 아름 사들고 냉장고를 꽉꽉 채우고 게으름과 시간에 쫒겨 음식으로 완성시키지 못 한적이 여러번 있다.
이제 다시 새로운 가을이다. 풍성한 햇곡식과 햇과일이 아름들이 색색을 가지고 나타나고 있다. 햇곡식으로는 별미밥을 지어 지쳐있던 몸을 회복시켜보자. 햇과일로는 싱싱한 해물을 넣어 새콤달콤한 김치를 담가 보면 어떨까? 오래 익히지 않아도 된다. 마치 겉절이처럼 버무려 식탁에 바로 올릴 수 있다. 과일 김치 자체만으로 맛과 영양의 조화를 멋지게 이룬다.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하면서 음식물 보존도 용이하니 가을에 많이 나오는 우엉, 연근, 무를이용하여 밑반찬도 챙겨 두면 구색 맞추기도 좋다.
웰빙이란? 무엇보다도 가공하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잘 조리하는 것이라 하겠다.직접 콩을 갈아 만든 콩비지찌개는 간 만 맞추면 고소함이 환상적이다. 여기에 가을에 제철인 표고, 송이, 느타리버섯을 넣어 전골처럼 끓여도 일품이다. 섬유질과 비타민, 무기질 등 영양소가 풍부해 비만을 예방하고 건강해지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무엇이 소박하며 어떻게 해야 아름다운 것인가? 먹는 것은 곧 생명이다. 보여지는 겉치례에 그렇게 치중하지 않아도 좋다. 다만 나의 사랑하는 가족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그리며 조리하는 엄마의 마음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우영희 집사(요리연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