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중학교 2학년 때 한국전쟁이 일어났다. 서울을 비롯한 각 지방에서 피난민들이 구름떼처럼 밀려 내려오고 있었다. 당시 필자의 가친께서 대구에서 외국서적(주로 일본서적)을 취급하는 서점을 경영하고 계셨다.

당시 피난민(주로 서울 피난민) 중에는 가문의 가보로 소중하게 소장하고 있던 고서화 또는 골동품들을 많이 갖고 내려왔고, 그것들이 우리 서점에서 주로 거래가 이루어졌는데 당시 피난시절에는 그 골동품이나 고서화들이 진짜냐 가짜냐, 귀한 것이냐 아니냐 구별없이 저울로 무게를 달아서 사고 팔곤 했었다.

재미있는 것은 폐신문지처럼 달아서 구입한 서화 중 한 장을 당시 대구 시내 모 대학 박물관에 기증을 하게 되었는데 그 대학에서 필자가 원하면 그 대학에 입학하여 졸업할 때까지 학비 전액을 면제해 주겠다는 제안이 있었다는게 한토막 에피소드다.
 요즘도 부유층에서는 서화, 골동품 또는 고가의 귀금속 등을 취미로나 투자의 수단으로 수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화나 골동품 등이 부유층 사이에 인기가 있는 것은 그것들이 희소가치로 인해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환가성이 높다는 점과 매매차익에 대한 소득세가 과세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가 있다.

하지만 서화ㆍ골동품에 투자하는 사람들의 진짜 목적은 매매차익에 있는 것이 아니다. 서화ㆍ골동품은 부동산이나 주식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 그것은 부동산처럼 등기ㆍ등록을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서화ㆍ골동품의 소유사실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으며 명의개서나 거래내역에 대해 쉽게 파악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결국 본인이 스스로 자진신고를 하거나 타인의 제보에 의하지 않으면 그 소유 및 거래내용을 파악하기 쉽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부유층들이 상속이나 증여의 목적으로 취득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러나 이 점은 꼭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일반적으로 상속세나 증여세의 세금결정은 정부 부과제도에 의해 과세관청에서 제척기간 10년 내에 과세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서화ㆍ골동품의 가치가 50억원(50억원 이하는 해당없음) 이상의 것에 대해서는 과세할 수 있는 제척기간을 평생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50억 이상의 서화ㆍ골동품에 대한 증여ㆍ상속 사실을 과세관청에서 파악하면 파악시점부터 1년 이내에 언제든지 과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증여ㆍ상속 또는 처분시점에 과세관청의 노출을 피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들의 처분한 처분자금을 운용하는 시점에서 국세청에 파악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이 서화ㆍ골동품 처분자금으로 부동산이나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 국세청 통합전산망을 통해 자금의 흐름이 파악되고 이를 통해 자금출처 조사대상자로 선정되며 자금출처를 입증하지 못하면 그 자금에 대한 증여세가 과세된다. 요즘 정부의 자금출처조사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재산취득자금에 중점적으로 조사가 이루어졌으나 앞으로는 재산처분자금에 대해서도 조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