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생활에 한창 이골이 나 있던 터인데 어인 조화로 마흔도 중반을 넘긴 나이에 쭈뼛거리며 예수 믿기를 처음 시작했습니다. 제 주변에서는 그것을 두고 믿기 어려운 기적이라 했습니다. 물론 오래 전 얘기입니다.

 아무튼 하나부터 열까지 서툴기만 한 것이 당시의 첫 교회생활이었는데 그 가운데서도 가장 힘들었던 것이 입으로 소리 내어 기도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주일 아침 예배당에 앉아 실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면 남자고 여자고 너나할 것 없이 유창한 통성으로 좔좔좔 마치 시냇물이 흘러가듯, 또는 분수가 힘차게 솟구쳐 오르듯 훌륭한 기도말씀을 읊어 내리는 것이었는데 나는 기껏해야 입 속으로만, 아니, 머릿속이나 가슴속으로만 하나님께 꽉 막혀 있던 속마음을 조금 열어 보여 드리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디 교인들의 모임이 있는 곳에 가면 혹시라도 기도를 시키면 어쩌나 겁부터 났습니다. 게다가 나이까지 먹어 놓으니 새까만 초신자를 두고서 집사님이라 부르는 사람이 있질 않나, 심지어는 장로님이라고까지 짐작해서 부르는 이까지 있었으니 얼마나 얼굴이 붉어졌겠습니까.
 음치와 마찬가지로 나는 ‘기도치’에 다름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 후 믿음생활을 꾸준히 해오는 과정에서 기도 기술이 신앙의 전부가 아님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기도의 말씀을 잘 하는 것이 물론 귀한 능력이고 은혜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그것보다 더 우선해서 보다 큰 가치를 두어야 할 것은 입으로 말을 잘 하기에 앞서 마음의 귀, 영혼의 귀를 열어 우리의 삶 속에 숨겨진 하나님의 뜻이나 말씀을 잘 헤아려 들을 줄 아는 그 것이 진정한 신앙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깨우쳐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귀담아 들을 줄 알면 그것으로써 반신앙(半信仰)은 이룬거라오”라며 껄껄 웃으시던 한 신앙 선배님의 말씀도 새삼 함께 생각납니다. 그  선배님의 말씀 중에는 이런 것도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왜 우리에게 입은 한 개를 주시고 귀를 두 개씩이나 주셨는지 아오?”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모양을 통해 은혜로 설정하신 신앙의 본질! 우리의 입과 귀에 중요한 정답 하나가 숨어 있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