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관계 입증해야 손해배상 가능
‘무조건 해 두자’ 식의 가압류 없어야

Q: 부당한 가압류에 대하여 가압류 채무자가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나요?

A: 서울 강남에 사는 김강남 씨는 과거 IMF때 투자신탁회사 지점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점 고객들에게 벤처기업에 대한 주식투자를 권유한 적이 있었다. 이러한 권유를 받은 사람 가운데 이주식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2001년도부터 벤처기업들이 부도가 나기 시작하면서 이주식 씨가 투자한 벤처주식도 폭락하여 투자금 2억원을 모두 상실 당하는 손해를 보게 되었다. 이주식 씨는 억울한 생각이 들어 투자를 권유한 김강남 씨를 상대로 투자금을 보상 받고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기하게 되었다.

그런데 손해배상 소송 진행 중에 김강남 씨가 그의 유일한 재산인 아파트를 처분해 버릴 경우, 이주식 씨가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김강남 씨에게 강제집행할 대상이 전혀 없어 아무런 실익이 없을 것을 염려하여, 이주식 씨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 1달 전에 미리 김강남 씨의 아파트에 대하여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가압류신청을 하여 법원의 인용결정을 받아 가압류등기를 해 놓았다.

부동산에 가압류를 해 놓으면 가압류의 처분금지효력 때문에, 부동산 소유자가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을 하더라도 가압류권자에 대하여는 그 처분으로 대항할 수 없고, 가압류권자(이주식 씨)는 부동산을 취득한 제3자에 대하여도 본안소송에서 승소한 후 강제집행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한편 이주식 씨가 김강남 씨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금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본안소송)은 주식투자는 투자자 자신의 책임과 위험감수하에 하는 것이라는 점을 주된 이유로 서울남부지방법원이 김강남 씨의 손을 들어주었고, 이주식 씨가 더 이상 불복하지 않아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원고패소판결확정).

이제 상황이 반전되어 김강남 씨가 이주식 씨에 대하여 억울한 감정이 들었다. 특히 그동안 이런 저런 이유로 현금이 필요하여 자신의 아파트를 처분하려 하여도 아파트에 가압류가 되어 있어서 매매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을 떠올리며, 이제는 김강남 씨가 이주식 씨를 상대로 부당한 가압류를 원인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다.

과연 김강남 씨의 주장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받아들여질까?

이주식 씨가 원고인 당초의 투자금관련 손해배상청구 본안소송이 원고 패소판결로 확정되었다면, 이주식 씨의 신청으로 이루어진 그 이전의 가압류도 특별한 반증이 없는 한 이주식 씨에게 손해발생에 대한 고의나 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부당한 가압류로 인한 책임을 이주식 씨가 져야 한다.

혹시 가압류재판을 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책임이 있지 않느냐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가압류라는 것이 가압류 신청자의 책임하에 그의 소명만으로 이루어지고, 실체상의 청구권의 존재여부는 가압류재판이 아니라 본안재판에서 결정되므로, 가압류재판을 한 법원에게는 책임이 없다.

그렇다고 김강남 씨가 무조건 부당한 가압류로 인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김강남 씨는 이주식 씨의 가압류 때문에 자신의 부동산의 처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 즉 가압류와 부동산의 처분지연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입증하는데 성공하여야 한다. 또한 김강남 씨의 입증성공에도 불구하고 이주식 씨가 김강남 씨의 부동산의 처분지연이 이주식 씨의 가압류 때문이 아니라 이주식 씨와는 관계없는 별개의 다른 사정 때문이라는 점을 입증한다면 김강남 씨는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다.

가압류도 무조건 해 놓고 보자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본안소송에서 이길 수 있을지, 가압류로 인해 채무자에게 부당한 손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를 충분히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Dyream@chol.com 법조선교회, 법무법인 유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