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길 막혔지만, 예비한 길 더 좋아
   2002년 시작한 ‘잉카’ 영어공부 대명사
   문단열 성도(영어강사·온누리교회)

 ‘펀글리시(Funglish)’의 파격을 내세우며 방송가에 등장했던 문단열 성도. 그가 진행하고 있는 교육방송(EBS)의 ‘잉글리시 카페(이하 잉카)’는 영어학습프로그램의 대명사다.

 지난달 19일로 방송횟수가 1000회를 넘어서는 등 잉카는 밴드의 반주에 맞춰 야단법석 율동을 하며 노래하듯 영어 표현을 반복해 영어공부 열병을 앓고 있는 대한민국에 신선함을 던졌다. 신나게 즐기다 보면 간단한 영어표현에 여러 가지 변화를 주며 25분 동안 90번 이상 반복하게 된다. 자연스레 영어가 입에 붙다 보니 입 소문이 나며 초등학생, 가정주부, 할아버지, 할머니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순수 국내파 영어강사, 영어 비전공자로 방송 초부터 주목 받아온 문 성도를 어렵사리 만났다. 방송에서 보여지는 파격만큼 그가 들려준 삶 또한 잔잔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성공한 영어강사’로 비쳐지지만 ‘현재 그의 삶은 청년의 때 그가 꿈꿔왔던 삶은 아니었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그는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다. 때문에 대학에서의 전공은 물론 앞으로의 삶 또한 음악가로 일찌감치 정했다. 하지만 생각지도 않은 ‘축농증’으로 목소리가 막혔다. 어쩔 수 없이, 정말 어쩔 수 없이 이 꿈은 내려놓아야 했다. 

 이후 가족회의 끝에, 목회자인 아버지의 뜻을 십분 존중해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렇지만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그에게 신학공부는 무의미(?)했다. 적어도 그 시점에는. 전공인 신학보다 영어에 미쳐 하루 10시간 이상을 영어공부에 투자했다. 그의 혹독한 영어공부는 ‘외국인과 말싸움해서 이겨보자’는 동기에서 시작됐다. 원어민 수준의 영어실력을 요하는 정도의 목표를 세우다 보니 노력의 양도 무한정 커질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공부해 대학 4학년 때부터 학원에 나가 영어를 가르쳤다. 

 내친김에 1994년에는 영어학원을 차렸다. 열심히 일했고, 포부 또한 컸다. 사업적 재능이라든가 아이디어가 풍부했기에 학원은 탄탄대로를 달리는 듯 했다. 하지만 그의 표현을 빌자면 그가 벌인 사업은 결과적으로 ‘쪽박을 찼다’. 그것도 아주 크게. 2000년 시작한 온라인 사업도 잘 되는가 싶었지만 오래지 않아 어려움과 마주하게 됐다. 하나님은 그가 원하는 것, 하고자 하는 것은 철저하게 막으셨다. 대신 다른 길을 열어주셨다. 

 학원사업을 시작한 것도 따지고 보면 취업과 진학에 실패해서였다. 그가 대학을 졸업하던 때인 1988년만 해도 일하고자 하는 분야에 따라 선발하는 학과가 정해져 있었기에 신학을 공부한 그에게 대기업 취업은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목회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에 진학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통역대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했지만, 이 역시 두 차례나 낙방하며 좌절됐다. 실력이 부족했다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답안제출과 면접에서 부족함이 없어 억울함이 컸다. 하지만 어찌하랴. 이미 떨어진 것을. 

 그렇게 지난 20년을 영어강사로, 학원경영인으로 살았다. 평범한 삶으로 묻힐 뻔했던 그를 하나님은 대중스타(?)로 세우셨다. 그것도 불혹의 나이에. 그러나 이 또한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잉카를 맡아 진행하기까지 그는 ‘세 번 미역국을 먹었다’고 했다. 교육방송 프로그램 개편 때마다 여러 차례 출연섭외를 받았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영어전공자도, 해외 유학파도 아니라는 이유로 최종 결정과정에서 탈락됐기 때문이다. 그 사이 KBS 위성방송의 ‘영어발음 특강’과 케이블TV 재능방송의 ‘김치발음 버터발음’ ‘엄대리 과장만들기’ 등을 진행했고 교육방송에 입성한 게 2002년 여름이다. 잉카는 선풍적 인기를 얻으며 그를 대한민국 최고의 영어선생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고공행진을 계속 하던 그에게 지난해 말 이상이 생겼다. 병원에서는 ‘성대결절’이라고 했다. 힘들게 올라왔는데 뜻하지 않은 어려움과 마주서게됐다. 수술 후 1개월간은 ‘아∼’ 소리도 낼 수 없었다. ‘고지가 저 앞인데’ 하나님은 또다시 그를 세우셨다.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던 그 때 그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법을 체득했다’고 했다. 집중해서 말씀을 읽으며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와 세상에 양다리를 걸친 것을 철저하게 회개했다. ‘입술로는 하나님을 찾지만, 끝없이 세상을 탐하던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렇게 세상에 넣었던 다리를 빼낼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었다. 

 축농증으로 음대진학을 포기하고 가족회의 끝에 신학대학으로 진로를 결정했을 때처럼 가족회의 소집을 요청했고, 가족들은 그의 앞날을 위해 기도하며 하나님의 뜻을 구했다. 2006년 봄 그는 신학대학을 졸업한지 20년만에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에 입학했다. 다시 시작한 신학공부는 영적으로 엄청난 기쁨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세상과의 완벽한 단절을 원하셨다. 2년 전 친구를 위해 보증을 선 적이 있었다. 그게 화근이었다. 친구가 어려움에 봉착하며 불똥이 그에게 튄 것이다. ‘친구와 그런 약속을 한 일이 없다’고 발만 빼면 그에게 문제될 것은 없었지만 그리 할 수 는 없었다. ‘이제 막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하나님을 향해 돌아섰다’고 생각한 그에게 하나님은 ‘세상에 걸친 새끼발가락 하나라도 떼어낼 것’을 요구하시는 듯 했다. 이 부분에 대해 눈을 감고 스스로에게 묻자 확신이 서지 않았다. 또다시 가족회의가 열렸고 아버지는 “친구의 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공부를 다시 시작하라”고 조언하셨다. 

 ‘일련의 일들을 경험하며 그의 뼛속깊이 아로새긴 것이 한 가지 생겼다’고 했다. 그건 바로 “세상의 어떤 것도 하나님보다 더 사랑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텔레비전 화면에서 발견치 못한 무거움으로 가득한 그의 고백’에 조금 당황했지만, 그이의 지나온 삶은 그의 고백을 이끈 견인차였다. 마음이 정해지니 이제 흔들림이 없다. “비록 다시 세상으로 나왔지만 어느 때든 부르심에 순종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의 간증은 아직 끝이 아니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이제 1막이 내렸을 뿐’이다. “숨이 다하는 날까지 계속될 ‘∼ing’ 현재진행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