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선진사회와 후진사회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무엇일까. 경제적 차이? 물론 이도 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뛰어넘는 차이가 바로 봉사와 섬김의 많고 적음이다. 신앙생활도 이와 비슷한 원리를 가진다. 신앙생활을 시작할 때는 나를 채우기에 급급하지만, 신앙이 성장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이는 봉사와 섬김의 많고 적음이다. 봉사와 섬김은 남을 위한 것 같지만, 실상 내 삶을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영적 자양분이다. 이번 기획에서 기자는 봉사와 섬김을 통해 신앙을 키우고 삶을 살찌우는 두 사람을 만났다.
“삶의 마지막 함께 걸어요”
건강 허락하는 한 계속 봉사하고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질병이 죽음으로 인도하더라도 그러한 관점에서조차 삶의 의미를 찾아갈 수 있도록 또한 죽음을 잘 맞이할 수 있도록, 천국에 대한 소망을 잃지 않도록 돕는 게 저희 봉사죠. 작은 힘이나마 이웃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으로 참여했는데 도움은 어느 한쪽으로만 흐르는 게 아니었어요. 봉사를 통해 제가 더 큰 은혜를 체험하니 말이에요”
종합병원 간호사로 환자들의 삶과 죽음을 수 차례 지켜보았던 김기영 권사지만, 생명의 끝은 언제나 사람을 위축시킨다. 김 권사가 암과 싸우며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서 있는 사람들의 손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병과 싸우지 않아도 겁나고 떨리는데 병과 고독한 싸움을 계속하는 암 환자들의 마음은 어떻겠느냐’는 그이의 말은 무겁게 다가왔다.
우리교회에서 호스피스사역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1년부터 지금껏 봉사했으니 햇수로 6년째다. 이 기간 그는 여러 사람을 만났다. 그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앙을 가지고 있어 ‘천국에 대해 알고 있고, 죽음의 보편성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실제 죽음 앞에서 그런 건 무용지물인 경우가 다반사였다. 특히 병원에서 ‘임종을 준비하라’는 ‘의학적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후라면 환자의 혼란은 극단으로 치닫는다고 했다.
“믿음이 약해서가 아니에요. 저 역시 같은 상황이라면 그런 혼란을 겪지 않을 거라고 자신하지 못해요. 누구든 그럴 수 있기에 호스피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혼돈과 혼란의 시기를 지나 마주하게 되는 것이 ‘자포자기’아니면 ‘현재 상황에 순응하는 것’이라고 했다. “호스피스 봉사는 자포자기 상태든, 현 상황을 받아들이는 상태든 모두에게 필요해요.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지막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끝까지 손을 잡아줄 사람이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게 호스피스 봉사자의 역할이거든요”
‘그렇게 곁을 지키다 떠난 사람들 가운데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 있냐’는 물음에 잠시 생각하던 김 권사는 최근 천국으로 간 30대 여성의 얘기를 들려줬다. 자궁암 말기 진단을 받은 그 여성은 임종을 앞두고 의료혜택을 거부했다.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의사의 말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가정에 주는 경제적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그런 결정을 했다는 설명이다. 그리고는 가슴에 담고 있던 말을 김 권사에게 했다. ‘어린 두 자녀 때문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호스피스 대상자의 이 말에 김 권사는 그와 함께 실컷 울었다고 했다.
교회 내에 여러 봉사처가 있는데 특별히 호스피스를 택한 이유가 있는지 물었다. 김 권사 역시 암으로 투병하는 가족들이 있었다. 어머니가 재작년에 혈액암으로 소천했고, 아버지 역시 암으로 투병중이라고 했다. ‘과부사정을 홀아비가 안다’고 했던가. 그 역시 한없이 아파할 수 있는 처지와 여건이지만, 그는 생각을 돌이켜 봉사를 하고 있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봉사를 계속하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앞서도 말했지만 봉사는 베풀기만 하는 게 아니에요. 봉사를 하며 하나님의 은혜를 더 많이 받고 있고, 내 가정에도 더 잘 할 수 있으니 베푸는 것보다 얻는 게 훨씬 많아요” 그이의 미소가 환하고 밝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