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아름다운 작품을 담아내죠'

   성지순례 중 ‘예수의 고난’ 촬영
    대한민국사진대전 대상 수상 영예
    70세에 사진전과 작품집 발간이 목표

 2년 전 위 수술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 황은수 장로는 이스라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작품 활동이 아닌 순수한 성지순례라는 생각에 삼각대도 지참하지 않은 채 수동카메라 한 대만 가져갔다. 그런데 그는 순례 중 영감이 떠오르는 현장을 목격하고 말았다. 그는 무엇인가에 이끌리듯 황급히 삼각대를 구입해 여러 각도에서 셔터를 눌렀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이 이번 대한민국사진대전 대상을 차지한 ‘예수의 고난’이다. 

 황은수 장로는 사진을 찍었던 당시를 떠올리며 “작품활동을 위해 간 여행이 아니기에 어떻게 이 작품을 찍었는지 제대로 기억도 안납니다. 작품을 찍을 수 있도록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릴 뿐입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예수의 고난’은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으로 향하던 중 처음 쓰러진 장면의 조각과 현지 사사(士師;하나님의 공의를 나타내어 그 백성을 위하여 세우신 선지자 혹은 예언자란 뜻)의 기도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심사위원은 이 작품을 “세계 평화와 사랑으로 하나 되는 모습, 종교적 철학과 깊은 뜻을 담은 수작”이라고 평했다.

 황은수 장로는 원래 풍경 사진을 주로 찍는 사진작가다. 그는 카메라, 렌즈, 삼각대 등 무려 20Kg의 장비들을 짊어진 채 이 산 저산을 오르며 사진을 찍는다. 그는 “제가 풍경 사진을 주로 찍는 이유는 자연이 바로 위대한 하나님의 아름다운 창조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아름다운 자연을 찍는 것이 아니라 그 자연을 바라보면서 느껴지는 바람, 햇빛의 따뜻함 등을 통해 하나님의 섭리를 발견할 수 있을 때 셔터를 누르게 됩니다”라고 전했다. 그가 우리나라의 산이란 산을 모두 누비며 찍은 ‘하나님의 창조물이 담긴’ 사진들은 대한민국사진대전을 비롯해 여러 공모전에 입상했고 개인전 개최, 작품집 발간 등으로 이어졌다. 

 이번 대한민국사진대전 대상을 통해 최고의 명예를 얻은 황 장로는 어떻게 사진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황 장로의 원래 꿈은 성악가였다. 그는 교회성가대에서 활동하면서 오페라 음악을 좋아해 ‘아리아’를 부르며 꿈을 키워 갔다. 그랬던 황 장로는 중학교시절 아버지의 독일제 카메라가 그의 인생을 바꾸어 버렸다. 학교에서 공주로 수학여행을 갔다. 카메라를 가져간 황 장로는 홀로 새벽에 일어나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심취해 셔터를 눌렀다. 그렇게 처음 만들어진 그의 작품을 본 담임선생님은 그의 사진을 반 친구 모두에게 나누어주며 황 장로의 재능을 칭찬했다. 선생님의 칭찬을 들은 그는 고무되어 사진이라는 예술 활동에 푹 빠져 버렸다. 그의 열정과 재능을 인정한 부모님도 반대하기는커녕 지원해 주었다.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그의 사진에 대한 욕심과 열정은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투영되었다. 

 황 장로는 다른 사진작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황 장로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좋은 환경이 중요합니다. 특히 풍경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날씨는 필수지요. 그런데 제가 사진을 찍으러 가면 항상 날씨가 좋아서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저와 같이 가려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항상 좋은 날씨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비결에 대해 그는 “기도”라고 답했다. 황 장로가 백두산 천지를 찍기 위해 백두산에 간 일이 있었다.

 당시 백두산에는 겨울이 시작되어 눈이 내리던 시기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백두산은 눈보라로 입산이 금지되어 있었다. 황 장로는 같이 간 목사님들과 함께 기도로 좋은 날씨를 하나님께 구했다. 다음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눈은 그치고 입산금지가 풀렸다. 그래서 황 장로는 하얀 눈으로 뒤 덮인 백두산천지의 아름다운 광경을 촬영할 수 있었다. 그는 “모두 하나님이 허락하신 덕분이죠. 전 언제나 사진 촬영에 앞서 기도를 합니다. 그 때마다 하나님은 사진을 찍기 위한 최적의 상황을 준비해주시죠. 제 작품이 아니라 하나님의 작품인 셈이죠”라고 말했다. 

 황 장로의 집은 황 장로의 아들까지 무려 4대째 신앙을 이어 가고 있다. 그의 조부인 황윤오 장로는 지금의 안성성결교회 교회 설립자 중 하나이고 그의 부모도 평생을 그 교회에서 봉사했다. 황 장로 역시 선교위원장을 거쳐 지금은 복지위원장으로 교회에서 봉사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주일학교 봉사를 할 때에는 15리나 떨어진 금강면 내우리까지 가서 아이들에게 전도하고 가르쳤던 일이라고 한다. 당시 그는 교통편이 없어 15리의 거리를 걸어서 왕복했지만 힘들다기보다는 언제나 기쁨이었다. 후에 황 장로는 그 곳에 금강교회를 설립했다. 황 장로는 그 곳에서 주일학교 봉사 때 내우리의 한 아주머니가 해주었던 찰밥은 지금도 그리워질 정도라고. 

 대한민국사진대전 대상을 통해 황 장로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여러 공모전을 참가하면서 기독교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소수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특히 무속신앙이나 불교문화 등의 작품들은 많지만 교회나 크리스천 문화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접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라며 “크리스천 사진작가들의 모임이 많이 생기고 관련 작품 활동도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고 말했다. 

 황 장로는 올해로 67세이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그는 새로운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70세가 되는 해에 맞추어 개인 사진전을 열고 작품집을 발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성지순례를 떠나고 싶습니다”며 지난 여행에 못다한 촬영 등을 하고 싶다고 한다.
 황 장로는 오늘도 ‘하나님의 아름다운 창조물’을 카메라에 담기 위한 여정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