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츠(Walts, 1817-1904)
‘많은 재산을 갖고 있기에’
“영생을 얻으려면 어떤 선한 일을 해야 합니까?” (마19:16)
실망한 부자의 모습에 작가 심리 담겨져
신앙과 도덕으로 자신을 바라본 왓츠
세상의 흐름에 묻혀 살다가도 우리는 때로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있다. 그것은 본질적인 질문에 부딪쳤을 때이다. 삶은 무엇이며 죽음이란 무엇인가? 죽음 뒤의 행적은 어떤 것이며 어떻게 되어 있을까? 물론 지식으로야 그에 대한 답이 머릿속에 맴돈다. 하지만 그것들이 진정 내 영혼 속의 믿음인가 라고 되물으면 무언가 자신이 없다.
이런 두려움은 예수님 시대의 어떤 부자 사람에게도 있었던 것 같다. 재산을 많이 가지고도 삶의 공허와 걱정스러움이 많았던가 보다.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와서 물었습니다. “선생님,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어떤 선한 일을 해야 합니까?”/ 예수님께서 대답하셨습니다. “왜 선한 것에 대해 묻느냐? 선하신 분은 오직 한분 뿐이다. 영원한 생명을 얻고 싶다면 계명을 지켜라.”/ 그 사람이 물었습니다. “어떤 계명을 지켜야 합니까?”예수님께서 대답하셨습니다. “살인 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거짓증언하지 말라. / 네 부모를 공경하라. 네 이웃을 네 자신처럼 사랑하여라./ 그 청년이 말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지금까지 다 지켜왔습니다. 그 밖에 제게 부족한 것이 무엇입니까?/ 예수님께서 대답하셨습니다. ’만일 네가 완전해지길 원한다면, 가서 네가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어라. 그러면 하늘에서 보물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런 후에 와서 나를 따르라!”/ 이 말씀을 들은 청년은 매우 슬퍼하며 떠나갔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가진 재산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마 19:16-22)
예수님의 해결책은 의외로 엄정한 것이었다. 네가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에 나누어 주라는 것이었다. 이 말은 당시의 부에 대한 개념과 상치되는 폭탄선언이나 다름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유대인들에게 부(富)는 하나님의 축복의 표징으로 오히려 천국에 들어가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예수님의 태도는 단호하다. 오히려 부는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장애 요인으로 까지 본 듯 하다. 심지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마19:24)라고 못 박듯이 다시 강조하였다.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되는데 대한 그의 가르침은 줄곧 엄격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남에게 죄를 범하게 하는 자는 연자맷돌을 매고 깊은 바다에 던져질 일이며 손이나 발이 넘어지게 하면 이를 잘라버리라고까지 서슴없이 말하고 있다.(마18:6-9, 막 9:43-48)
여기쯤 이르면 온몸에 기운이 쭈욱 빠진 듯 크리스찬이 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다시 한번 통감하게 된다. 이 부분이 예수님을 따르기에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솔직히 내게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이 청년 또한 예수님의 말씀을 도저히 따를 수 없었던지 슬픔과 근심 속에 떠나갔다. 이러한 당혹스러움은 당대 예수님과 함께 있었던 제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던 듯 하다. 그 때문에 그러면 누가 구원 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예수님은 이렇게 대답했다.
“사람은 할 수 없지만, 하나님께서는 모든 것을 하실 수 있다” (마19:26)
왓츠(Walth, George Frederick, 1817-1904)는 영국에서 태어나 라파엘 전파(pre-Raphaelite Brothahood)와 동시대에 활동하였다. 그 같은 시대분위기의 영향 때문인지 왓츠는 신앙과 도덕적 요구를 가지고 자신의 세계를 심각히 바라보고자 했다.
이 그림은 우선 한 사람의 전신을 긴 화폭에 거의 가득 담았는데 고개 숙인 심각함으로 인하여 화면 전체에 큰 무게가 실려 있다. 옷은 부자답게 비단에 털 장식을 했고 실키하며 은빛으로 빛난다. 머리에는 고급타번을 쓰고 손가락에는 크고 비싼 반지를 끼었다. 얼굴표정과 온 몸에 실망과 슬픔 공허가 가득히 느껴진다. 작가가 심리적 표현에 성공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가 가진 재산 만큼이나 그의 마음도 몸도 함께 무거워 보인다. 가진자인 그인데도 마치 모든 것을 잃은 듯이 침통하다. <경희대 박물관장>
